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지 생존 적정 수온 17∼18도…요즘 바다수온 28도
낙지 한접 40만원…‘연포탕’ 가격 안맞아 식당들 기피
‘무안세발낙지’ 바가지 대명사 될라…대체 음식 개발 필요

[무안신문=박금남 기자]  “같은 가격이면 낙지 한접 먹을 래, 돼지 한 마리 먹을 래”

요즘 낙지 가격을 두고 주변에서 심심찮게 나오는 말이다. 돼지 1마리(90kg) 가격이 40여만원을 감안하면 “낙지 한접과 돼지 한 마리 가격이 거의 같다”는 이야기다.

금어기가 끝난 지난 7월21일 이후 관내 식당에서 낙지가격을 물어보면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대낙지 한 마리가 2만원, 중낙지 15,000원, 치어 수준의 엄지손가락 크기만한 꽃(실)낙지 한 마리가 7,000원이다. 대낙지 한접(20마리)이 40만원, 꽃낙지 한접이 14만원이다.

올해 낙지가격이 유별난 것은 아니다. 지난해도 낙지 가격은 천정부지였다. 8월 중순에 낙지 1마리를 4만원에 구입한 소비자가 무안군청에 바가지가 아니냐는 항의전화도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8월19일 목포수협 위판장은 낙지 가격이 마리당 3만원을 넘은 것은 처음으로 대낙지 1마리 가격이 3만3,000원, 중낙지 1만5,000∼2만원 사이에서 거래됐다.

낙지는 1kg 마리 수에 따라 ‘대낙지(3마리 이하)’, ‘중낙지(4∼5마리)’로 분류된다.

이처럼 낙지가격 고공유지는 당연히 어획량 감소 때문이다. 무안낙지 어획량도 10여년 전부터 급감하고 있다.

무안군에 따르면 무안 낙지 생산량은 2008년과 2009년 30만접이 잡혔지만 2012년부터 급락 22만5,000접, 2013년 11만6,000접, 2014년 13만8,828접, 2015년 16만9,494접, 2016년 14만5,144접, 2017년엔 10만8,296접으로 줄었다. 다행히 지난해엔 다소 회복돼 15만2,971접을 생산, 122억3,768만원(접당 8만원)의 어가소득을 올렸다.

하지만 10년 전에 비하면 어획량은 절반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일부 어민들은 바다수온 상승에 따른 해양생태계 변화를 가장 큰 이유로 들고 있다. 낙지 생존 적정 수온은 17∼18도로 알려져 있지만 지난 10일 운남 성내 앞바다가 27.5도 등 요즘 바다수온은 28~29도까지 올라간다. 이렇게 되자 낙지가 온도가 낮은 깊은 펄로 들어간다는 것이다. 실제로 가래낙지(삽으로 파는 낙지) 어민들에 따르면 은신처 입구에서 죽은 어린낙지를 많이 본다는 것도 바다온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인다.

또한, 낙지 어획량 감소의 또 다른 이유로 낙지금어기를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없지 않다.

2016년부터 정부가 낙지자원 보호와 개체 수 증대를 위해 낙지 산란기 동안(6월21일∼7월20일) 포획·채취를 금하는 금어기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어획량에는 큰 효과가 없어 보인다.

금어기가 끝난 지난 8월초 관내 식당 수족관에는 어른 엄지손가락만한 치어낙지(?)를 쉽게 볼수 있었다. 한입에 넣기에도 작다. 이들 낙지는 비를 한두 번 더 맞으면 크게 자란다고 한다. 하지만 식당주인은 찾는 손님이 있어 어쩔 수 없다고 한다. 과거에는 꽃낙지로 불렸지만 요즘에는 ‘아줌마 낙지’라며 도시에서 온 아줌마들이 한입에 먹기 좋아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따라서 낙지금어기를 2∼3개월로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낙지는 5월 중순께 산란을 위해 깊은 바다로 나가는 과정에서 통발에 걸려들게 되면서 자원이 고갈되고, 금어기가 끝난 7월 하순은 낙지들이 갓 자라는 시기라 금어기를 5월부터 7월말까지 늘릴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무엇보다 치어수준 낙지를 잡는 것은 무안군과 전남도, 정부까지 나서서 낙지 어족자원 회복을 위해 금어기를 도입하고 낙지목장을 조성하고 있는 것과 배치된다. 지난해에도 무안해역에는 갯벌 낙지 자원량 회복을 위해 1억5천만 원을 투입해 갯벌낙지목장 5개소(25ha)를 추가 조성해 총 10개소 67ha로 면적이 확대됐다. 낙지목장 조성사업은 낙지 산란기인 3∼6월에 암수 낙지 한 쌍씩을 수조 내에서 교접시킨 뒤 일정하게 구획된 갯벌낙지목장 내에 포란된 어미낙지를 방류 산란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낙지는 수명이 1년으로 다른 어류에 비해 짧고 한번에 낳는 알도 평균 100개로 적어 자원량이 감소하면 회복이 쉽지 않다.

문제는 낙지 어획량 감소로 무안 특산물 ‘세발낙지’가 자칫 ‘바가지 낙지’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지역사회에서는 낙지는 귀한 손님들이나 올 때 먹는 음식이 될 만큼 비싸서 못 먹는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따라서 여름 낙지를 대체하는 ‘민어’ 음식요리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무안군 관계자는 “여러 대책에도 불구하고 낙지 생산량이 줄어 곤혹스럽다”면서 “기후변화가 낙지 어획량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면 앞으로도 어획량 감소는 불가피할 것인 만큼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무안낙지는 수온이 내려가는 9월 중순부터 서서히 잡혀 10월 하순에서 11월 초에 최대 어획량을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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