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필독서처럼 되어 버린 봉순이 언니

우리들은 어렵고 가난할때는 주위사람들과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을 이해하고 사랑하다가도 여유가 생기면 왜 그런걸 다 잊어버리게 되는 것일까?

작가 공지영씨와 같은 세대로 성장해온 사회적 배경들이 글을 읽는 동안 하나하나 되살아 난다. 공장 근로자, 난쟁이가 쏟아 올린 작은 공, 시내버스안내양, 5.18과 고3 최루탄, 식모, 혼식장려, 음악다방 D.J …

마음을 아리게 하는 추억의 단어들이다.

얼마전에 내린 비때문인지 진흙탕에 발이 푹푹 빠져 내 꽃 고무신 위로 젖은 흙의 감촉이 선명했다.
초여름이였을까, 벌판처럼 펼쳐진 논에서 개구리들이 울고 있다.
“엄마, 봉순이 언니는 우리 식구 아냐?”
밤이 이슥해서 걸음을 서두르는 어머니에게 끌려가듯 걷다가 내가 물었다.
“아니긴, 우리식구지.”
“그런데 어디에서 어디로 도망친거야?”
그래도 친정붙이 집에 온다고 가지색 낡은 벨벳 한복을 꺼내 입은 어머니는 나를 보고 방긋 웃더니,
“아무일도 아니야. 봉순이는 우리 식구야. 짱아, 저기 별들 참 곱지?”

이 글을 읽는동안 밤하늘의 별들이 금방이라도 내 가슴에까지 쏟아져 내릴것만 같은데

“아주머니 저도 가면 안될까유? 옆집할머니가 집 봐준다고 했는데...
다음엔 안 따라 갈게유.... 그냥 이번 한번만....”하지만 엄마는 대답했다.
“짱이 새로 산 원피스 입혀라!”
“쟤가 너무 잘해 주었더니 이제 머리 꼭대기까지 올라오려고 하네.... 어디라고 지가 따라나서, 나서길. 주제를 알아야지, 참, 너무 잘 대해 주어도 안돼...”

이 아랫동네 와서 나는 너무 많은 것들을 잃어버렸다. 돈이 있으면 사탕처럼 집을 살 수 있고, 돈이 없으면 그 집에서 쫒겨날 수도 있으며 그리고 우리 봉순이 언니 조차도 사실은 돈을 사는 거라는 걸 말이다.

문득 꿈에서 깨어 다시 현실로 되돌아온 기분이다.

이처럼, “가난한 자에게 복이 있나니” “무소유” 이런 말들을 굳이 빌리지 않아도 봉순이 언니가 필독서처럼 된 것은 말을 안해도 모두가 느끼고 있기 때문일거다.
자기 마음속 마음의 소리를......

우리는 봉순이 언니, 짱아 엄마, 짱아 이중 어디에 속하는지 한번쯤 자기 마음을 들여다 봤으면 좋겠다.

이제 멀리서부터 꽃들이 피어 올라온다는 소식이 날마다 전해지는 계절이다.

온 국토를 꽃들이 물들여 올라오듯 많은 사람들 가슴에 사랑이 번져가는 봄이 되었으면 좋겠다.
< 서울 김 명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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