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신문 발행인 박금남
▲무안신문 발행인 박금남

[무안신문=무안신문 발행인 박금남] 끝이 보이지 않는다. 중국 우한에서 발생해 지난 2월 우리나라에 첫 발생한 코로나19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처음엔 과거 메르스나 사스처럼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갈 쓰나미려니 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가 중국산이어서 가짜는 금방 사라질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고 세계보건기구가 ‘세계적 대유행’(pandemic)을 선언했다.

7월 현재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는 1천만명이 넘었고 사망자도 100만명에 이른다. 우리나라에서도 1만3천여명의 확진자 발생과 28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그러고도 감염자는 멈출 기미 없이 수도권 중심으로 2차, 3차 유행이 다시 진행 중이다. 백신과 치료제가 나오기 전까지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따라서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다.

무엇보다 코로나19는 일상생활을 크게 바꾸며 우리가 그동안 체감하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일깨워 주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에 이은 생활 속 거리 두기 등 우리 사회에 ‘거리 두기’라는 단어는 이제 생소하게 들리지 않는다. 언제 끝날지도 모르고 앞으로 어떻게 변화해 갈지도 미지수다.

다만 사람들은 코로나19 이전의 세상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코로나19 이후 세상은 지금보다 경제가 더 침체될 것이고 국민들의 생활도 어려워져 보편적인 생활향유 지수도 낮아지라는 것은 이미 예견돼 있어 준비가 필요하다.

한편으론 코로나19는 우리가 그동안 체감하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일깨워 주고 있다. 사람간 부대끼면 산다는 게 얼마나 행복했던가를 알려 주었고, 사람간 거리두기가 지역경제를 얼마나 어렵게 만드는가도 실감하고 있으며, 관습에 젖어 살아 온 생활들이 갑자기 급변하면서 불편해 지고 있는가도 체득하고 있다. 여기에 우리가 방관하고 살았던 우리사회 근무 환경이 열악한 콜센터, 물류센터, 일용직 근로자, 외국인 이주 노동자, 노인이나 빈곤층 등 재난 약자들에게 희생을 강요할 만큼 큰 재앙이 된다는 것도 알게 됐다.

아울러 우리나라 의료기술과 방역 체계가 세계적으로 우수해 살기 좋은 나라라는 점도 느끼게 됐고,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인 지방자치와 지자체의 역할의 중요성도 알게 됐다.

지자체에서 시작한 ‘드라이브 스루(drive-through) 선별진료소’, ‘착한 임대 운동’ 그리고 ‘재난 기본소득’ 정책적 실험은 정부의 긴급 재난 지원금 정책으로 이어졌고, 전 국민 기본소득 도입 논의의 불씨를 댕긴 것도 지방자치제에서 먼저 실행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이나 해외 입국자 안심 귀가 서비스, 부족한 병실을 대체하는 생활치료센터를 제안하거나 시행한 것도 지방정부가 먼저였다.

이런 성과는 지방자치체 부활 30년이 넘도록 재정과 권한에서 ‘2할 자치’에 머무르고 있는 척박한 현실에서 이루어 낸 것이다.

그동안의 추세를 볼 때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의 대유행은 수년 주기로 되풀이된다. 반복되는 국가 재난 상황을 보다 효율적으로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중앙 정부에 집중된 권한과 자원을 지방에 재분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보듯 행정의 변화와 지역사회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하는 데 한계를 드러낸 만큼 자치 분권 강화를 통해 지자체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난 1988년 제정 이후 내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지방자치법을 전면 개정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대 국회에서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을 국정 과제로 내걸고 지방자치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여야 간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무산된 바 있다.

이를 위해 정치인과 선출직들의 분발이 요구된다.

하지만 국회, 지자체, 지방의회를 지켜보는 국민의 시선은 여전히 착잡하다. 늘어나는 권한과 재정만큼 지자체장과 지방의원들의 독직과 비리가 커지고 지방자치의 고비용 저효율 규모가 더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비리에 연루돼 사법처리되는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너무 많아 헤아리기 힘들다. 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전임의 정책들을 폐기하는 매몰 비용이 엄청나고, 연임을 위한 선심공약에도 혈세 낭비가 심각하다.

권력의 자리에 오래 있게 되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게 된다’고 한다. 초심은 머리에만 있고 가슴에는 없다는 게 사람들 이야기다. 권세가 있고 직급이 높으면 타인에게는 좋아 보이기 마련이지만, 실상 그 자리는 타인을 아껴야하는 자리이지 부리는 자리가 아니다.

코로나19 사태는 위기이지만 기회다. 코로나19를 대비한 선출직들의 각성과 리더십이 절대 요구되는 시대다.

또 한해가 흘러 창간 17주년을 맞았다. 지난 1년이 희망 찼다기 보다는 아쉬움을 가득 안고 다시 창간 18주년을 향하는 마음이 착잡하지만, 지역 로컬신문으로 사랑받도록 노력할 것을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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