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금남(발행인)

[무안신문]

▲박금남(발행인)
▲박금남(발행인)

인간의 욕구 중 가장 기본적인 욕구는 먹는 문제다.

요즘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하다보면 한결같이 “죽겠다”고들 한다. 몸이 아파서가 아니고 경제적 어려움의 고통 때문이다. 당장 먹고 사는 것이야 근근이 이어가지만 미래가 불안하다고들 한다. 마치 모든 서민들이 집단 우울의 시대를 겪고 있는 듯 싶다.

여기에는 지난 수년 동안 국가적인 경기침체가 이어져 온 것이 큰 이유다. 하지만 우리지역으로서는 경제 축을 형성하는 농산물가 폭락이 지역 경제침체와 맞물려 있다. 투자비마저 건지지 못하는 농사다보니 희망 없는 농사 반복이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설상가상 올해 들어서는 새해 희망 계획을 내딛기도 전에 신종 코로나 전염증이 엄습해 사람들을 공포 속에 몰아넣으며 지역경기를 꽁꽁 얼게 만들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지표만 가지고 서민들의 어려운 삶을 모르쇠로 치부해 버린다.

정치는 국민 한사람 한사람의 정신건강에까지 영향을 미치지만 그들의 생존권 연장 정치에만 몰두해 있다. 대한민국이 OECD 국가 중에서 자살률이 제일 높고 출산율이 제일 낮다는 사실은 현재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미래에도 희망을 가지지 못한다는 사실의 방증이다.

우리나라는 2017년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만달러를 넘어섰다. 2018년에는 3만3,434달러를 기록했고 지난해는 3만2천달러로 하락했다. 하지만 어디서든 3만달러 체감소득은 느끼지 못하고 가계들은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국민소득 3만달러는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서 원화 가치가 상승해 달러로 환산한 소득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곧 3만달러는 환율 하락의 환영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은 중산층이라고 착각하며 살아간다. 70년대 이후 급속한 산업화가 이뤄지면서 우리는 빚으로 무늬만 중산층이 됐다. 집도, 땅도, 자동차도, 전자제품도 구매할 때는 모두 빚으로 구입한다. 때문에 자산평가를 하면 제로섬도 아닌 마이너스 가계지만 우리는 중산층이라고 말한다.

이 같은 경제적인 어려움은 나를 위시하여 우리 주변에서 늘 문제를 만들어 낸다. 크게는 국가나 회사의 경영위기에서 작게는 가정에 이르기까지 문제점이 생겨나지만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 때문에 사람들은 “죽겠다”고들 한다. 인생이 ‘문제점 봉착-해결책 찾기’의 연쇄고리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는 문제점의 가짓수도 많아졌고 구조도 복잡해 졌다. 하나를 시도해도 주변 환경의 생태계와 모두 맞물려 있어 해결책도 쉽지 않다. 가진 것이 많지만 행복지수가 낮은 것도 비교와 평가에서 비롯되고 있다.

AI(인공지능)의 두뇌를 가진 로보트 때문에 사라질 인간의 직업군에 대한 기사를 늘 접하면서 젊은층의 실업난은 인류의 멸망 도래가 빨라지고 있다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그런 가운데서도 정부의 복지정책은 놀아도 실업급여를 주는 퍼주기 정책이 중소기업들에게는 인력난만 부추기고 있다.

결국 지난 18일에는 대통령이 나서서 우리경제를 비상시국으로 보고 정부와 지자체들에게 경기를 살리는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도록 지시했다. “전례가 있다, 없다를 따지지 말고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어떤 제한도 두지 말고 예상을 뛰어넘는 정책적 상상력을 발휘해 달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정부의 특단대책이 나올 것으로 보이지만 과거의 전례에 비추어 보자면 결국 특정인에게 퍼주는 지원책에 불과할 것이고, 지자체들도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지만 경기회복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구내식당 휴무를 늘리고, 공직자들의 복지카드를 활용한 지역 물품 구매 등이 진행되고 있지만 일시적인 생색내기에 불과할 뿐이다.

문제가 크고 복잡할수록 창의적이어야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의 대책은 창의성이 늘 없었다. 농산물 폐기 반복정책도 늘 반복이었다. 정부에 대책을 요구하면 입막음으로 퍼주기 정책을 하면 그만이었다. 근본적인 대책 찾기가 없었다는 점이다.

최근 전주시가 임대 영세자업들을 위해 건물주와 임대비 인하운동을 전개해 눈길을 끈다. 우리 지역에서도 지난해 무안읍 중심가로 활력길 정비사업이 실시되면서 임대 영세업자들이 매출이 줄었다며 대책을 요구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무안신문은 공사 사업기간만이라도 건물주들이 임대비를 낮춰 받는 것도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임대업자들은 모르쇠 였다.

경기침체는 우리 경제의 윤활유 역할을 하는 서민들만 겪고 있는 셈이다. 그들은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지인에게 밥 한끼 살돈이 없어 지갑을 닫았다. 따라서 경제 침체를 살리는 정책은 서민에게 초점을 맞춘 근본 대책을 찾는 정책이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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