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그대로 살린 올레길·삼색 숲 ‘일품’,
차 없는 ‘슬로시티’…날마다 일어나는 ‘모세의 기적’ ‘힐링 적지’,
낙지, 부드러운 찰감태 유명

탄도 여행은 망운면 조금나루에서 시작된다. 조금나루 해변 유원지 끝자락 선착장에서 탄도호로 이동한다. 오전 8시와 오후 3시, 하루 두 차례 운항하는 탄도호는 마을주민들이 번갈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탄도까지는 2.5㎞로 10분 남짓 물길을 따라 가면 새롭게 단장된 탄도선착장에 도착한다.
탄도선착장은 오가는 주민은 물론, 간간히 들어오는 관광객들을 맞이하는 첫번째 관문이다. 5분 정도 걷다보면 마을입구에 들어선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물은 탄도복지회관이다. 시골 복지회관 건물은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네모나지만 이곳은 예외다. 배의 형상을 한 2층짜리 건물로 2005년 10월 지어졌다.

[무안신문=박금남 대표] 탄도 여행은 망운면 조금나루에서 시작된다. 조금나루 해변 유원지 끝자락 선착장에서 탄도호로 이동한다. 오전 8시와 오후 3시, 하루 두 차례 운항하는 탄도호는 마을주민들이 번갈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탄도까지는 2.5㎞로 10분 남짓 물길을 따라 가면 새롭게 단장된 탄도선착장에 도착한다.

탄도선착장은 오가는 주민은 물론, 간간히 들어오는 관광객들을 맞이하는 첫번째 관문이다. 5분 정도 걷다보면 마을입구에 들어선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물은 탄도복지회관이다. 시골 복지회관 건물은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네모나지만 이곳은 예외다. 배의 형상을 한 2층짜리 건물로 2005년 10월 지어졌다.

◆ 탄도(炭島)

무안군 망운면에 속하는 탄도는 무안군에 속한 28개의 섬 가운데 유일한 유인도다. 현재 28가구 54명이 살고 있다. 여느 시골마을처럼 대부분 60대 이상 어르신들이 생활하고 있다. 하지만 한 때는 망운초교 탄도분교가 있을 만큼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지금은 분교가 폐교 돼서 섬을 찾는 관광객들의 쉼터로 변했다. 외지인이 들어와서 운영하고 있는 유일한 민박집이다.

탄도는 송현리 조금나루에서 2.5㎞ 남짓 떨어져 있다. 오래 전 ‘여울도’로 불렸지만 섬에 많았던 소나무로 숯을 생산해 뭍으로 보냈다고 ‘탄도(炭島)’로 불리고 있다.

하지만 면적 0.502㎢, 해안선 5㎞에 불과한 작은 섬에 나무가 많으면 얼마나 많았을까 싶다. 주민들의 땔감도 부족했을 텐데 숯을 구워 팔 수 있었을까.

본래 탄도는 여울도였다. 여울이란 하천이나 바다가 급경사를 이루거나 폭이 좁고 얕아서 물살이 세게 흐르는 곳을 말한다. 썰물 때면 물이 빠지면서 이 갯벌에 급하게 흐르는 물길이 생기는데 이것이 여울이다. 사리 때 갯벌에 물이 빠지고 열개가 생기면 갯고랑의 여울물도 무릎까지밖에 안 잠길 정도로 얕아진다. 그때 탄도 사람들은 이 열개 길을 걸어서 뭍으로 건너다녔다. 그래서 여울 섬이었다. 그래서 사리 때는 나룻배를 이용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물이 빠지지 않는 조금 때면 뭍으로 갈 방법은 오직 배밖에 없었다. 조금 때 이용하던 나루, 조금나루란 이름이 붙여진 것은 그 때문이다.

여울의 한자어는 탄(灘)이다. 하지만 여울 섬이 한자로 표기되는 과정에서 실수로 여울 탄이 숯 탄(炭)으로 잘못 기재돼 여울 섬이 숯 섬으로 와전됐을 가능성이 높다.

◆ 한때 유신마을로 불리기도

탄도마을은 새마을 운동이 한창이던 1974년, 전국에서 뽑힌 상위 10개 마을 가운데 8위에 선정됐다. 당시 이장은 청와대에 초빙됐고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았다. 마을 전경 사진물은 당시 청와대에 전시되기도 했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유신 마을’이라고 했는데, 지금은 다 잊혀져가는 동네 뒷얘기라고 전했다.

◆ 자동차 한대 없는 ‘슬로시티’

탄도는 빼어난 절경이 없는 평범한 섬이다. 편의점은 물론 상점 하나도 없다. 때 묻지 않은 자연환경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섬 마을 특유의 소박한 인심도 그대로 정겨운 남도의 섬이다.

하지만 아주 특별한 섬이기도 하다. 섬에는 그 흔한 자동차 한 대도 없다. 넋 놓고 생각에 잠겨 걸어도 안전하고 아이들이 길가에 나와 마음껏 뛰어놀아도 안전하다.

잠시 자동차 없는 세상에 살아보고 싶다면 탄도로 가라! 탄도는 느린 삶이 가능한 진짜 슬로시티다! 높은 산이 없어 해안가를 지나 숲길로 이어지는 둘레길도 걷기에 더없이 편하다. 숲길 한가운데 주민들이 직접 만든 대숲 터널은 신비롭기까지 하다.

◆ 주민이 직접 만든 ‘올레길’

탄도의 ‘올레길’은 자연을 전혀 훼손하지 않고 자연물을 이용했다. 복지회관을 가로질러 뒷길로 나가면 청정해역을 끼고 있는 모래길이 나온다. 해안을 끼고 걸으면 무인도가 한 눈에 들어온다. 야광주도라고 하는 이 무인도는 용이 여의주를 품고 있는 형상이라고 해서 여의주라고도 부른다.

해안을 따라 만들어진 데크를 걷다보면 유일한 산, 왕영산 입구에 닿는다. 해발 50m에 불과하지만 망운면에 있는 산 중 최고봉이다. 소나무 숲, 사스피레나무숲, 신우대가 우거진 대나숲 등 삼색 숲이 정겹다. 한 낮인데도 대나무 숲은 신우대가 울창해 어둡게 느껴질 정도다.

하루 힐링코스, 조금더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1박2일 가족단위 나들이 장소로 최적이다. 유독 물이 풍족한 점도 탄도만이 갖는 매력이다. 해변을 끼고 있는 한적한 곳에는 텐트를 칠 수 있는 데크도 마련돼 있어 ‘짠물 관광객’들에게는 안성맞춤이다.

다만 마을에 동네 슈퍼가 없어 생필품을 마련해서 가야한다. 물론 힐링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되레 장점으로 다가올 수 있다.

◆ 섬속의 섬 여의주 야광주도

탄도는 생김새가 용 모양이다. 그래서 탄도에는 용과 관련한 지명도 여럿이다. 용머리 해안도 있고 용샘 이름의 둠벙도 있다. 용머리 해안 앞에는 여의주도 있다. 용머리 앞 동그랗게 보이는 작은 무인도 야광주도(夜光珠島)다. 옛날에 섬사람들이 여기에 불을 켜서, 주변을 오가는 뱃길을 밝혀줬다고 붙은 이름이다.

탄도와 야광주도 사이는 물이 빠지면 걸을 수 있는 길이 생기는데 이 길을 닻줄이라 부른다. 야광주란 암흑 속에서도 빛을 낸다는 기석이다. 밤에도 빛나는 구슬. 야광주도는 그래서 여의주다. 최근 탄도는 전라남도의 ‘가고 싶은 섬 가꾸기’ 사업에 선정되는 경사가 있었다. 이제 용이 여의주까지 물었으니 탄도는 승천할 일만 남았다.

◆ 탄도갯벌 날마다 모세기적

탄도 갯벌에서는 모세의 기적보다 더한 기적이 일어난다. 날마다 바다가 통째로 사라졌다 나타나길 반복하는 갯벌. 기적이 일상인 섬이다.

탄도와 망운반도 사이 갯벌에는 썰물 때면 걸어갈 수 있는 길이 생긴다. 갯벌이 드러나는 자연현상은 하루에 3차례씩 일어난다. 다른 섬들처럼 돌을 놓아서 만든 징검다리인 노둣길이 아니라 원래부터 있던 길이다. 탄도 갯벌은 푹푹 빠지는 펄 갯벌이 아니라 모래가 섞인 혼합 갯벌이다. 더구나 이 길은 발이 빠지지 않는 자갈길이다. 그래서 걸어 건널 수 있었다. 이 갯벌의 길을 탄도 사람들은 열개라 불렀다.

◆ 낙지와 감태 농게 굴 등 생산

탄도 앞바다 광활한 갯벌은 감동적이다. 바닷물이 빠지면 청정해역 탄도만에는 게들의 군무가 시작된다.

집앞에 뻘, 뒤뻘, 머시리뻘, 밥뻘, 작은뻘, 숭치뻘 등이 있는데 이 뻘에서 감태, 낙지, 굴, 바지락, 소라, 농게 등이 난다. 감성돔 산란지여서 바다 낚시터로도 각광받고 있다.

탄도 갯벌은 1960년대까지 김장용 굴의 주산지였다. 수하식 굴양식이 보급되면서 탄도 갯벌의 토종 굴은 생산량이 줄었지만 굴은 여전히 낙지, 감태와 함께 탄도 주민들의 주 소득원 중 하나다.

근래 들어 탄도 갯벌에서 낙지도 잘 잡히지 않아 낙지잡이 수입도 줄어들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주민들은 어촌계와 의기투합하여 수 천만원을 들여 마을 뒷편에 낙지목장을 만들었다. 탄도에는 낙지 주낙배가 7~8척 정도 있고 맨손 낙지잡이는 10가구 정도다.

또한, 탄도 갯벌은 감태로도 명성이 드높다. 탄도 감태가 유명한 것은 갯벌이 기름져서다. 탄도 갯벌에는 두 종류의 감태가 자란다. 하나는 찰감태, 또 하나는 그냥 감태다. 흔히 감태는 매생이보다 식감이 거칠지만 찰감태는 매생이처럼 입에서 살살 녹을 정도로 부드럽다. 일반 감태는 곧게 뻗어서 자란다 해서 뻐드래기라고도 한다. 식감도 약간 뻣뻣하다. 반면에 찰감태는 약간 꼬불꼬불하게 자라면서 봄이 되면 잎이 파래처럼 넓어진다. 설날부터 대보름까지 나오는 찰감태를 최상품으로 친다. 이때 나오는 감태가 새순이라 더 부드럽다. 다른 지역에서는 수고로움을 피하기 위해 감태를 기계로 세척하지만 탄도 사람들은 아직도 찬물에 손을 담가 뻘물을 빼낸다. 기계로 씻으면 감태 고유의 향이 날아가 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탄도 감태 에는 그 짙은 바다 향이 살아 있다.

◆ 땅이 비옥해 농작물 실해

탄도는 땅이 비옥하고 농작물이 실하다. 양파, 마늘, 고구마, 고추 등 밭에 의지하고 있다. 탄도에서 생산되는 마늘이나 양파는 그 씨알이 다른 지역보다 월등히 크다.

큰 배가 다니기 어려워 비료를 뭍에서 들여오기가 쉽지 않아 비료도 많이 못 주는데 작물이 잘 자란다. 화학 비료를 쓰지 않은 것이 한 원인으로 보인다. 비료를 잘 안 쓰니 퇴비를 많이 썼을 것이고 그것이 땅을 살리고 땅을 비옥하게 해 농작물을 잘되게 한 것이 아닐까 싶다.

◆ 전라남도의 ‘가고 싶은 섬’ 선정

탄도는 지난해 말 전라남도의 ‘가고 싶은 섬’ 개발 대상지로 선정됐다. ‘가고 싶은 섬’ 가꾸기는 전라남도의 브랜드 시책사업으로 지난 2015년부터 시작됐다. 탄도에는 올해부터 5년 동안 모두 40억 원이 지원돼 고유의 특성을 살린 섬으로 개발된다. 마을공동체가 운영하는 주민대학도 운영된다. 주민들이 살고 싶고, 누구나 가고 싶은 섬으로 가꾸는 사업이다.

탄도 주민들은 지난해 전라남도의 ‘가고 싶은 섬’ 신청을 앞두고 울력을 통해 마을을 먼저 단장했다. 바닷물이 빠지면 걸어서 들어갈 수 있는 ‘섬 속의 섬’ 야광주도 앞 6600㎡ 면적에 유채 씨앗도 뿌렸다. 올봄 노란 꽃으로 물든 유채밭은 그동안 묵혀진 땅이었다. 행정기관의 도움을 바라기 전에, 주민들이 먼저 마을 가꾸기를 한 것이다.

10여년 전부터 마을 하수처리시설이 완비돼 정화된 생활오수 덕분인지 탄도만은 청정해역을 유지하고 있다. 인근 백사장에는 오염물 하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비결은 마을주민들의 철저한 환경인식 때문이라고 자랑했다.

44년 이장 ‘탄도 대통령’…김영복 탄도 추진위원장

김영복(74) 탄도 ‘가고싶은섬’ 추진위원장은 44년 동안 탄도이장으로 일했다. 그가 처음 마을 이장을 맡은 건 지난 1971년이다. 2년 임기를 마쳤는데, 2년 만에 다시 주민들한테 불려 나와 75년부터 다시 이장을 맡아 2014년까지 줄곧 이장으로 일했다. 이는 전국 ‘최장수 이장’이라는 명성도 얻게 됐다.

2014년 말, 42년 동안 맡았던 이장 직을 그만뒀다. 이제는 편히 쉴 줄 알았는데, 2년 뒤 또 다시 주민들에게 불려나왔다. 2년 동안 더 이장으로 일하고, 지난해 말에야 직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그의 인생 절반 이상을 이장으로 산 셈이다.

김 위원장은 이장으로 일하며 주민들에게 ‘도지사(島知事)’로 통했다. ‘탄도대통령’, ‘탄도군수’라 부르는 주민도 있었다. 그만큼 주민들의 신망이 두터웠다.

이장으로 일하면서 욕심 부려 따온 사업도 많다. 탄도 선착장 정비는 자부심이 크다. 주민들의 도움을 받아 길이 350m의 선착장을 만들었다. 큰바람이 불 때마다 피하지 못했던 선박 피해를 줄였다. 또한, 마을주민들의 손발인 도선(탄도호)을 현대식으로 건조한 것도 그의 공이 컸다. 탄도호는 주민들에게 필요한 생필품을 실어다주고, 섬에서 생산된 농수산물을 뭍으로 옮기는 데 큰 역할을 한다.

특히, 가고 싶은 섬 선정은 그가 마지막 탄도를 아름답게 그려내야 할 과제가 됐다.

“이장을 그만 두면서 마지막으로 큰일(가고 싶은 섬) 하나 해냈다”는 김 위원장은 앞으로 우리 섬이 발전하는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가 커 개인적으로 보람이고, 주민들한테도 큰 선물이다”면서 “주민들과 함께 동백나무, 벚나무를 심고, 예초기로 잡풀 베기 작업을 했으며 바닷가 쓰레기도 자발적으로 수거하고 있다. 우리가 가꾼 섬을 누가 가져갈 것도 아니고, 어차피 우리가 살 섬이고 우리의 자산인데, 우리가 가꾸자고 했다”고 리더해 갈 만큼 자긍심이 크다.

김영복 위원장은 “정부 지원을 받아 섬 전체를 특화하는 작업을 설계하고 있다”면서 “조금나루와 탄도선착장을 강진 가우도 처럼 사람만이 오가는 다리를 설치하는데 주민들과 협의 중이어서 조만간 좋은 결실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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