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公共)기관 청렴도(淸廉度) 평가 결과를 보면서

[무안신문]

이재광 (무안군청 환경농업담당)

우리 공직자 중에도 우량감자가 아닌 불량(?)감자들이 있나 보다. 나 같은 사람은 이렇게 고고(孤高)하고 깨끗한데,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으니 이런 결과가 나온 거겠지! 그렇다면 그 문제가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작년에도 최하위였다. 내부청렴도가 2등급이고, 외부청렴도는 5등급이었으니 말이다. 그러고 나서 다 같이 잘해 보자며 결의를 다지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떠들어도 보았다. (756호 11면 참고) 그런데, 그게 그리 쉽지가 않은가 보다.

엊그제 국민권익위원회가 전국 609개 공공기관에 대한 2019년도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청렴도가 3년 연속 상승한 것과는 다르게 우리 조직은 내부청렴도 3등급, 외부청렴도 4등급으로 종합청렴도 4등급이라는 실로 부끄러운 성적표를 받았다. 그래, 1등급은 어렵더라도 2~3등급도 요원(遙遠)하다는 말인가?

사실, 매년 이런 평가 결과를 보면서 공공기관과 업무 경험이 있는 국민들이 평가를 하는 외부청렴도 평가 때문에 어렵다고 숨넘어가는 소리를 했었고, 궁색한 변명 같지만 외부의 못된 사람들이 행정에 불만을 품고 성의 없이 설문에 임하는 바람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둘러대며 스스로를 위로했었다.

하지만, 그런 이유 같지 않은 이유는 오래 가질 못했다. 금년 평가 결과를 보면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게 될 테니 말이다. 그것은 한 단계 올려도 시원찮을 판국에 내부 청렴도마저 2등급에서 3등급으로 하락을 했기 때문이다.

그래,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라는 말인가? 적은 항상 내부에 있다는 말이 있다. 그러기에 심각성이 더하다는 것이다. 최근 몇 년간 우리는 적폐청산을 입에 달고 살다시피 했다. 하지만, 청산(淸算)된 것은 없다. 그래서 또 이런 얘기를 하는지도 모른다.

매일 아침 출근과 동시에 개인용 PC의 모니터를 켜면서 청렴 학습을 시작한다. 그리고 얼마 후에 청내 방송 스피커를 통해 들려주는 청렴 교육을 듣고, 또 누군가가 내부게시판에 올려놓은 청렴 메시지를 탐색한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다 무엇이란 말인가?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세상천지에 허물(?)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만 그래도 나는 허물이 없고자 노력한다. ‘내 것 나 먹고 네 것 너 먹으라’ 는 식의 생활방식이 남들이 보기에는 어떨지 몰라도 녹(祿)을 먹는 동안은 그렇게 살고 싶다.

혹자들은 필자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살 수 없다’하고 한다. 하지만, 나는 고기가 살 수 없더라도 오염된 채 썩어있는 물보다는 깨끗한 물이 좋다.

청렴도 평가 결과에 대한 발표가 있고 몇몇 사람들이 얘기를 한다. 예견된 결과라고! 그러면서 말을 잇는다. 지금도 우리 조직 내에는 구태의연한 사고를 버리지 못하고 처신을 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겠느냐고! 그런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젊은 직원들은 보고 배울 것이며, 그런 것들이 내부청렴도 평가로 이어진 것이라고! 그래,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그러면서 좀 더 리얼(real)하게 사례를 적시할까 하다가 접었다. 얘기를 한다고 해서 알고 안한다고 모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외부청렴도가 최하위등급에서 한 등급을 올렸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 아니냐고 되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부끄럽고 또 부끄럽다. 4등급 밖에 안 되니 말이다.

초·중·고등학교 때의 성적표처럼 수우미양가(秀優美良可)로 우리 조직의 청렴도를 표시한다면 우리네 청렴도 점수는 미(美)도 못되고 양(良)이라는 말이다. 가(可)가 아니라 다행이라는 사람이 또 있을까? 있다면 나는 그 사람한테 혀를 깨물던지 접시에 머리를 박던지, 그런 것이라도 맘껏 알아서 하라는 얘기를 해 주고 싶다.

체면을 생각하거나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을 염치(廉恥)라고 한다. 그래, 우리 새해부터는 염치를 알면서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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