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농약상, 전산 기록·보존 적응 어려움 여전히 수기 작성
구체적 지침 없고 판매상간 정보 공유도 안 돼…제도 모르는 농가 많아
세부 운영 매뉴얼 마련 시급, 중복 구매 막을 안전장치 필요

[무안신문=김나인 기자] 올해 1월부터 농약 판매정보의 전자기록이 의무화됐다. 하지만 일부 농약판매상이 바뀐 규정을 준수하지 않는 데다 농민들도 제도 시행을 모르는 경우가 많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농약 판매정보의 기록·보전을 의무화한 ‘농약 안전관리 판매기록제’를 시행했다. 또 올해부터는 농약판매상이 구매자의 이름·주소, 농약의 품목명·판매일자 등 8가지 농약 판매정보를 컴퓨터 등 전자방식으로 의무적으로 기록해 3년간 보존하고, 이 정보를 농진청에 제공하도록 했다. 하지만 농약판매상이 판매정보를 농진청에 전송하려면 농진청이 개설한 농약안전정보시스템에 가입해야 하지만 고령의 농약판매상과 일부 농약판매상은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아 여전히 수기로 농약 판매정보를 작성하고 있다.

그나마 기존부터 컴퓨터로 판매정보를 관리하던 농약판매상과 지역농협은 바뀐 제도에 잘 적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약판매상들은 전자기록 의무화에 대한 구체적인 행동요령이 없다고 말한다. ‘농약 판매기록 등의 방법 및 농약안전정보시스템 운영요령’은 지난해 12월 농진청이 제정해 발표했지만, 세부내용을 담은 매뉴얼이 아직까지 마련되지 않았다.

농약구매자인 농민들도 제도 시행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농민이 농약을 구매하려면 농업경영체 확인을 위해 농약판매상에게 개인정보이용동의서를 작성, 구매 정보를 농진청에 제공해야 하는 데 이 과정에서 농민들이 농약판매상들과 마찰을 빚는다.

애초 농약 판매기록제 제정 목적은 ‘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PLS)의 전면시행에 발맞춰 농민들에게 가장 효과적인 농약을 추천·판매함으로써 농산물의 안전성을 높이는 것’이었다.

하지만 판매기록제 시행으로 농약판매상이 농민들의 재배작물에 등록된 약제만을 판매할 것이라는 기대는 현실과 동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부분 농민은 주작물과 별도로 다양한 작물을 소규모로 재배한다. 농업경영체 정보에는 등록되지 않은 작물이라도 농민이 재배한다고 하면 농약판매상은 요구하는 농약을 팔 수밖에 없다.

또한, 농약판매상간 정보가 연계되지 않아 농민들이 동일 농약을 이곳저곳에서 구매하는 것을 막지 못하는 점도 문제다.

농약관리법은 판매정보를 기록·보존하지 않거나 판매정보를 미제공(또는 거짓제공)한 판매업자에게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토록 규정하고 있다. 또 거짓 또는 부정한 방법으로 개인정보를 요구한 업자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그런데도 농진청은 제도 시행 이후 단속을 실시하지 않고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농진청은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한 직후부터 바로 감독하고 과태료 처분을 내리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올해 1년은 농약판매상을 계도하고 지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운영상황을 지켜본 뒤 농진청에 대한 정보제공 방식 등에 관한 세부사항을 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제도의 미비점을 시급히 보완하지 않으면 과잉입법과 제도 자체가 사문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따라서 농약판매상과 농민들의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세부 운영 매뉴얼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또 농민들이 비슷한 성분의 농약을 중복 구매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마련도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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