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박금남

[무안신문] “이제 무슨 농사를 지어야 할지 살길이 보이지 않습니다. 농업이 사달났다는 생각뿐입니다”

최근 만난 한 농민의 하소연이다. 노력한 만큼 결실(소득)을 거둔다는 말도 농촌 농산물에는 이제 공식이 맞지 않는 세상이 됐다. 수입농산물 급증과 기후 온난화로 인한 농작물의 주산단지 전국화, 인력난에 따른 인건비 상승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반면 정부의 농업정책은 관리수급대상 품목에 한해 비싸면 수입하고 과잉생산이 우려되면 생색내기 찔끔 산지폐기를 매년 반복만 하고 있다.

무안지역은 지난해 이어 올해도 조생양파 산지폐기가 이뤄졌다. 봄날 소득을 꿈꾸며 심었던 양파를 직접 폐기해야 하는 농심은 탄식만 가득할 뿐이다. 트랙터 대형 바퀴와 칼날에 짓뭉개지는 양파를 보면 최상품 양파를 키우기 위한 노력이 모두 허사가 돼 속마음만 갈기갈기 찢겨진다. 그것도 폐기 배정량은 턱없이 부족해 생색내기에 불과하다. 무안군은 폐기 신청을 받은 결과 330ha가 들어왔다. 하지만 88ha만 배정돼 오히려 마을 배정 과정에서 주민간 불화감만 조성했다.

논농사보다 손이 많이 가는 밭농사가 뼈 빠지게 고생하고 이게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어느 정도 보상은 나오는 폐기지만 그래도 적자는 매한가지다. 배추, 대파도 산지 폐기되고, 시금치를 비롯한 각종 농작물이 인건비도 못 건져 수확을 포기하는 실정이다.

그래도 정부는 귀농을 추천하고 있고, 지자체는 귀농자 유치를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산지폐기 하는 것을 보고 귀농정책이 성공할지 의문이다.

문제는 경험없는 타작물 재배를 꺼리는 관행적 농사를 짓는 농민들도 문제지만 정부의 농정 정책이 농업현장과는 달리 가는 일회성 땜방식 탁상정책이 크다.

양배추, 무, 시금치 등 채소류 가격 등락이 매년 되풀이되면서 산지폐기의 악순환은 특정 지역이나 품목에 국한되지 않고 전국화된 지 오래다. 따라서 농작물 산지폐기의 악순환에 따른 대수술이 필요하지만 정부는 일회성 땜방 정책 뿐,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현장농업과 달리 가는 정책 중 하나가 전남 농업인 월급제 시행이다.

전남도가 올해부터 농업인 월급제를 도입했지만, 예상보다 신청 실적이 낮다. 이는 농촌 현실과 괴리가 있기 때문이다. 

농업인 월급제는 농산물 재배 농업인에게 농협과 출하 약정 체결한 총액의 60% 범위에서 금액을 월별로 나눠 미리 지급받는 제도로 월급제를 희망하는 농민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매월 30만~200만 원을 지급한다. 이때 농협에서 미리 지급한 급여액은 수확기 수매대금에서 일괄 상환하며, 미리 지급받은 금액에 대한 이자는 도와 시군에서 지원한다. 

농가 소득의 안정적 배분과 계획적 경영에 도움을 주기 위한 취지다. 그러나 3월부터 시행을 위해 지난 2월말까지 접수결과 도내 전체 14만여 농가 중 2100여 농가에 불가하다. 전남도가 목표로 잡은 6000농가에 비해 턱없이 저조하다.

이는 이미 농협에서 시행하고 있는 ‘출하 선도금’ 제도를 ‘농업인 월급제’로 이름만 바꿔졌다는 것. 농업인이 매월 받는 돈은 ‘월급’이 아니라 ‘판매 선급금’이라는 것이다. 또한, 미리 돈을 당겨쓰는 이 제도가 ‘목돈을 푼돈’으로 받는다며 농민들이 외면하고 있다. 더구나 농작물 값이 매년 들쑥날쑥한 현실에서 지자체가 대출 이자를 보조한다고 하지만, 수확에 앞서 일 년 농사를 망치거나 풍년이라 해도 가격이 폭락하면 월급이 고스란히 부채로 남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전남도는 배, 포도, 사과, 딸기 등 품목 재배시기가 도래하지 않아 신청이 더디고, 계속 신청을 받고 있어 목표량 달성은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영농기를 맞아 영농비가 부족한 농민들은 대출을 받아야 할 처지에 놓일 수 도 있어 활용도가 높아지고 농가 소득의 안정적 배분과 계획적 경영에 도움을 줄수 있을 것이라는 장담 뿐이다.

농업의 답은 현장에 있다. 농민들은 현재 대체작목을 하고 싶어도 기술부족과 판로를 걱정한다. 고령화를 감안한 관행농업 탈피를 위해서는 기후 온난화에 따른 대체작물 기술보급과 판로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 여기에 농업재해보상보험 및 농업인안전재해보험 등으로 손실 위험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재정을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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