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국제공항으로 실향민된 주민들 ‘안부 묻고 생사확인’
용호마을, 원피서마을, 피동마을 자녀들…피서어르신 한마음 잔치

[무안신문=박승일 기자] 고향을 잃어버린 실향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안부를 묻고 손을 꼭 쥔 채 과거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앞에 차려진 맛있는 음식은 관심이 없다.

무안국제공항이 들어서면서 타지로 이주한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정부가 서남권 거점공항 건설을 목표로 무안 망운면을 무안국제공항 부지로 선정, 1997년 기본설계에 착수해 1999년 12월부터 망운면 피서리 일대 77만5천여평 부지에 총사업비 3,150억원을 투입, 무안국제공항 건설을 시작했다.

이때 망운면 용호마을, 원피서마을, 피동마을 등 3개 마을 154세대가 이주되면서 마을 주민들은 뿔뿔이 흩어져 실향민이 됐다. 무안군 관내에 25세대 정도는 둥지를 틀었지만, 나머지 130여 세대는 고향을 떠나 목포, 광주, 서울 등지로 이주했다.

그들이 지난 3월28일 20년만에 무안의 한 식당에 모여 추억을 나누고 안부를 묻고 생사를 확인했다. 노래자랑을 하고 푸짐한 선물도 주어졌다.

이들 실향민들의 만남은 6년 전 자녀들에 의해 만들어 졌다.

가족을 따라 전국 각지로 뿔뿔이 흩어진 3개 마을 자녀들이 2012년 ‘피서상조회(현재 상조회로 개명)’라는 친목모임을 만들었다. 그리고 “자식들끼리는 만나지만 부모님들이 서로 만나지 못하고 있어 한 자리에 모이게 해 주자”는 데 의기를 투합, 2013년부터 한마음잔치를 시작, 매년 3월말 일요일에 3개 마을 어르신 한마음 잔치를 열어주고 있다. 올해로 6년째다.

김영성(51, 광주) 피서회 회장은 “산업화가 되면서 흩어진 마을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자리는 명절 때지만 이 마저도 실향민들에게는 어렵다. 무엇보다 마을 어르신, 선후배를 만나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면서 “어릴 적 추억의 흔적은 없어졌고, 추억이라면 어른들만 생존해 계신다.

누구 자녀라고 해야만 기억하는 부모들이지만 그 마저도 고마울 따름이다”고 말했다.

조병태 노인회 망운분회장은 “20년 만에 처음 서울에서 찾아와 만난 사람도 있는데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불러요. 죽은 사람이 돌아온 듯 기쁘고 반갑다”면서 “함께 살았지만 마을을 떠난 사람들 여생도 얼마 안남았다. 살아서 몇 번이나 더 보겠느냐 싶으면 눈물이 난다. 고향을 잃어보지 않는 사람들은 모른다. 그래서 이런 모임을 만들어 준 자식들에게 더더욱 고마울 뿐이다”고 감사의 말을 잊지 않았다.

피서회는 현재 25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2년 전부터 년 1회는 회원가족 모임을 갖고 회원 자녀간 교류 및 친목도모를 확대해 가고 있다. 자녀들에게 뿌리를 알려주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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