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하고 어지러운 때에 이런 것이나 내 맘대로 하자!

[무안신문]

▲이재광(무안군청 환경농업담당)
▲이재광(무안군청 환경농업담당)

국내 코로나-19 신규확진 환자가 사흘째 없자 안정세로 접어들었나 했었는데, 나흘 만에 수도권에서 지역사회 감염자가 발생한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다시 경고등이 켜진 거였다.

실내의 다중밀집 이용시설인 이태원의 클럽이 집단감염의 현장이 되었고, 소수자 혐오를 동반한 고질적 인권침해 논란이 되었다. 확진자는 계속해서 늘고 있으며, 19일 현재 187명이나 된다.

다들 왜 이럴까? 나 하나쯤이야 하는 부주의가 이런 사단(事端)을 불러온 것이다. ‘용인 66번’ 확진자에 대한 원성과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다 된 밥에 재를 뿌린 행동 때문이다.

그건 그렇고, 어찌 되었든지 코로라-19로 생애(生涯) 처음으로 긴급 재난지원금을 지급받게 된다. 재난지원금은 40만원, 60만원, 80만원, 100만원씩 전 세대에 가족 수에 따라 차등 지급이 된다.

물론, 이런 금액이 밥술이나 뜨고 사는 사람들이나 고용불안이 없는 직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는 대수롭지 않겠지만, 비정규직이나 특수고용직, 직장에서 내 쫓긴 이들에게는 더없이 요긴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도 지급받은 지원금을 기부(?)하겠다는 사람들이 있다. 이번 긴급재난지원금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던 기획재정부 국·과장급 이상의 공무원들이 모두 기부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부총리께서 지원금 기부를 공언한 다음날 나온 결정이라 일부에선 관제기부(?)라는 말까지 흘러나오는 것이다.

문제는 이에 뒤질세라 타 부처로 확대가 되고 있고, 심지어는 일선 지자체까지 기부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어중간한 위치에 있는 공무원들까지도 기부와 소비를 놓고 저울질(?)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한 공무원이 전액 기부를 결정하고 집으로 돌아가자 “지원금엔 가족들 몫도 있는데, 왜 당신 혼자 결정하느냐” 는 타박을 아내에게 들었다는 우스갯소리 같은 기사까지 회자되는 상황이다.

그래,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생계에 위협을 받을 만큼 피폐해진 골목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서라도 재난지원금을 준다면 군말 없이 받아 사용하는 것이 현명한 처신 같은데,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니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난번 장차관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들의 봉급 30% 반납 때도 그랬지만, 위에서 테이프를 끊어 놓으니 아래까지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 관료조직의 속성이다. 물론, 자발적인 동의하에 말이다. 이번 재난지원금도 그러한 양상이다.

윗분들은 기부를 하는데 나 몰라라 할 수 마는 없는 분위기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연가보상비도 없어진 마당에 이런 재난지원금마저 기부를 해야 하냐는 사람도 없지 않지만, 연말 세액공제까지 들고 나오는데 마냥 침묵만 할 수는 없으니 해 보는 얘기다.

하지만, 기부라는 형식을 빌은 반납만이 능사는 아닌 것 같다. 감염병 확산에 따른 국가적 경제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긴급(?) 수혈자금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지원금의 용도대로 기간 내 착한 소비를 하는 것도 한 방법일 테니 말이다.

가구별로 지급된 금액은 8월31일까지 백화점이나 유흥업소가 아닌 지역 식당이나 소형마트, 편의점, 전통시장 등에서 사용을 하거나 거듭된 개학연기로 판로 잃은 친환경농산물을 구매 복지센터에 기증하는 것도 재난지원금의 지원취지를 살리는 착한소비의 한 방법일 것이다.

기부를 할 것이냐 소비를 할 것이냐?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 지역에서 소비를 할 여력이 있는 사람은 소비를 하면 되고, 기부를 하겠다면 지원금을 신청하지 않으면 고용보험기금에 활용이 되고 기부자에게는 세금혜택까지 준다니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되지 않을까? 복잡하고 어지러운 때에 이런 것이라도 내 맘대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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