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보조금 혜택 축소 농산물 생산기반 붕괴”
양파, 쌀, 마늘 등 관세율 낮아져 수입 증가
이총리 “개도국 특혜 포기, 농업 체질 개선 출발로 삼아야”
농민들, 정부 위기 때마다 내 놓은 정책 ‘유야무야’에 불신 커

[무안신문=박금남 기자]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를 지난 10월 25일 포기함에 따라 농업의 막대한 타격이 예상된다.

특히, 전국 최대 쌀 생산지인 전남도는 개발도상국이라는 수출입 방어장벽의 붕괴로 인해 농산물 가격 폭락 등 관련 종사자들의 생존권 보장을 위협받게 됐다.

그동안 우리나라 농업분야는 WTO 개발도상국 지위를 유지하면서 ‘정책 보조금과 관세’ 혜택을 받아왔다. 하지만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면서 향후 WTO 협상이 이뤄지면 선진국 수준으로 정책보조금을 축소하고 관세율을 낮춰야 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5년부터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며 WTO가 정한 정책보조금 한도인 연 1조4900억원을 농가에 지원했다. 그러나 개도국 지위 포기에 따라 WTO협상이 이뤄지면 5년간 순차적으로 8195억원, 45%수준으로 감축해야 한다. 농업 보조금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전남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또한, 값싼 수입농산물의 공세를 막아왔던 관세 장벽도 낮춰야 한다.

개도국 지위 유지 당시 우리나라는 수입농산물을 특별, 민간, 일반품목으로 분류해 관리해 왔다. 하지만 선진국 지위를 얻게 되면 특별품목은 폐지되고 민간·일반품목으로만 관리돼 고율 관세를 부과했던 5%대의 특별품목은 민간·일반품목 수준으로 관세율을 낮춰야 한다. 우리나라가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농산물인 쌀과 고추, 마늘, 양파 등은 특별품목으로 관리해 고율 관세로 국내 시장을 지켜왔지만,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면 이들 품목은 5년에 걸쳐 최대 1/3수준까지 관세율을 낮춰야 한다.

이렇게 될 경우 수입농산물의 저가 공세를 막을 수 없다.

지역농민회와 정치권은 사실상 정부가 농업 포기를 선언한 것과 다름없다며 관련 종사자들에 대한 피해 보전 등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은 성명에서 “20년간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는 동안 어떤 전망도 하지 못한 정부는 결국 농업을 파탄 내고 말았다.”며 “정부의 WTO 개도국 지위 포기 선언은 농업 포기 선언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 생명을 책임지는 농업을 단순히 외교적 거래의 양보 산업 정도로 여기는 통상 관료들이 있는 정부에서 개발도상국 지위 유지를 기대하는 것은 사치였다.”며 “식량자급률 24%에 머물고 있고, 사서 먹으면 된다는 이들이 말하는 농업의 미래가 뻔하기에 정부의 모습이 우스울 뿐이다”고 지적하고 대책을 촉구했다.

이번 개도국 포기 결정은 미국의 영향이 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월 26일 경제적 발전도가 높은 국가가 WTO 내 개도국 지위를 이용해 특혜를 누리고 있다며 WTO가 90일 내 이 문제에 실질적 진전을 이뤄내지 못하면 미국 차원에서 이들 국가에 대한 개도국 대우를 일방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마감 시한은 지난 10월23일까지였다.

정부는 “결정이 늦어질수록 대외적 명분과 협상력 모두를 잃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커 국익 차원에서 판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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