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순·팔순·구순 생일 어르신 한자리에 모셔 놓고 축하잔치
올해로 8회째, 농한기 백중날 맞아 마을잔치 ‘귀감’
음력 2월1일에는 당산제, 풍년과 마을·가족의 화합·안녕 기원

[무안신문=박금남 기자] 급격한 산업화로 각박해져 가는 우리 사회 속에서도 아름답고 의미 있는 전통문화를 자연스럽게 승계해 가면서 마을 주민화합은 물론 경로효친을 이어가는 마을이 눈길을 끌었다.

지난 15일 광복절인 이날 현경면 양학리 모촌마을(이장 박선도)에서는 마을주민 200여명이 모여 올해 칠순(70), 팔순(80), 구순(90)을 맞은 어르신 9명을 한자리에 모셔 놓고 생일잔치를 열어 축하하는 ‘제8회 모촌마을 백중행사’가 열렸다.

백중(百中)은 음력 7월 15일로 세벌김매기가 끝난 후 여름철 농한기에 휴식을 취하는 농민들의 여름철 축제 였다. 이날 조상들은 음식과 술을 나누어 먹으며 백중놀이를 즐기면서 하루를 보내던 농민명절이다.

따라서 음력 백중날(7월15일)을 맞아 모촌마을은 이날 마을 어르신을 비롯한 남녀노소가 한자리에 모여 생일 축하연으로 마을의 화목과 어르신들에 대한 만수무강 기원 및 경로효친사상을 고양했다. 2012년 시작된 모촌마을 백중행사는 당해 년에 칠순, 팔순을 맞는 어르신에 대해 가족들이 생일잔치를 열어 주는 것과 별도로 백중날 다시 한번 더 생일잔치를 열어 축하하는 마을잔칫날이다.

지난해까지 칠순과 팔순 20명이 백중날 생일잔치를 가졌다. 올해 8회째를 맞아서는 장수 어르신이 늘면서 구순(90)까지 포함했다. 당해년에 칠순, 팔순, 구순을 맞는 어르신 자녀들이 백만원 가량을 마을에 후원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전통이 됐고, 이 돈을 모아 마을 이장(박선도), 개발위원장(박병일), 부녀회(회장 전정례) 등이 행사를 준비해 마을잔치가 열린다.

이날도 마을 숲에 뷔페를 마련해 마을 주민 200여명이 한자리에 모여 노래자랑과 함께 음식을 나누는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됐고, 김산 군수를 비롯한 박성재 군의회 부의장, 조수정 현경면장 등도 함께 참석해 축하 자리가 되면서 무안군 대표 백중행사로 자리를 잡게 됐다.

특히, 백중 행사 때는 대도시에 살고 있는 자녀들이 부모님의 생신을 다시한번 축하하기 위해 참여하게 돼 마을 어르신들을 뵙고 마을사랑에 대한 의미가 커진다는 점에서 또 다른 효과까지 거두고 있다.

박병일 개발위원장은 “우리 마을은 백중 행사를 하기 전에도 백중날 사람들이 모여 마을 풀베기 등 대청소를 하고 음식을 나누었다”면서“백중행사를 통해 마을주민 화합과 단합이 저절로 이루어져 공동화 피폐화 되어 가는 다른 마을과 다르게 사람냄새가 난다”고 마을자랑을 아끼지 않았다.

모촌마을 백중행사는 집성촌과도 무관하지 않다. 무안박씨 집성촌인 모촌마을은 현재 108호 200여명이 사는 큰 마을이다.

모촌마을은 백중행사와 별도로 풍년과 마을·가족의 화합·안녕을 기원하는 당산제를 2년에 한번씩 영등(靈登-음력 2월 초하루)날에 지낸다. 주민들은 이날을 ‘모촌마을의 날’로 지정하여 기념하고 있다.

모촌마을 당산제 역시 여느 마을 당산제와는 사뭇 다르다. 보통 당산제는 정월 대보름에 지내지만 모촌마을은 음력 2월1일에 지낸다. 또한, 보통 당산제는 오래 지킨 큰 나무(거목)에 당산할아버지, 당산할머니라는 부부신 형태로 당산나무에 제를 지내지만 모촌마을은 특이하게 돌(거석)에 의미를 부여해 당산석에 제를 드린다. 나무가 크게 자라면 벼락이나 태풍으로 인해 없어지는 경우가 많아 나무 대신 의지할 곳을 찾아 당산석에 의미를 부여하게 됐다는 설도 있다.

당산제는 꽹과리와 징을 울리고 농악놀이로 당산신을 흥겹게 하고 마을의 태평과 풍년 그리고 주민들의 무사를 비는 순서로 진행되며, 1986년 남도문화제에서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특히, 모촌마을은 ‘2013 농어촌 신바람 놀이문화사업’에 선정돼 마을주민들로 풍물패가 구성돼 있다. 당시 30여 명의 40~60대 주민들이 전문 강사에게 1년간 북, 징, 꽹과리, 장구 등을 배웠다. 사라졌던 풍악으로 마을 놀이문화가 활성화됐고, 주민이 하나가 되면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 삶의 질도 풍성해져 마을은 활력이 넘치고 있다.

박현석 이장은 “주민들이 풍물을 배우면서 더욱 뭉치는 계기가 됐고, 지금은 당산제와 백중행사까지 더해져 산업화 사회에서 보기 드문 미풍양속 문화행사로 신명 나는 마을로 부러움을 사고 있다”면서“당산제와 백중행사를 통해 우리 전통 미풍양속을 이어가고 경로효친 사상 고취로 살기 좋은 마을로 번영을 이뤄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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