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의회 기획행정위원장 이혜자

[무안신문] ‘양파 같은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벗기면 벗길수록 속이 꽉 찬 듯 매력 있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양파는 실제로 영양소나 쓰임이 무궁무진하다. 우리 음식의 대표적인 양념 채소 가운데 하나다. 양파는 알싸한 매운맛과 단맛이 특징이다. 어떤 재료와도 잘 어울리는 채소이다. 식욕을 돋울 뿐만 아니라 생선과 육류의 냄새를 없애고 풍미를 더해준다. 단백질, 탄수화물, 비타민C, 칼슘, 인, 철 등 영양소가 듬뿍 들어 있다. 지방과 콜레스테롤을 분해하는 탁월한 효능이 있다. 그래서 양파는 약방에 감초처럼 많이 쓰인다.

양파가 몸에 좋다고 알려지면서 양파 소비가 늘었다. 그러자 양파 생산량은 수요보다 더 가파르게 올랐다. 급기야 정부는 양파재배 면적을 조절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그래도 문제는 사라지지 않았다. 지난해보다 재배면적을 줄였는데도 작황이 좋아지자 생산량은 더 는 것이다. 그래서 가격이 급락했다. 농업인은 풍년농사를 지어 놓고도 울상이 됐다. 특히 전국 양파생산의 39%를 차지하는 무안군 양파 생산 농업인은 수확하는 인건비도 못 건지는 상황이어서 근심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과연, 벼랑 끝에 선 양파생산 농업인을 구제할 방안은 없는 것인가.

물론, 농림축산식품부와 지방자치단체, 유관기관 등이 앞장서서 양파 소비촉진 운동을 벌이기도 한다. 나아가 가정에서 양파를 활용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요리법을 개발해 보급하는 등 소비촉진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 그러나 해마다 생산과잉과 가격하락 문제는 불거진다. 무슨 말인가, 단순히 식탁에서 소비하는 것만으로 양파수급 불안정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걸 시사한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동안 몇 가지 시도가 있었다. 먼저 전라남도가 양파 소비 촉진을 위해 양파즙 품질향상과 제조방법 표준화를 연구해왔다. 이와 함께, 부재료 첨가에 따른 맛 개선에 대한 연구를 하였고, 양파의 기능성 성분의 핵심인 ‘퀘르세틴’ 추출방법을 개발해 그 기술을 기업에 이전하기도 했다. 그 밖에도, 고기능성 신품종 발굴, 양파 부산물(껍질)의 산업화, 새로운 양파 가공시설 구축, 양파즙을 대체할만한 새로운 제품 유형 개발과 같은 양파소비 촉진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산학연이 힘을 합해 다음 세 가지를 더해야 한다. 첫째, 정부의 장기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양파 값 안정을 위해 양파 생산유통 지원 확대 및 소비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 가운데 하나는 공공 수매제이다. 하루빨리 도입해야 한다. 둘째, 농산물 주산지 보호 특별법을 제정하여 각 지역의 특성과 생태에 맞는 농작물을 집단화해야 공생할 수 있다. 셋째, 학계와 연구기관의 역할이다. 양파의 기능성을 부각하여 가공제품뿐만 아니라 생활용품, 향신료 같은 가공제품을 개발해야 한다.

씨 뿌리는 농업인은 누구나 풍년 들기를 바란다. 그러나 풍년농사를 지어놓고도 기뻐하지 못한 게 작금의 현실이다. 앞서 제안한 몇 가지 대책만 실행해도 농업인이 흘린 땀이 헛되지 않을 것이다. 풍년 농사가 신나는 날이 속히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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