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신문] “무안사랑상품권 좀 기관사 회장님들이 앞장서서 적극 활용해 주셨으면 합니다”

지난 21일 저녁 무안군 기관사회단체장 송년 모임에서 김산 군수는 지갑에서 ‘무안사랑상품권’을 꺼내 들고 상품권을 적극 좀 애용해 달라며 호소에 가까운 당부를 했다. 지역경제를 살리자는 취지다.

이 같은 군수의 상품권 애용 호소처럼 700여 공직자들은 자발적으로 얼마나 구입해 사용하고 있을까 하는 반문이 든다. 어떤 일이든 시작은 리더가 앞장서고 그 조직의 사람들이 함께할 때 탄력을 받게 되어 있다.

그런데 지역 상품권에 대해 지역 주민들의 화폐 인식이 더뎌 생각처럼 활성화가 안 되고 있다. 상품권으로 물건을 구입하면 가맹점은 곧바로 현금화하는 상황만 반복되는 실정이다.

지역 화폐 유통 목적은 지역 자금의 외부 유출을 방지하고 지역 내 소비 촉진으로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소득 증대를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다.

따라서 지자체마다 축제가 우후죽순처럼 만들어졌듯이 전남에서는 지난 2000년 여수에서 시작한 지역 화폐는 지금은 22개 전 시군으로 확대 운영되고 있다.

올해 전남 22개 시군에서 발행한 지역상품권은 1,108억원에 이른 것으로 집계된다. 농어민 공익수당이 지역 화폐로 지급되는 내년에는 22개 시군에서 2,5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하지만 정작 주민들은 화폐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어 지역 화폐만 늘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없지 않다. 그나마 고령층은 홍보를 통해 조금씩 현금 인식이 늘고는 있지만 현금 없이 카드를 가지고 살아가는 젊은 층에게 상품권은 남의 일처럼 여겨지고 있다. 따라서 일부 지자체는 충전으로 사용되는 카드 상품권을 도입하고 있다. 영광군과 담양군이 모바일 상품권 발행을 시작했고, 완도군도 카드와 모바일 상품권 도입을 준비 중으로 알려졌다. IC 카드 단말기가 있는 점포는 어디서든 사용 가능해 종이 상품권처럼 가맹점 확대에 목맬 필요도 없다는 게 모바일 상품권 도입 취지다.

무안군은 지난 7월부터 무안사랑상품권 20억원을 발행했다. 상품권은 농협 군지부, 지역 농협, 축협에서 구매할 수 있고, 관내 음식점, 마트, 학원, 병원 등 1,230개소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다. 상품권 구매 한도는 1인당 월 50만원, 연 600만원을 초과할 수 없다. 가맹점은 월 1천만원, 법인 3천만원까지 이용 가능하다.

그 후 4개월이 지난 11월말 현재 전체 48%인 9억3천원을 판매했다. 시각에 따라 선방했다와 저조하다는 평가가 엇갈린다. 판매 저조에는 군민들의 화폐라는 인식이 낮다는 점이 가장 크지만 타 지자체와 비교해 할인율이 낮은 점도 한몫했다.

이에 따라 무안군은 상품권 국·도비(4%) 지원과 상품권의 조기 정착 활성화를 위해 관련 조례를 개정, 지난 11월18일부터 2020년 1월31일까지 6%∼10% 특별할인 판매에 들어갔다. 평상시 3%, 명절 등 특별할인 시 5% 할인에 비하면 두 배 이상이 높아 연말·연초 판매액은 급속히 증가할 전망이다.

문제는 할인 폭이 커져 특정인을 동원하여 싸게 상품권을 대량 구입해 되파는 이른바 ‘상품권깡’으로 차익을 챙기는 사람들이 없지 않다는 점이다. 1인당 월 한도 구입 50만원에 할인율 10%라면 한달에 5만원의 차익이다. 실제로 현재도 일부 소규모 가맹점에서 한달 최대 한도사용 1천만원을 모두 사용되는 가맹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화폐 부정 유통 우려를 떨치지 못한 상태에서 지역경제 활성화 취지로 할인율만 높여 상품권깡의 먹잇감이 되는 상황을 대처해야 한다.

무안군은 내년 상반기 중 상품권 개인구입 판매가 모니터링되는 조폐공사 통합시스템을 도입하면 상품권깡은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지만 사람 열 명이 도둑 한 사람 지키기 어렵다.

지역 화폐 판매액에만 목 맬 게 아니라 부정사용을 줄이고 제대로 쓰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국·도비, 군비가 부정한 유통으로 이득이 돌아가지 않도록 대책마련도 시급하다. 특히, 시군에서는 경쟁적으로 지역 화폐 발행액과 판매액 홍보에만 급급한 실적 평가는 안 된다.

내년에는 지자체들이 상품권 발행을 대폭 늘린다. 무안군도 제2금융권까지 판매·환전 업무를 늘리고, 무안사랑상품권을 올해보다 6배 늘어난 120억원 발행한다. 이중 농어민수당(77억5천만원), 공무원 복지포인트, 각종 정책지원금 등을 상품권으로 지급하기 때문에 실제 군민이 구입 이용 상품권 액수는 올해와 별반 차이는 없어 보인다.

무안사랑상품권은 지방 분권적 경제 살리기 운동이다.

저성장 침제경제 속에 무안군 지역 화폐 사용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뗐다. 이용자는 지역에서 돈을 씀으로써 할인 혜택을 누리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매출이 늘어나고, 이를 통해 지역 경제마저 활성화된다면 지지체 경제 실현에 한발 다가서는 일이다. 따라서 주민들의 적극적인 동참과 연말연시 갖는 각종 행사에서 상품권 사용의 확대, 그리고 무엇보다 공직자들의 자발적 구입 애용이 지역상품권 활성화에 절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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