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음 우는 아이들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정원 한편 구석에서 발견된 작은 새의 시체 위에 초추(初秋)의 양광(陽光)이 떨어져 있을 때, 대체로 가을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

안톤 시나크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첫 소절이다.

여름 독기(毒氣)를 잃은 태양이 가을이다. 푸른 하늘을 배경 삼은 뭉게구름이 가을이다. 아직 한 낮 햇빛의 독기는 남았지만 예전만 못하고 과일과 곡식은 가을바람이 익히는 느낌이다.

나뭇잎은 생기를 잃어가고, 감, 대추, 밤은 누런 황달기를 보인다. 가을꽃 대명사 코스모스가 더 예뻐 보이는 석양녘부터 깊은 밤까지 목청껏 울어대는 귀뚜라미와 여치 화음도 가을이다.

이 쯤 되면 가을은 남자의 계절인 듯 싶다. 하지만 요즘은 이 가을마저도 여성들에게 강취 당할 만큼 낮아진 남자의 계절은 계절과 계절 사이 낀 환절기라는 말이 슬픈 가을이다.

여기에 가을걷이 하는 들녘 가을 역시 사뭇 다른 가을이다. 일 년 내내 농산물 가격 하락 소식 뿐, 가을걷이 속에는 알맹이 없는 가을이다.

올해 양파값 폭락으로 된서리 맞고도 “겨울에 할 수 있는 농사가 양파밖에 없다”고 모종을 붓고 인건비라고 건지겠다는 소박한 바램은 정부정책과 하늘에 달렸다.

농산물마다 넘쳐 난다는 데 촌로들은 한 번 더 깨를 털고, 고추밭도 한 번 더 수확한다.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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