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이는 당신의 자화상…어리석은 우리 자신의 모습을 투영
못난이 파티 전국화, 무안 예술관광 콘텐츠 브랜드화 시급

[무안신문=박금남 기자] “모든 것이 아름답고 완벽하다면 이 세상의 ‘미(美)’는 존재하지 않는다. 부족한 무엇인가가 있기 때문에 ‘美’가 존재하고 ‘美’가 아닌 상대성을 우리는 쉽게 못난이라고 부른다”

영산강을 접하고 있는 일로읍 청호리엔 뚱뚱하고 못생긴 모습을 조각 작품으로 담아낸 아담한 ‘못난이 미술관’이 있다. 이곳에서 나고 자란 김판삼(48) 조각가가 2016년 완공한 ‘못난이 미술관’이다.

김 작가의 작품은 ‘못난이 미술관’이란 이름에서 내포하듯 하나같이 못생겼다. 뚱뚱한 모습에 찢어진 눈, 낮은 코, 곱슬머리로 하나하나 묘사가 우스꽝스럽다.

하지만 조금만 시선을 멈추고 보면 금방 정이 가는 마성의 매력을 갖고 있다. 다부진 눈, 꼭 다문 입술, 꽉 쥔 주먹, 거침없는 몸동작을 보여주는 캐릭터들은 아주 당차다.

이 시대의 잘난 사람들이 꼭 한 번쯤은 들려봐야 할 곳이고, 삶에 지친 우리네 못난이들도 이곳에 들리면 삶의 활력을 충전할 수 있다.

김 작가는 ‘못난이 시리즈’에 담겨 있는 맥은 자화상과 추억, 꿈이다. 못난이는 그의 자화상이자 가슴 아린 추억과 사랑이 담겨 있다. 배가 불뚝하고 주름진 아버지의 헌신적인 삶, 뚱뚱하고 볼품없는 어머니의 따듯한 모정에 대한 그리움이 작품에 녹아 있다.

거대한 파도를 온몸으로 막아서며 소중한 새싹을 지켜내는 뚱뚱하고 못생긴 캐릭터는 슈퍼우먼 같은 우리네 어머니의 모습이다. 세상 풍파에 절대 쓰러지지 않고 굳건하게 불을 밝히는 등대는 가정을 책임지는 가장, 아버지의 모습을 담고 있다. 그래서일까. 못난이 박물관과 동산이 있는 곳도 작가의 아버지가 농사를 짓고 소를 키우며 가물치를 양식했던 삶의 터전이었다. “못난이들이 있기 때문에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는 작가는 “못생긴 이들의 겉모습보다 그 안에 내재된 아름다운 메시지를 보기를 희망한다”고 말한다. 작가는 이를 ‘못난이 미학’이라는 주제로 현대의 이야기들을 역설적으로 전한다.

“못생겨서 죄송합니다”라는 유행어로 우리 사회에 큰 웃음을 주고 세상을 떠난 코미디언 이주일 씨는 못생김을 통해 우리에게 풍자와 해학을 보여줌으로써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했다. 잘생긴 사람이 그렇게 했으면 웃기지도, 감동적이지도 않았을 것이다.

작가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입꼬리가 자연스럽게 올라가고 작품의 의미를 깨닫고 나면 마음이 따듯해진다. 특히 그의 작품은 아름다운 것만을 최고로 치는 현실에 대한 비판과 어리석은 우리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기도 한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여배우 ‘마를린 먼로’는 <마를린먼놈>이 되고 미국을 상징하는 ‘자유의 여신’은 배가 불룩하고 팔뚝 굵은 <자유로운 여신>이 된다. 미의 여신 ‘비너스’는 명품브랜드를 온몸에 휘감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허황된 삶을 꼬집은 <비너스의 탄생>으로 거듭 태어난다. 행복을 상징하는 ‘파랑새’를 찾으려 먼 곳을 찾아다니지만 못난이들은 결국 ‘파랑새’를 찾지 못한다. 바로 자신의 머리 위에, 또는 이미 가지고 있지만 ‘파랑새’라는 것을 깨닫지 못하기 때문이다.

김 작가는 지난해 10월 처음으로 마을 주민들과 함께 ‘세상을 떠받치는 못난 그대, 당신이 주인공’이라는 주제로 ‘못난이’라는 이미지를 내세운 이색 축제로 열어 관심을 끌었다.

자신을 ‘못난이 아빠’라고 부르는 김 작가는 “못난이를 보고 웃는 사람이 곧 작품”이라면서 “못난이는 대중들에게 기쁨과 행복을 주고 때로는 깨달음을 주기 위해 탄생한 캐릭터”라고 말했다.

아울러 “내가 만드는 못난이는 사회적으로 못난 것과는 다르고 불량식품과도 다르다”면서 “제아무리 잘난 사람도 어느 한구석은 부족한 면이 있는 것처럼 우리 모두는 못난이다. 못난이를 만들면서 행복해졌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그의 작품은 갈수록 못생겨지고 있다. 작품이 못생겨질수록 사람들에게 더 큰 웃음과 깨달음을 줄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은 구상-스케치-흙작업-석고 틀 작업-코팅 후 FRP 등 주물 채우기-사포질-채색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 제작된다. 재료로는 동, 대리석, FRP 등이 다양하게 사용된다.

특히, 미술관 안에 있는 카페는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차를 마시고 성심성의껏 내는 후원금으로 못난이 동산이 꾸며지고 있다. 이 또한 못난이의 나눔의 배려다.

한편, 이곳에 들린 사람들은 ‘우리 모두가 못난이’라는 점을 깨닫는다고 말한다. 그래서 못난이 축제를 비롯한 못난이 캐릭터를 지역의 소중한 자원으로 개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아끼지 않는다. 지역의 소중한 자원인 못난이 파티의 전국화를 통해 무안 지역을 상징하는 예술관광콘텐츠로서의 브랜드화가 충분하다는 점이다.

 

■ ‘못난이 아빠’ 김판삼 약력

△ 개인전(5회) : 목포/무안/서울/광주, 못난이축제/못난이 미학/못난이 서울나들이 등

△ 아트페어 : 서울/홍콩/뉴욕/북경/경주/대구/광주/목포 등

△ 그룹전 : 목포조각협회 창립전/영호남 미술교류 ‘남도의 향기전’/전국조각가협회전/전남 청년작가전/도봉 미술교류전/무안군 연꽃축제

초대전/장흥군 천관문학관 초대전 등 40여회

△수상내역 : 한강 미술대전 특선/대한민국 환경미술대전 특별상/대한민국 문화미술대전 우수상/전라남도 미술대전 입선

△현)한국조각가 협회 회원/한국미술협회목포지부사무국장/‘파’회원/전남예술고총동문회장/환경미술협회 초대작가(‘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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