지난해 도내 26곳 중 16곳 적자…무안 RPC 9억3천여만 원 적자
전남 16곳 지난해 66억 적자…전남도 브랜드 선정 ‘무의미’
미질 큰 차이 없어…소비시장 뺏고 뺏기기 반복
식단 서구화로 쌀소비량 줄어 수출, 다양한 상품 개발 필요

[무안신문=곽주영 기자] 서구화된 식생활 등으로 매년 국민 쌀소비량이 줄면서 미곡종합처리장(RPC)들의 적자 폭도 커져가고 있다.

지난해 전남 26개 미곡종합처리장(RPC) 중 16곳에서 66억원 적자 영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쌀 소비가 갈수록 줄어들면서 지역RPC들은 RPC간 통폐합 등으로 위기 극복에 나서고 있지만 서구화된 식생활로 쌀 소비가 주는 상황에서 뾰족한 대책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2016년 우리나라 1인당 쌀소비량은 61.9kg에 불과하다.

농협 전남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남 26개 RPC들의 당기손실은 총 56억4,800만원으로 집계됐다. 흑자RPC는 10곳, 적자 RPC는 16개로 적자규모는 66억7,900만원에 달했다.

RPC는 순천통합이 -21억6,000만으로 적자 폭이 가장 컸고 다음이 무안지사(-9억3640만)다. 옥천농협(-7억1,800만), 보성통합(-4억6,100만), 황산농협(-3억8,300만), 군서농협(-3억5,900만), 완도농협(-3억1,000만), 선진농협(-2억9,000만), 화산농협(-2억2,900만), 구례통합(-1억5,700만), 다시농협·도곡농협(각 -1억3,600만), 수북농협(-1억3,400만), 동강농협(-9,900만), 장성통합(-8,400만), 마한농협(-6,700만) 순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반면 남평농협(6억6,700만), 영광통합(1억500만), 금성농협(9,400만), 함평통합(6,800만), 강진통합(3,700만), 북신안농협(3,500만), 영암통합(1,600만), 흥양농협(500만), 곡성농협(400만) 등은 흑자를 냈다.

이같이 적자 RPC들이 늘면서 일각에서는 전남도가 매년 선정하는 ‘전남 10대 고품질 브랜드쌀’ 선정을 통한 판매도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농협양곡(주) 무안통합미곡종합처리장에서 생산되는 ‘황토랑쌀’은 올해까지 11년 연속 전남 10대 고품질 브랜드쌀로 선정됐지만 적자 운영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일반 소비자들이 브랜드 쌀 구매보다는 미질이 고만고만하다는 인식이 크고, 개인 농가나 개인 RPC들과 직거래 구매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따라서 대량소비처를 두고 RPC 간 뺏고 뺏기는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RPC들의 수익 경영 여부는 정부의 수매가나 풍작에 따라 좌우되는 실정이다. 더욱 공장 운영비, 포장재, 인건비 등의 상승은 RPC들의 경영난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지역 RPC 적자영업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11년 52억원 흑자영업을 한 뒤 지난 2018년을 빼고 매해 적자영업을 이어갔다.

특히 도내 지역RPC들은 지난해 8개 도(道) 지역 가운데 쌀 판매가 가장 많이 줄었고, 재고는 가장 많이 늘어났다. 올해 1~5월 전국 RPC 정곡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00톤(0.9%) 증가한 43만2000톤으로 집계됐다.

전남 RPC는 지난해보다 9000톤 줄어든 6만5000톤을 판매했다. RPC 누적 판매량이 줄어든 지역은 전남을 포함 강원과 전북(각 -1000톤)뿐이었다.

5월 말 기준 전국 RPC 재고는 36만톤으로, 지난해(39만6000톤)보다 3만6000톤 줄었다. 반면 전남 RPC 재고는 5만2000톤에서 5만5000톤으로 3000톤 늘며 8개 도 가운데 가장 많은 증가폭을 나타냈다.

지난해 전남지역 RPC 적자는 쌀값 등락의 영향이 컸다.

지난 2017년 말 벼 수매가(40㎏)는 유례없이 떨어져 4만~4만2,000원 선을 이뤘지만 이듬해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수매가는 50% 뛴 6만~6만2,000원이 됐다. 수매가는 올랐지만 쌀값은 오르지 않았고 공장 운영비, 포장재, 인건비 등 지출로 인한 적자는 RPC가 떠안게 됐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코로나19 여파로 외식 수요가 급감했고, 친환경쌀 생산 비중이 높은 전남지역은 학교 급식 판로가 막혀 부진을 면치 못했다.

전남지역 벼 수매가는 경기도 다음으로 높았지만 쌀값이 그에 비례해 오르지 않았고 설상가상 지난해 세 차례의 태풍을 겪으며 벼 품위가 좋지 않은 것도 한 원인이다.

RPC는 해마다 쌓이는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친환경쌀과 브랜드쌀 비중을 높여 수익성을 올려 나간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1인당 쌀 소비가 주는 실정을 감안하면 정부의 적극적인 수출길 모색과 다양한 제품 생산 등 대량 소비처 발굴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농협 전남지역본부는 최근 광주·전남농협RPC운영협의회 소속 조합장 30명과 정기총회를 열고 농가소득 증대를 위해 ▲쌀 단일품종 확대 및 고품질화 ▲쌀 소비 촉진운동 ‘일삼공 운동’ 전개 ▲직파재배 확대, 개량물꼬·소형전기운반차 보급 등 영농비 절감을 올해 중점 추진방향으로 정했다.

특히 출고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은 새청무와 신동진 등 2개 단일품종에 대한 계약재배 점유율을 70%로 확대, 전남 쌀 단일품종 위상을 높여 쌀 유통 점유 목표를 50%로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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