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죽 밑에 든 복은 아무도 모르고 그물이 삼천코면 안 걸릴 놈 없다”

[무안신문] ‘그물이 삼천 코면 안 걸릴 놈이 없고 빠져 나갈 놈도 없다’라는 뱃사람들의 속담이 있다. 이는 준비가 충분하면 언젠가는 일이 이뤄질 수 있다는 말인데, 수주대토(守株待兎·그루터기를 지키며 토끼를 기다린다)라는 한비자(韓非子)의 고사와 대조가 되기도 한다. 

경기불황에도 불구하고 지난 한해 로또복권 판매액이 4조원에 육박하는 등 역대 최고 판매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경기가 나쁠수록 잘 팔리는 ‘불황형 상품’ 중 하나가 복권이긴 하나 그만큼 인생역전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다는 데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필자가 거주하는 작은 읍내에도 복권방이 두 군데가 있다. 그 중 한곳에서 지난 연말 일등 당첨자가 나왔나 보다. 그 후 ‘로또 일등판매점’이라는 펼침막이 내걸리더니 토요일 오후가 되면 추첨시간에 맞춰 복권을 구입하느라 줄 선 행렬들이 볼만하단다. 필자도 그 광경을 목격했다. 굳이 반길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부정적인 시각으로 받아 드릴 필요까지는 없겠지! 

그건 그렇고 ‘가죽 밑에 복은 모른다. 건강하면 된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담임선생님께서 자주 하시던 얘기이다. 군 단위의 실업계통 학교여서인지 아무래도 학습 분위가 산만했다. 수업을 빠지거나 늦는 일이 많았고, 또 그런 일이 잦으면 중도에 (학업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생길 것을 우려하셨는지! 우리에게 처해 있는 환경을 받아들이고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하다보면 좋은 일이 있을 거라는 의미에서 해주신 얘기였던 것 같다. 

성격이 쾌활하시고 입담이 좋으셨던 선생님께서는 실업계고라는 취지에 맞게 공부는 잘 하면 좋겠지만 억지로 강요까지는 않으셨다. 하지만 어떻게든 학업은 마쳐야 한다는 것이 지론이었다. 그러면서 당신의 생활철학(?)에 대해 얘기해 주시고는 했다.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건강이라면서 건강하게 나를 낳아준 부모님께 감사할 줄 알고, 항상 조금 손해본다 생각하고 세상을 살아가라는 것이었다. 

“젊기에 건강만 하면 뭐든 할 수 있는 혈기왕성하던 때였고 내가 조금  손해를 본 듯해야 남이 손해를 보지 않는 것이고, 또 약간 손해를 봤다고 해도 젊기에 아쉬울 게 없다는 것이다.”
수십 년, 아니 삼십몇 년 전 그 무렵 선생님 나이보다 더 들어버린 지금 그때의 가르침들이 새롭다. 또 하나 ‘가죽 밑에 든 복은 아무도 모른다’라는 말도 하셨다. 가르침대로 그렇게 착하고 선량하게 사는데 복이 따르지 않을 리 없다는 말이다. 

어린이날로 시작된 사랑의 달 5월. 어버이날을 지나 스승의 날과 부부의 날로 이어진다. 출근길 복권방 앞을 지나다가 ‘가죽 밑에 든 복은 모른다’라던 그 선생님을 떠올리게 된다. 

결혼식 주례이후 공무원노동조합 활동을 할 때 까지만 해도 서신을 통해서나마 근황을 여쭙고는 했는데…. 

휴대폰을 뒤적이니 가운데가 세 자리 숫자인 오래된 번호 뿐이다. 참 무심도 하지! 가깝게 지내던 친구 녀석은 알고 있을라나! 지금은 어디에서 사실까? 손주들 재롱에 취해 사시는 연세가 되어 계시겠지! 

‘사람팔자 시간문제라고 누가 알아! 복권이라도 당첨될지!’ 손톱만큼은 고사하고 한강의 모래알 보다 더 작은 확률의 요행을 뒤로하고 ‘가죽 밑에 든 복은 모른다’던 스승님을 떠올리며 복권방 문을 노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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