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소봉대, 일어탁수 과장 속 자기성찰 돌아보는 계기로도

환경농업팀장 이재광
환경농업팀장 이재광

[무안신문] 한 포털사이트를 여니 「11시 출근해 낮잠 2시간, 영화 보고 4시 퇴근하는 공무원」이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마우스를 클릭했더니 입에 담는 것조차 거북한 ’J일보‘라는 보수언론의 기사였다.

읽어 내려가니 한 마디로 우습다. 그래, 전적으로 그릇된 내용이라고 부정하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공감을 한다하기도 애매하다. 다소 침소봉대하여 과장된 표현들이 많기 때문이다.

「11시 출근해 낮잠 2시간, 영화보고 4시 퇴근하는 공무원 있다」

「세계최고 수준 전자정부인데.. 민원업무 줄어도 공무원 늘리는 난센스」

「민원인 2시간새 0명, 그 면사무소에 공무원 18명」

「文정부서 공정위 환경부 등 규제부터 공무원 급증」

「민원 핑퐁 전화 뺑뺑이... 장관보다 무서운 현장 공무원」

기사의 제목들만 보면 대한민국 공무원들은 천하의 몹쓸 놈들인 셈이다. 같은 표현도 ‘아’ 다르고 ‘어’ 다른 법인데, 이렇게까지! 며느리가 미우면 발뒤축이 달걀 같아서 나무란다는 옛말이 있다. 그래, 진보(?)색을 띄는 문재인 정부가 밉다고 행정부의 모든 공무원들이 다 밉다는 것일까? 아니면, 만만한 게 홍어 뭣이라고 총선 앞두고 공무원 집단을 흔들어야 자신들의 책무(?)를 다 한 것이라 여긴 것일까?

공무원조직을 흔드는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하여 시리즈(?) 다뤄 놓은 ‘공무원 공화국’ 이라는 기사(?)를 읽어 내려가다 내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며 18년 전 공무원직장협의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법외노조를 출범시키면서 했던 다짐들을 되새겨 본다.

그중 하나가 부정부패 척결과 조직내부의 자정이었는데, 공무원조직 구성원들 전부가 다 내 마음 같지가 않은가 보다.

기사내용과 같이 출장비와 시간외수당 몇 푼 때문에 공익요원들에게 손가락질을 받고, 이렇게 여론의 뭇매를 맞아야 하는가? 행여, 시간외수당 몇 푼과 출장여비를 급여보전을 위한 방편으로 인식하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세월호 구조 활동을 목돈 벌 기회로 생각했다는 해경간부와 다를 바가 무엇이란 말인가?

공무원과 교사들의 급여 상승폭에 비해 행정서비스 질은 그대로이고, 매년 청렴도와 친절지수는 상대적으로 낮아지고 있다는 질타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는 찰나에 이런 보수언론까지 가세를 헤서 공무원 철밥그릇 운운하며 ‘공무원공화국’ 이라고까지 비아냥대는 것이다.

공무원노조의 정치투쟁도 좋고 연금을 지키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다. 하지만, 여론을 의식해야 하고 국민을 떠받들고 섬겨야 할 조직이 공무원이기에 마냥 침묵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광역지자체를 뺀 대부분의 지자체가 2년새 인구 32만이 줄었는데, 공무원 수는 더 늘었다는 지적도 있다. 또, 공공도서관 이용객이 2명인데 안내직원이 3명이란다.

그렇다면 인구가 줄어든 것만 알지 주민들의 행정수요가 늘고 그에 맞춰 업무량이 증가한 것은 모르는 것일까? 또, 공공도서관의 수요예측은 누가 한 것일까? 지방행정이 PC모니터 앞에 앉아 키보드만 만지작거리고, 마우스만 클릭하면 해결이 되는가?

어이상실이라는 표현은 이런 경우에 쓰는 말이 아닌가 싶다. 그렇다고 ‘J일보’의 기사내용 전부를 부정한다는 것은 아니다. 내 자신 미처 헤아리지 못한 부분까지 세세하게 적시해 놓아서 이런 사례(?)도 있구나 하는 것도 알았다.

단언컨대 조직 전체가 언론의 지적과 같지는 않다는 것이다. 일어탁수(一魚濁水)와 같은 부류도 있을 것이고, 우물 안 개구리(井中之䵷)마냥 세상 물정을 모르는 부류도 있을 것이다. 어느 한 부분만을 놓고 공무원조직 전체가 그러는 양 얘기하는 것이 불쾌할 뿐이다.

그래, 지켜 볼 일이다. 그러면서 한마디 보탠다. ‘너나 잘 하세요’ 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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