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박금남

[무안신문] 오늘, 투자나 사람관계 없이 내일 변화를 꿈꾸는 것은 요행인 듯 싶다.

기해년 새해가 밝았다고 부산을 떨면서 희망을 그렸던 것이 엊그제 였다. 그리고 참 빨리도 세월은 흘러가고 있고, 사람 속 한켠에 끼여 살아가자던 바램은 시간이 지날수록 욕심이 된다. 각자의 주장과 개성이 강한 사회에서 사람들 만나기가 두려워 지기 때문이다. 의기소침한 성격 탓도 있겠지만 사람들과 대화하다보면 그들도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는데 그나마 위안을 삼는다. 인간관계에 지쳐 즉흥적이고 비연속적인 만남에 대한 스트레스가 높아진 세태 흐름의 한 단면이고, 갈수록 치열한 경쟁 속에서 부족한 여유를 찾는 자기중심 가치관 확대에서 빚어지는 현상이 아닐까도 싶다.

분명한 것은 현대 문명사회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요즘 젊은 20, 30대들은 친구조차 만나기를 꺼려한다고 한다. 친구라는 관계 말고는 더 이상 공유할게 없고 형식적이고 의례적인 관계를 유지하는데 에너지를 빼앗기기 싫다는 이유다.

이 과정에서 인간관계를 비유한 신조어들도 등장했다. ‘관태기’, ‘티슈인맥’ ‘인맥다이어트’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말은 이제 ‘신조어’라고 하기 어색할 정도로 일상화되어 있다.

관태기(관계+권태기 합성어)는 인맥 유지나 관리에 피로감이나 회의감을 느끼며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상태를 뜻하고, 티슈인맥(티슈+인맥)은 한번 쓰고 버리는 티슈처럼 필요할 때만 소통하는 일회성 인간관계다. 인맥다이어트(인맥+다이어트)는 복잡한 인간관계에 따른 스트레스나 바쁜 생활 때문에 의도적으로 인간관계를 정리한다는 뜻이란다.

이들 신조어는 ‘비연속성’ ‘즉흥성’ ‘단발성’ 등을 특징으로 한다. 가족, 친척, 동문, 향우회, 직장 등 고정된 틀 내에서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유지해 가야 하는 기존의 관계와는 전혀 다르다. 인간관계로 스트레스를 받지 말자는 것이다. 따라서 요즘 직장인들은 퇴근 후에는 직장 동료간에도 가급적 연락하지 않는다고 한다. 지속적인 관계 맺음을 회피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한국사회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각자도생이 일상화되면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심리적·경제적·시간적 여유의 부족에서 비롯된다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정말 이들이 사람과의 만남을 의도적으로 피하며 ‘아웃사이더’로 혼자 남길 원하는 걸일까. 그건 아니다. 인터넷과 SNS 발달로 사회경제적 관계의 연대감이 옅어지면서 취향 위주로 구성된 가벼운 관계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오프라인에서 필요한 인간관계를 온라인에서 찾아서 해결하고 있다.

‘가벼운 취향 위주의 관계’라는 ‘가취관’은 각자가 가진 돈과 시간을 자신의 취향, 가치에 따라 등산, 공연관람 등 갖가지 여가활동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만나 친해지는 과정을 생략하며 열심히 즐긴 뒤 미련 없이 쉽게 헤어진다.

이는 갈수록 심해지는 경쟁과 취업난, 그리고 외자녀를 낳아 기르는 가족보호 속에 자라는 자녀들의 사회에서 나타나는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른다.

문제는 인간관계 피로감 호소는 중·장년층에도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혈연·지연·학연 등 어떤 끈이라도 붙잡고 관계를 만들어 사회생활의 지렛대로 삼는 게 생존전략으로 여겼던 기성세대들인지라, 인간관계에 대한 기피현상은 더 역설적으로 강력해 보인다.

인간관계 기피는 경기침체와도 밀접한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도 해봤다. 과거 기성세대들은 직장이 끝나면 곧바로 귀가하는 것을 이상하게 여길 정도였다. 삼삼오오 모여 술잔을 기울이고 저녁을 먹고 귀가하는 것이 하나의 관습이다시피 했다.

그러나 지금은 이들 세대들이 정년퇴임 하고 물러나면서 젊은층들은 인간관계에 엮이기 싫어 곧바로 귀가하는 것이 경기침체에 미치는 영향도 없지 않는 듯 싶다.

평생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처럼 영원히 변하지 않는 인간관계도 존재하기 어렵다. 그러나 결국은 사람은 혼자 살수 없다.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인간관계에 따라 삶의 행복도가 결정되며 인간관계가 좋은 사람일수록 건강하게 장수한다고 한다. 좋은 인간관계의 출발은 나의 고착된 심리를 파악하고 대인관계를 상황에 따라 행동을 진단하면 타인과의 관계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사람관계 속에서 희망을 찾는 인간성 회복운동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저작권자 © 무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