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응 위한 체험학습과 취업교육 실시

전맹학생·준맹학생·교정시력이 0.04이하로 앞자리에 앉아도 칠판글씨나 일반 교과서를 보기 어려운 저시력(약시)학생·질병이나 사고로 시각장애인이 되어 일반 학교생활이나 사회생활을 하기 어려운 학생과 성인들이 모여 수업을 받고, 나아가 취업교육까지 함께 받게 되는‘은광학교(교장 이성백·교감 제도현)

은광학교는 전남에서 하나뿐인 시각장애 유·초·중·고등부 특수교육기관으로 전남 영암군 삼호면 산호리에 위치하고 있다.
하지만 시각장애아라고 해서 모두가 이 학교에 취학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취학 가능한 학생은 ‘전라남도 특수교육 운영위원회’와 ‘전라남도 영암군 특수교육 운영위원회’의 협의를 거쳐 선정·배치 받은 자로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 일반인들이 생각하기에 특수학교라고 하면, 교육과정이 일반학교와 다르다고 여길 수도 있으나 오히려 은광학교 학생들은 일반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교육과정을 이수하는 것 외에도 더 많은 것들을 보고 배운다.

먼저 은광학교에 가장 먼저 입학하게 되는 유치원생들은 화장실 사용법, 옷의 식별, 옷 입고 벗기, 옷정리하기, 계단오르내리기, 이닦기, 여러 가지 인사법, 물체의 무게, 젓가락 사용법, 실내에서 방향찾기, 감각놀이, 사물의 용도, 소리 찾기 등 시각장애인으로 알아야 할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익히게 된다.

초등학생들은 시각장애인들이 공부를 하기 위해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필수요인인 점자익히기, 감각·운동·지각 훈련, 심리·행동 적응 훈련, 스스로 밥 먹기, 컴퓨터 교육, 책을 읽고 생각하기 등 일상생활의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는 기초 능력을 기르고,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다양하게 표현하는 경험들을 배우게 된다.

특히 초등학생들은 시장에 가서 물건 구입하기, 은행에 가서 통장만들기, 면사무소를 방문해 복지카드와 주민등록증 발급하기, 내 고장 목포의 지역 유적지탐사 등의 체험학습도 겸하게 된다.
중학생들은 초등수업을 연계교육하며, 이외에 언어·청능 훈련 등의 학습을 중점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고등학생들의 교육과정은 일반실업계 고교와 비슷하게 이루어진다. 하지만 실업고 처럼 컴퓨터 등의 일반자격증을 획득하는 교육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료수업’을 한다.

이료수업이란 침시술, 한방, 전기치료, 침구, 지압, 안마 등의 기술을 수업시간에 익히는 것으로, 은광학교의 고등부 과정을 이수한 학생들에게는 ‘국가공인 안마사자격증’이 주어진다.
졸업 후 학생들은 이 자격증으로 각종 안마 관련 업소에 취직을 하게 돼, 직장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또 여기서 배운 기술로 고등부학생들은 화요일에는 ‘한라 삼호중공업’에 가서, 목요일에는‘목포시 용당 2동 주민자치센터’에 가서 노인들에게 무료 시술 자원봉사 활동도 하고 있다.

특히“삼호중공업에서 이루어지는 안마시술은 기업내 의무실에서도 안마가 활성화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실시하고 있다”고 은광학교 이료담당 김동복교사는 말했다.
은광학교학생들은 방과후 동아리 활동으로 풍물반 방송반 기독동아리반 활동을 하고 있다.
이중 풍물반(지도교사 하종순)은 정기적으로 매년 북춤 난타 사물놀이 등을 공연하고 있으며, 각종 공식행사들에 찬조출연, 전국 학생 풍물경연대회 등에도 출전하는 등 우수한 실력을 보이고 있다.

특기적성교육으로는 밴드부 양악레슨 국악레슨 조소 등 시각장애아들의 수준에 맞는 특기들을 선택해 실시하고 있다. 밴드부 관·현악부는 화요일과 목요일 일주일에 두 번씩 해역사 해군악대가 방문해 지도해 주고있어 학생들의 관심을 높이고 있다.
은광학교 학생들의 체육수업은 볼링 수영 골볼 등으로 소리를 듣고 할 수 있는 경기들로 이루어진다. 골볼이란 볼 안에 소리종이 들어있는 것으로 볼이 굴러가면서 내는 소리를 듣고 학생들이 공의 위치를 파악해 경기를 하는 것이다. 이 골볼경기로 은광학교 학생들은 오는 19일부터 20일까지 열리는 전남장애인 체전에 참가한다고 한다.

또 은광학교 학생들은 지난해 SK 텔레콤 주관‘정보화검색대회’에서 두 명의 학생이 금상을 수상해, SK텔레콤에서 보내주는 해외연수도 다녀왔을 정도로 컴퓨터 활용 능력도 대단하다. 은광학교의 컴퓨터 수업은 음성인식 프로그램을 사용해 이루어지며, 모든 학생들은 수업을 위해 컴퓨터 자판 하나 하나 까지도 세밀히 암기하고 있다.

은광학교 학생들의 수업은 저시력 학생에 맞는 교육기자재인 학습교과서 확대기인 CCTV, 점자책, 확대교과서, 각종 저시력 도구들을 사용해 이루어진다. CCTV라는 것은 교과서의 글자를 개개인의 시력에 맞게 확대시켜 보여주는 것으로, 현재 이 기기는 7대 정도 보유하고 있다.

1년에 한번씩은 서울에 있는 실로암 안과병원에서 무료안과 검진을 나와서 시력을 되찾을 수 있는 희망이 조금이라도 있다고 판정되는 학생들은 무료로 수술도 해주고 있다.
시각장애인이라고 해서 모두 고등학교를 마지막으로 학업을 중단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도 이곳 은광학교의 대학진학률은 10%로 갈수록 증가하고 있으며, 이곳을 졸업해 연세대를 거쳐 미국 피바디대학교 대학원 특수교육박사학위를 취득해 현재 광주 조선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중인 김영일박사와 같은 훌륭한 선배들도 여럿있다.

은광학교는 현재 86명의 전교생과 31명의 교사가 함께 생활하고 있으며, 인근지역을 제외한 학생들 대부분이 학교 위쪽에 있는 사회복지시설‘목포광명원’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며 지내고 있다. 은광학교를 거쳐간 학생들은 인생의 황금기라고 할 수 있는 청년기를 적게는 3년 많게는 12년이란 긴 시간을 이곳에서 친구·선생님들과 함께 보내기 때문에 이곳을 친정처럼 여겨 졸업 후에도 자주 들른다고 한다.

은광학교 학생들은 모두 국가지원으로 무료 수업을 받게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선생님들과 학생들은 많은 학습매체가 없다는데 많은 아쉬움을 갖고 있다.
일반교과서를 점자책으로 만들면, 그 분량이 무려 3배로 불어나는 것은 물론, 비용도 많이들어 예산상 애로를 겪고 있다며, 교과서확대기인 CCTV기구를 후원해 줄 사람을 아쉬워했다.

이성백 교장은 장애아를 둔 부모들이 장애를 부끄럽게 여겨 감추거나 심지어는 외부와의 접촉을 꺼려 이들의 원활한 교육의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장애는 결코 부끄러운 것이 아니며 다만 불편할 뿐 정상인과 똑같은 권리를 가지고 있으므로 이들을 보다 빨리 특수 교육시설에 입학시켜 정상인과 똑같은 사회일원으로써 교육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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