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 대란’ 농민들 목소리 무시…헐값에 유통 상인들 손에
정부, 15만톤 과잉생산에 찔끔 대책, 뒤늦게 전량격리로
농협, 비계약재배 물량 일부 수매 포기…농민들 판로 끊겨 ‘애간장’

‘양파 대란’을 우려하는 농민들의 애타는 목소리를 무시하던 정부가 결국 뒷북 대책을 세웠지만 이미 양파는 농민들의 손을 떠났다. 세금으로 세운 정부 대책의 수혜는 농민이 아닌 유통업체 몫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졌다.

▲ 판로가 없어 수확하지 못하고 있는 자색양파(몽탄면 대치리)

전남도 등 전국 지자체에 따르면 올해 전국 양파 재배면적은 지난해보다 17.2% 감소한 1만8,923㏊인 반면 생산량은 평년보다 15만톤가량 늘어난 128만톤에 이른다. 양파의 생육철인 지난겨울 상대적으로 날씨가 따듯했고 비가 적당히 내리면서 대풍작을 거뒀다.

양파 풍작은 가격 폭락으로 이어졌다. 6월 19일 현재 서울 가락동 농산물도매시장에서 ㎏당 410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717원, 2017년 같은 기간 1,020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 같은 ‘양파 대란’은 4월부터 예견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가 발표한 관측정보에 따르면 4월말 발표한 양파 5월호는 평년대비 12~15% 증가한 126만5천톤~129만9천톤이 생산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6월호엔 평년대비 15~17% 증가한 129만8천톤~132만4천톤으로 예상했다. 때문에 농민회 및 지역 농협들은 정부의 발 빠른 대책을 요구했다.

(사)한국양파산업연합회 노은준 회장(무안농협 조합장)은 지난 5월18일 무안을 방문한 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농산물 가격안정대책은 시기가 중요하다”면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정부 대책 외에 추가로 5만톤을 격리해 달라”고 건의했다.

이에 앞서 전국양파생산자협회는 5월 16일 청와대 앞에서 “하루가 다르게 양파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데 정부는 사실상 수급 대책에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양파 초과생산량 시장격리 △정부 양파가격 안정대책 발표를 요구했다.

하지만 정부는 2만4천톤을 산지폐기 및 시장격리 하겠다는 대책을 고수했다. 초과생산량 15만톤에 턱없이 모자란 양이다.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양파가격은 곤두박질 쳤고 급기야 지난 17일 함평 양파수확 현장을 방문한 이개호 농식품부장관이 초과공급물량 12만톤을 시장에서 추가 격리하겠다는 뒷북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때는 양파가 이미 농민들의 손을 떠나 농협, 상인 등 유통업체에 헐값에 팔려버린 뒷북 대책에 불과했다. 계약재배 망당 8천원(20kg), 비계약재배 7천원, 이마저도 판로가 없는 농가는 5천원 대에 양파를 처분했다. 자색양파 등 일부는 아예 들판에 쌓여 있다. 농협이 비계약재배 물량의 일부만 수매하면서 남은 양은 판로가 없기 때문이다.

농민 A모 씨는 “12만톤 시장격리 발표를 한 달만 빨리 했어도 양파가격이 이렇게까지 떨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면서 “뒤늦게 세금을 투입해 시장격리해서 가격이 오른들 농민이 아닌 유통업체만 배불리게 됐다”고 정부의 뒷북 대책을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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