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집행’ 연중 닦달 “누굴 위한건가?”
‘사업 성격’ 등 따지지 않고 조기 집행 독려만
‘지방시군 재정집행 빨간불’.... ‘전남 시군 재정 절반만 집행’

[무안신문] 상반기 여섯 달만 열심히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이제는 그것도 아니라고 한다.

예산 조기집행, 재정 신속집행, 재정 균형집행, 지방 재정집행…. 부르는 이름만 조금씩 다를 뿐 그것이 그것 같은데, 벌집을 건들듯 무엇 때문에 이리 운을 떼는 것일까? 이리 안 해도 알아서 할 텐데! ‘잘하니 못하니’ 하면서 채찍질을 하려드니 일선에 근무하는 사람들로선 골머리만 아플 뿐이다.

그래 지방언론들이 이리 장작불의 쏘시개 역할을 하면서까지 시군별로 줄을 세우려하고 길을 들이려는 이유가 무엇일까? 만만(?)하니까? 아니면 자신들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그 의도가 궁금할 따름이다.

사실 민간이나 외부에 지급하는 사업비가 되었건 기관의 운영비가 되었건 집행사유가 발생하고 지급 시기가 되면 의레 알아서 할텐데 말이다. 이리 나오는 이상 긴장을 안 할 수가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맨 처음 시작했을 때는 조기(早期)집행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그래서 조기(굴비)를 잡자며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그러다가 신속(迅速)집행, 균형(均衡)집행, 이제는 재정(財政)집행이라 한다는 것이다. 중앙부처에 근무하는 엘리트(?)들답게 갖다 둘러 붙이기도 참 잘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건 그렇고 재정집행 얘기가 나오면 다른 곳은 몰라도 농업부서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주눅이 들 수밖에 없고, 부단체장한테는 항상 미안해 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관리자 위치에서는 타 지자체와 비교를 할 수밖에 없기에 소속 구성원들에게는 좋은 얘기만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런 사정을 구성원들 또한 알기에 항상 어렵더라는 것이다.

농정부서의 예산은 민간 자본보조나 경상보조 성격이 주를 이루기에 집행시기가 하반기나 연말을 앞둔 시기가 되다보니 생각해 낸 것이 본예산 보다는 추경예산에 소요예산을 편성해 집행해 왔는데 이제는 이마저도 녹록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경기 둔화로 위축된 지역경제와 민간부문에 활력을 넣자며 연중 재정 집행을 독려하며 줄을 세우기 때문이란다.

예산 집행에 대한 얘기를 하자면 사연이 많다. 초창기 (공무원노조에서) 좀 더 가열 차게 저지(?)투쟁을 전개했었더라면 지금쯤 이렇게 까지는 되지 않았을 것 같기에 말이다. 사실, 잘 짖지도 못하는 강아지도 자꾸 건들다보면 더 사나워지듯 너무 안이하게 대처하는 바람에 복병(伏兵)을 만난 것 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란다.

‘노가다 십장(?)’같은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고 건설사업 조기발주와 함께 선급금을 지급하라면서 시작했던 시책(?)인데,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박근혜 정부에서도 계속 이어지더라는 것이다. 문제는 진보(進步)정권이라 일컫는 문재인 정부까지 구태의연하게 여겨왔던 이런 행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상반기만 닦달을 했기에 몇 개월만 쌈박하게 밀어 붙이면 되었는데, 현 정부에서는 연말까지 이리 채찍질을 가하며 닦달을 하려 든다. 솔직히 당해낼 재간이 없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촛불을 들어서 세운 정부인지라 울며 겨자 먹듯 핀잔을 들어가면서도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옳은 말 하고 싶을 때 많지만 문재인 정부 비난 않겠다.” 얼마 전 필자가 접한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온 모 대학의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님의 칼럼이다. “옳은 말을 하고 싶을 때가 많다. 하지만 옳은 말이 항상 좋은 결과를 이끄는 건 아니다. 자신이 ‘정의롭다’라는 만족감을 주기는 하지만 그것이 사회 전체에 정의로운 결과를 이끈다고 확신할 순 없다. 전체를 고려하면 때론 참아야 할 때도 있다.”

비단 이 교수님만 이런 생각을 할까? 진보진영의 지식인들 대다수도 이와 비슷한 생각을 할지도 모르기에 현실 문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얘기가 조금은 빗나갔다. 재정 조기집행도 그런 게 아닐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고, 어차피 해야 할 일이기에 두어 달 남은기간 번거롭고 신경이 쓰이더라도 바짝 신발 끈 조여 매면 가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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