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신문] 무안양파가 전국 최고라고 말하기 매우 불편한 게 현실이다.

가슴 아프고 인정하기 싫지만, 무안양파가 전국 최고라는 말은 이미 오래전부터 안과 밖에서 사라지고 있다. 부끄럽더라도 현실인 줄 안다. 더구나 올해도 제값마저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소비자가 결코 싼 값에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생산과 가공, 유통, 그리고 소비에 무안양파가 안고 있는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게 분명하다.

열 달을 넘기는 땀내 짙은 고된 노동과 겨울을 버텨내며 겹겹이 알을 굵게 만드는 고통으로 건강을 이롭게 하고 입맛을 돋아내는 양파, 이런 무안양파가 왜 이런 지경에 놓였는지 이곳, 저곳에서 이야기를 쏟아내 모으고 그중 대안이 될 만한 이야기를 골라 보완하고 보완해서 점진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가면 좋을 텐데, 올해도 그런 분위기는 부족해 보여 안타깝다.

아마도 양파가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해 농민과 농협, 정부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차근차근 풀어가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여길 정도로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렇더라도 대안을 찾아 서로의 노력으로 여러 분야에서 점진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을 거친다면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물론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줄 알며 더디고 답답한 과정이 따를 줄도 안다.

1960년대부터 시작한 양파의 대량재배는 60여 년 동안 쉴 틈도 없이 땅을 괴롭히며 연작을 이어왔다. 결코 더디지 않은 기후변화에도 대응조차 하지 않았고 조생과 중생, 만생의 재배 면적과 방법은 오르는 기온에 대처하지 않았으며 품종마저 다르지 않게 그대로 재배하고 있다. 품종과 품질은 따지지 않고 조생과 중만생을 구분해 화학비료로 굵어진 알을 크기만 따져 더 굵은 알을 더 비싸게 사가는 수매를 멈추지 않고 있다. 그러는 과정에 경기도는 물론이고 강원도에서까지 양파를 재배할 만큼 무안은 더 이상 주산지라 말하기도 불편하게 됐다. 더 자세히 더 많이 늘어놓지 않더라도 무안양파가 처한 심각한 위기를 대부분 공감할 것이다. 내용에 차이가 있겠지만,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심각하게 여기기는 마찬가지일 줄 안다.

무안양파는 이 위기를 극복해 나갈 수 있을까? 대안이 있기는 한 것일까? 마땅한 대안이 없다면 대체작목을 정해 바꿔 심으면 그만일까? 대체작목을 이야기하기 전에 무안양파를 다시 전국 최고 품질의 양파로 이름을 내놓을 수 있도록 노력은 해야 하지 않을까? 답이라고 이야기할 답을 누군가는 내놓아야 하지 않을까?

정답은 아니라도 한 사람, 두 사람 꺼내놓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여럿이 모이게 되고 여럿이 모여서 그동안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근본적인 대책을 만들어 가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그런 마음으로 그중 가장 부족하게 여겨지는 한 사람의 이야기로 들리더라도 생각하고 있는 몇 가지를 늘어놓아 보겠다.

먼저, 농민은 연작을 멈춰야 하고 정부는 휴경을 지원해야 한다.

무안에서 양파를 재배하고 있는 땅 대부분은 병들어 있다. 죽어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양파밭은 건강하지 못하다. 병들어 죽어가는 땅을 살려내기 위해 당장 연작을 멈춰야 한다. 지방정부는 양파밭의 휴경에 따른 대상면적과 휴경기간을 정하고 연차별 보상대책을 마련해 중앙정부에 국비 지원을 건의하고 당장 국비를 지원받지 못하더라도 자체적으로 단계적인 휴경을 계획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연작을 멈추지 않고서 다른 어떤 방법으로도 질 좋은 무안양파를 더 이야기하면 모순이다. 과할 수 있겠으나 다른 모든 방법은 감기에 감기약일 뿐이다.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의 지원을 끌어낼 계획을 가지고 자체적으로라도 휴경을 먼저 시작해야 한다. 감기약 처방도 때에 따라 필요하겠지만, 그 처방이 문제의 해결처럼 여겨지기 바라는 마음을 버리고 휴경을 추진해야 다음 단계를 이야기할 수 있다.

더불어, 품질 좋은 무안양파를 생산할 수 있는 품종을 개발해 내야 한다.

기후변화 등 바뀌는 여러 환경을 고려해 무안의 양파밭에 적합한 품종을 개발해 보급하는 노력 없이 무안양파만의 품질을 따로 이야기하기 곤란하다. 자체적으로 개발한 좋은 품종이 있어야 품질 좋은 양파, 저장성 높은 양파, 효능을 발휘할 수 있는 양파, 무안양파를 생산비까지 낮춰 생산할 수 있다.

또한, 계획 생산에 따른 철저한 계약재배를 해야 한다.

무안양파의 생산량이 얼마만큼이면 적당한지 결정하기는 쉽지 않거나 불가능할 수도 있다. 적당한 양이라고 판단해 결정했다고 하더라도 이미 강원도에서까지 재배하고 있는 양파를 고려한다면 적당하다는 의미는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강원도의 양파 보다 훨씬 품질이 좋은 무안양파의 생산을 목표로 정해진 적당한 양이라고 설명을 덧붙인다면 그 적당한 양의 의미는 달라진다.

생산할 무안양파의 양이 정해지면 농협 등 수매기관은 그 양에 대해 계약재배를 하고 계약 농민의 소득을 철저히 보장해야 한다. 손실이 따르더라도 수매가격의 조정 없이 수매기관과 정부가 보전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전국으로 확산시켜야 한다. 이는 양파로 한정하지 말고 수급에 안정이 필요한 모든 작물에 적용해야 한다. 정부는 가격이 폭락한 수확철에 수급 문제를 고민하지 말고 파종하기 전부터 수급안정에 관여해야 한다는 말이다. 어려운 일이지만, 불가능한 일 또한 절대 아니다. 정부의 농산물 수급안정 정책이 제발 바뀌길 바라는 마음을 여기에 굳이 덧붙이고 싶다.

다음으로, 저장성 높은 품질 좋은 양파를 품종까지 구분해 수매해야 한다.

무안양파의 저장성은 계속 낮아지고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심각할 정도다. 양파는 특성상 수확기에 모두 소비할 수 없고, 저장해서 꾸준히 출하해야 한다. 연작을 멈추는 노력과 더불어 논 양파 재배도 저장성을 높이는 한 방법이다. 앞으로는 알의 굵기만을 따지지 말고 무안양파로 자신 있게 내놓을 만한 크기와 품질을 정해 그 기준에 따라 등급을 매겨 수매해 저장하고 유통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또한, 저장에 관한 기술의 연구와 보급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품종별, 시기별 등 여러 다른 환경에 필요한 저장기술을 개발해 꾸준히 보급하고 지원해야 저장에 따른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장기적으로 무안양파는 무안에서 경매하는 지역경매체계를 구축해 가면 무안양파를 사기 위해 전국에서 무안을 찾아오는 때가 반드시 올 것이라 믿는다. 잘 만들어 시행하고 있는 좋은 사례는 농업 선진국에 넘쳐나니 양파의 경매를 무안이 주도하는 일은 불가능하다거나 어렵게만 여길 일도 아니다.

마지막으로, 양파 가공산업을 제대로 육성하고 홍보를 게을리하면 안 된다.

양파즙은 그 효능과 역할에 비해 정부의 대접은 소홀하다. 매번 반복되는 양파의 수급안정에 직접 역할을 감당하고 있고 소비가 꾸준할 만큼 효능을 인정받고 있는데도 말이다. 물론 양파즙이 어느 정도 시장을 확보하고 있더라도 산업으로 육성하려면 안팎으로의 과제가 적지 않다. 가공용 품종 보급, 표준제조매뉴얼 개발, 궁합이 맞는 첨가재료의 구명 등과 함께 가공시설의 개선을 거쳐 품질인증제를 시행해 정부가 위생과 품질을 보증하고 공격적인 홍보에 앞장선다면 구체적으로 말하기 불편한 과제들도 점차 풀어갈 수 있다. 가공용으로 양파를 재배하는 면적은 저장성에 더 자유로우니 단계적인 휴경에도 도움이 된다.

무안양파의 수급안정에 양파즙을 중심으로 한 가공산업의 육성을 절대 빼놓아서는 안 될 뿐 아니라 홍보도 게을리하면 안 된다. 팔기에 급급한 수확철 홍보가 아니라 곳곳의 매체를 활용하며 꾸준한 홍보를 통해 무안 양파와 양파즙, 그리고 양파가공품이 소비자의 눈과 귀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낯익게 해야 한다.

스스로를 반성하는 무거운 마음으로 늘어놓은 앞의 몇 가지 이야기가 농민과 농협 등 수매기관, 지방정부와 중앙정부에 조금이라도 쓸모가 있기를 바란다. 쓸모가 전혀 없더라도 쓸모 있는 이야기가 시작되는 작은 계기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

지난 오월에 일본을 다녀왔다.

가고시마현의 가노야시와 소오시, 가고시마시에서 고구마 가공의 연구와 기술, 시장을 둘러보는 일정이었다. 고구마뿐 아니라 대부분의 농산물을 가공해 상품으로 만들어 수급안정에 큰 걱정이 없는 가고시마현의 농민은 소득이 매우 안정적이다. 고구마의 경우 가공율이 80%가 넘을 정도이고 그 부가가치가 매우 높다.

무안에서는 수확되는 양파 곁에 고구마가 자라고 있다. 고구마는 기후변화와 수급안정을 고려한 양파의 대체작물로 대단히 좋은 작목이다. 그리고 가공성도 농산물 중 매우 높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일본을 사례로 고구마를 늘여 심자고 할 수는 없다. 고구마 재배면적을 무안양파의 대체면적으로 계획 없이 늘리면 아직 그런대로 가격이 괜찮은 고구마마저 값이 폭락할 테니 말이다. 고구마뿐 아니라 모든 대체작목은 그 대체작목 또한 수급안정에 문제가 없어야 한다. 그래야 대체작목이다.

고구마는 케이크, 빵, 과자, 피자, 떡, 소주 등 다양한 제품으로 가공할 수 있다. 어설프게 만들어진 다른 농산물의 가공품과는 차별될 정도로 특별하다. 무안양파를 고구마로 대체해 가되 그 품종을 일본의 가고시마현처럼 가공용으로 하고 수확량 전체를 페이스트 등의 가공원료로 사용하는 방식으로 수급에 따른 안정대책을 미리 마련해서 무안양파의 재배면적 일부분을 조금씩 가공용 고구마로 전환해 가면 좋겠다.

무안양파의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고민하며 앞서 이야기한 몇 가지와 함께 고구마의 가공과 가공용 고구마의 재배를 더불어 고민하고 추진해 볼 만한 대안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고구마의 가공산업을 이야기하기에 지금은 조금 성급한 시기로 여길 수도 있다. 그렇지만, 무안 양파와 고구마 모두 험한 처지에 놓이지 않도록 더불어 고민할 때는 바로 지금이고 양파와 마찬가지로 고구마도 가공산업이 감당해 줄 중요한 역할을 깨달을 때이다.

험난한 길을 걸어온 무안양파가 지금 뙤약볕에 무거운 몸으로 누워있다. 그리고 그 곁에서 고구마는 순을 뻗어내고 있다. 언젠가는 이 들녘 곳곳에서 무안의 농민이 양파를 수확하고 고구마를 키우며 땀 흘린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행복할 수 있기를 꿈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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