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생면부지 교사 평가 ‘형식적’
학생들 잘해주는 교사, 동료교사간은 불신과 경쟁심만
행정력·교육력 낭비…시도교육감협, 공식적으로 폐지 논의

[무안신문] 학생·학부모의 공교육 만족도를 높이고 교원의 전문성을 키우기 위한 취지로 2010년 도입된 교원능력개발평가 실효성을 두고 폐지 목소리가 높지만 교육당국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교원능력개발평가가 매년 학생·학부모의 참여율이 감소하고 있고 전문성 향상 보다는 조사를 위한 행정력·교육력 낭비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남도교육청에 따르면 올해도 지난 10월부터 11월말까지 관내 학교별로 교원능력개발평가를 진행했다.

교원평가는 ▲학생의견조사 ▲학부모만족도조사 ▲동료교원평가 등 3가지 방식으로 운영되며, 학교별로 자체적으로 일정을 정해 매년 실시해오고 있다.

학생 만족도 조사는 학생이 가르친 교사를 평가하고, 학부모 만족도 조사는 자식을 가르친 교사를 평가한다. 동료 교원 평가는 동일 교과나 유사 교과끼리 묶어 상호간에 평가를 한다.

교원평가 점수는 5점 만점에 4.5점 이상인 교사는 ‘우수교원’으로 선정되고, 4.5~2.5점인 교사는 ‘일반교원’으로 분류돼 각 분야의 직무연수를 15시간 이상 받는다. 2.5점 미만인 교사는 ‘지원필요 교원’으로 분류, 60시간에서 6개월 이상의 능력향상연수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하지만 매년 교원평가 참여율이 감소 추세이고 교원들의 능력을 수치로 계량화하는 평가방식이 전문성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과 교사간 불신과 경쟁심만 강화돼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우려가 높다.

M초교 김모 교사는 “동료교원평가의 경우 상호간에 만점을 주는 게 불문율이어서 신뢰성이나 변별력이 없어 교사들도 귀찮아 한다”면서.“교원평가가 교원전문성 향상에 별 도움이 되지 않고 교사들의 사기만 떨어뜨리는 대표적인 교원통제정책이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학생들도 선생님 수업 자체를 평가하기보다는 평소 나한테 잘해줬는지 아닌지에 평가의 초점을 맞춘다는 이야기다. 때믄에 교사들끼리도 ‘훈육해봤자 나만 손해’라는 의식이 만연되어 규율을 지키지 않는 학생들을 엄하게 지도하지 않는다.

특히 어처구니 없는 평가는 학부모 만족도조사다. 1년 동안 학부모총회나 공개수업 등에 한 번도 참석하지 않은 학부모도 자녀들의 독촉에 억지로 참여하다보니 평가가 제대로 될 리가 만무하다. 생면부지 교사를 평가하는 것 자체가 형식에 불과해 평가 결과가 왜곡되거나 신뢰도가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없지 않았다.

지난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실시한 ‘교원평가에 대한 교사의견조사’ 결과 교사 90.4%가 ‘폐지돼야 한다’고 응답했다. ‘개선되어야 한다’는 9%, ‘교원평가유지’는 0.5%에 불과했다.

모 학교 행정실장 A씨는 “교원평가가 법률적 근거도 없이 교육부 훈령으로 진행되고 있는데다 평가결과 계량화, 교원의 전반적인 교육활동 평가의 어려움, 업무 과정으로 인한 교육력 저하 등이 커 폐지해야 한다”면서 “대신 교원 양성과 임용, 연수 제도 혁신, 학교자치 활성화 등 시도별 교육여건에 맞는 적합한 평가방식을 도입하고 단위 학교에 맞는 교원 전문성 신장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같은 교원능력평가에 대해 실효성 논란이 일면서 지난 10월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는 ‘교원능력개발평가 폐지’가 공식 안건으로 논의된 것으로 알려져 내년부터 교원능력 평가 존폐 여부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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