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 첫 칸 ‘민주당’ 비례 첫칸은 ‘민생당’
투표용지 총선 역사상 가장 긴 48.1cm…35개 정당
더불어민주당, 미래통합당 위성정당 만들어 ‘촌극’
농어촌 어르신 투표 헷갈려 무효표 많을 듯
21대 국회에서 부작용 막는 선거법 개정 필요

[무안신문=박금남 기자] 4·15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투표소에서 받아 볼 비례대표 후보 투표용지는 총선 역사상 가장 긴 48.1cm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된 결과 35개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낸 데 따른 것이다. 정책은 물론 정체성도 제대로 파악할 수 없고 이름이 서로 엇비슷한 정당들이 생겨나면서 유권자들이 어느 때보다 선택에 혼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3월27일 후보등록 마감 결과 21개 정당 소속과 무소속인 지역구 후보 1,118명이 등록했고, 35개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냈다.

총선에 나선 미래통합당이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만들고 더불어민주당이 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을 만들면서 지역구 후보 투표용지와 비례대표 후보 투표용지의 순서가 달라지는 촌극도 빚어졌다. 지역구 후보 투표용지에는 의석수가 많은 민주당과 통합당, 민생당 소속 후보가 각각 1∼3번 기호를 받고 투표용지 상단에 위치한다. 하지만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은 미래한국당과 더불어시민당은 투표용지에서 정당명이 빠진 채 6번 정의당이 민생당 아래 네 번째 칸에 위치하게 된다.

반대로 비례대표 후보 투표용지는 후보자를 내지 않는 민주당과 통합당 없이 기호 3번을 받은 민생당이 첫 번째 칸에 놓이게 됐다. 이어 4번 미래한국당, 5번 더불어시민당, 6번 정의당, 7번 우리공화당 등 순으로 기호를 받게 된다.

비례대표 후보를 낸 35개 정당이 모두 선관위의 서류 검토를 통과할 경우 투표용지 길이는 48.1cm다. 지금까지 역대 최장 투표용지는 21개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냈던 20대 총선으로 길이가 33.5cm였다.

특히 이번 선거에선 2002년 지방선거에서 개표기가 등장한 이래 18년 만에 수개표로의 전환이 불가피해졌다. 개표에는 ‘투표지 분류기’와 ‘심사 계수기’ 두 기계가 동원되는데 투표지 분류기는 정당 24개, 34.9cm 길이의 투표용지까지 넣을 수 있고, 심사 계수기는 정당 39개, 52.9cm 길이까지만 사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번 비례대표 투표용지 개표에선 투표지 분류기는 사용할 수 없게 됐다.

따라서 개표 결과 발표도 지연될 수 있다. 19, 20대 총선에서 개표에 걸린 시간은 각각 6시간 23분, 7시간 50분으로 총선 다음 날 0시 23분과 오전 1시 50분경 개표 결과가 발표됐다.

전문가들은 세계 정당사에서 비슷한 사례를 찾기 어려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탓에 정당이 난립하게 됐다고 지적한다. 1948년 초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48개 정당이 난립한 적이 있다. 21대 국회에서 부작용을 막기 위한 선거법 개정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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