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박금남

[무안신문] 한국이 1인당 국민소득(GNI) 3만달러 시대를 처음 여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한국은행이 지난 5일 발표한 ‘2018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GNI는 3만1천349달러다. 1인당 GNI는 한 나라의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총소득을 인구로 나눈 통계로 한 국가 국민의 생활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다. 특히, 1인당 GNI 3만달러는 선진국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한국 경제가 목표로 삼아왔던 지표였다.

2017년 기준 1인당 GNI가 3만달러를 넘은 곳은 25개국뿐이다. 한국은 OECD 회원국 가운데 22번째, 인구 5천만명 이상인 국가 중에서는 전세계 7번째로 3만달러를 달성했다.

무엇보다 1인당 GNI 3만달러는 한국전쟁 후 폐허 속에서 경제성장을 일궈 온 국민의 피땀 어린 노력이어서 의미는 크다. 한국전쟁 직후인 1953년 1인당 국민총소득이 67달러에 불과한 최빈국이었다. 그런 한국이 1996년 1만3천77달러로 OECD에 29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했고, 2006년 2만달러를 넘어섰다. 그 후 12년만에 3만달러에 진입했다.

문제는 전체 숫자로 성장세는 이어지고 있지만 상위 소수에 성장이 쏠리다 보니 국민들이 느끼지 못한다는 점이다. 서민이 느끼는 체감 경제와 밀접한 고용 시장 상황은 개선할 조짐이 보이지 않는 데다 취업자는 줄고 실업률은 높아지면서 양극화가 악화되고 있다. 따라서 양극화 확대, 일자리 부진 때문에 서민, 저소득층은 경제 성장의 과실을 누리지 못하면서 성장을 실감하지 못하고, 물가상승은 오히려 서민들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경제 성장세를 이어가지 못하면 3만달러는 언제든 깨질 수 있다.

스페인, 그리스처럼 한때 1인당 GNI 3만달러를 넘었다가 2만달러대로 떨어져 회복하지 못하는 국가도 있다. 독일은 1996년 3만 달러를 넘었으나 1998년 2만달러대로 추락했다가 2004년에야 3만달러대로 복귀했다.

본격적인 선진국이 되려면 성장세가 더욱 확대해야 하는데 생산가능인구 감소, 고령화로 어려운 상황이어서 한국은 선진국 주변에 머물러 있을 우려가 크다. 무엇보다 국민소득은 환율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이를 기준으로 한국이 선진국에 진입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금은 오히려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는 것을 걱정해야 할 때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3만불 시대 진입에 대해 축배를 들며 안주할 상황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양극화, 고용 부진, 주력 산업 경쟁력 약화 등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선진국 ‘언저리’에서 한국 경제의 성장이 멈출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성장률은 2014년 3.3%에서 2015년 2.8%, 2016년 2.9%로 낮아졌다. 2017년에는 3.1%로 잠깐 올라섰지만 지난해에는 2.7%로 다시 떨어졌다.

특히, 삶의 질 개선 없이 외형적인 소득 지표 역시 의미가 없다. 주관적인 만족도, 직업 관련 스트레스, 주관적 건강, 사회복지, 대기오염 등 때문에 삶의 질도 낮은 편이다.

실제로 지난 주 전국에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릴 때 미세먼지를 90% 이상 막아준다는 고기능 미세먼지 마스크에 대해 가격이 비싸 구입을 못한 저소득 부모들도 많았다고 한다. 1장에 1500~2000원 가격이 부담돼 장당 200원짜리 일반 마스크를 구매해 아이들의 건강을 챙겼다고 한다.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저소득 취약계층에겐 1000원짜리 미세먼지 방지 마스크도 사치품일 뿐이다. 취약계층 가정아동과 어르신들이 마스크 구입 비용이 없어 건강을 잃지 않도록 아이들 건강 문제만큼은 빈부의 격차가 있어선 안된다.

유엔의 2018년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행복지수는 157개국 중 57위다. 국민이 느끼는 행복의 격차를 알아보는 ‘행복불평등도’는 157개국 중 96위였다.

경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가 지속한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경제 성장률이 떨어지고 고용이 악화해 양극화가 심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규제 개혁, 산업 개편을 통해 기업 투자 활성화, 혁신성장 정책을 통해 일자리를 늘리고 경쟁력 있는 산업 확보는 물론 노동 비용 관련 충격을 완화해 경제 성장세를 회복해야 한다.

1인당 국민소득(GNI) 3만달러 시대의 성과를 국민이 체감하기 위해서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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