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급여 조건만 채우고 관둬…실업급여 수급자 사상 최다
놀아도 ‘취업 수당’, 직장 퇴직하면 ‘실업수당’ 등 실업 부추겨
중소기업은 인력난 고용정책 ‘엇박자’, 실업수당 대신 중소기업 지원책 전환 필요

[무안신문=박금남 기자] 중소기업들이 고질적인 구인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신입직원들이 입사 후 1년을 넘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1년 근무한 뒤 해고당하면 4개월 동안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어 장기 근속 근무를 기피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 이렇게 되면서 청년 실업률은 최근 5년 새 9%를 웃돌 정도로 심각한 반면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구인난을 호소하는 이상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실업급여를 노리고 회사를 옮겨 다니는 일명 ‘메뚜기 취업족’들은 구직활동을 증명하기 위해 이력서만 내고 면접 장소는 물론 합격 후에도 나타나지 않는 ‘노쇼(no-show)족’이 급증하면서 중소기업 인력난을 더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최근 극심한 청년 취업난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 3곳 가운데 2곳은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다.

최근 한 포털의 설문조사를 보면 중소기업의 인사담당자들에게 최근 1년 내 채용했던 신입사원 중 퇴사한 직원이 있느냐고 물은 대답에는 10명 중 7명인 74.5%가 ‘있다’고 답해 중소기업에 취업해도 1년 이내에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실업급여 수급 자격을 얻기 위해 설명회를 들으려는 구직자들은 많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실업급여 지급액은 전년 대비 25.4% 증가하며 사상 처음으로 8조원(8조913억원)을 넘어섰다. 실업급여 확대정책이 재취업을 유인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고용 미스매칭’을 부추긴다는 것이 현장의 불만이다.

신입직원 대부분이 1년 안에 회사를 그만두는 자발적 실업이 아니라 구직을 유인하도록 정책을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중소기업 사장들은 현 정부의 실업급여 정책이 구직자들의 취업 의지를 꺾고 있다고 말한다.

중소기업 A 사장은 “인력 채용공고를 내면 이력서는 꾸준히 들어오는데 면접장에 오지 않거나 최종 합격한 뒤 출근하지 않는 일이 많다”며 “고질적인 인력난 반복이 인력 운용의 예측 가능성까지 떨어져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A 사장은 “들고나는 직원들 때문에 수시로 채용공고를 고용노동부의 고용정보시스템 ‘워크넷’에 내면 입사지원서를 낸 경우가 많지만 일자리를 구하려는 것이 아니라 구직활동을 했다는 증명을 남길 목적이 크다”고 덧붙였다.

실업급여 수급자로 인정받으려면 기존 직장에서 최소 180일(고용보험 가입기간) 이상 일한 뒤 ‘비자발적으로 퇴사했다’는 점을 확인받고 거주지 고용센터에 실업신고를 해야 한다. 워크넷에 구직등록을 하는 등 규정에 따라 수급자격 인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 특히 몇 주 단위로 구직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받는 게 중요하다보니 서류만 내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실업급여는 자발적인 퇴사자는 원칙적으로 수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러나 대다수 중소기업 대표들은 퇴사자가 사정하면 실업급여를 받도록 해준다. 회사에 손해되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에서 근무했다는 최 모 씨(무안읍)는 “1년 근무하고 회사와 협의해 퇴직했는데 실업급여 신청에 성공해 매월 160만원 정도 4개월 실업급여를 받고 있고, 친구도 실업급여를 받으면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단기 근로자들도 실업급여 대상에 포함되면서 아르바이트업계에서도 이런 현상이 만연해 있다.

실업급여 제도를 이용하는 구직자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10월 관련 법 개정으로 수급대상은 기존 ‘이직 전 18개월 동안 180일 이상’ 근무자에서 ‘24개월 동안 180일 이상’ 근무자로 확대됐다. 초단기 근로자들도 실업급여를 신청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수급액은 퇴직 전 평균 임금의 50%에서 60%로, 수급기간은 90~240일에서 120~240일로 확대됐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누적 실업급여 지급자 수는 144만4,000명에 달했다. 전년(131만5,000명) 대비 9.8% 증가하며 사상 최다치를 경신했다.

한편, 인력수급이 어려운 데는 ‘구직자들의 높은 눈높이’ 때문이다.

구직자들은 직업을 선택하면서 대기업을 선호한다. 중소기업의 경우 ‘낮은 인지도’와 ‘낮은 연봉’, ‘복지제도 불만족’, ‘근무환경’, ‘넓은 업무영역’ 등으로 취업을 기피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중소기업들은 외국인 근로자 없이는 기업을 운영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생산·현장직 영세 중소기업들은 50%가량이 외국인 근로자여서 이들이 없다면 중소기업은 올 스톱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우리 경제를 마비시킬 수 있다는 점이 크다. 특히, 외국인들이 장기적으로 근무할 수 없어 기술을 익혀 쓸만하면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도 중소기업들의 애로사항이다. 청년들의 중소기업 기피는 만성적인 일손 부족에 시달리는 중소기업들로서는 기술자 및 전문인을 양성할 수 없어 당장 현실만 근근이 운영해 간다는 점도 중소기업들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실업급여 제도와 관련해 중소기업 사장 B씨는 “말이 안 될지 모르지만 월급이 적어 중소기업 근무를 기피하는 사람들을 위해 실업급여 일부를 일정기간 중소기업에 지원해 주면 실업난을 줄이고 장기 근무를 유도하는 정책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무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