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 양파 기계정식기 “부품값 비싸고 수리 어렵다”
무안군 사후관리 없고 모든 책임 농민 몫

[무안신문=서상용 기자] 무안군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양파농사 기계화가 엉뚱한 곳에서 복병을 만났다. 기계화를 위해 도입된 정식기계가 고가인데다 부품값도 비싸고 수리까지 어려워 농민들이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몽탄면에서 양파농사를 짓는 이모 씨는 무안군 양파기계화 선두주자로 항상 성공사례 벤치마킹 대상이 되는 농업인이다. 3년 전 무안군으로부터 절반을 보조 받아 3,200만원 하는 일본 K회사 4조식 양파정식기계를 구입했다.

하지만 구입 첫해부터 200만원 안팎의 수리비가 매년 들어가고 있다. 양파기계정식기 특징이 소모성 부품이 많고 툭하면 이곳저곳 고장 나기 일쑤다.

이 씨에 따르면 가장 자주 고장 나는 부품은 식부캡(사진)으로 1년에 전체 4개 중 2개는 교체해야 한다. 땅 속에 양파 모종을 직접 심어주는 부위라 돌에 박힐 경우 캡이 휘는 등 고장이 잦다. 쇠로 된 고깔모양의 간단한 부품이지만 이 부품 하나 교체 수리비만 34만원이다.

또 모종을 운반하는 비닐형태의 벨트도 햇빛에 부식이 심해 2년에 한번은 교체해야 한다. 개당 수리비가 15만원인데 4개를 갈려면 60만원이 들어간다.

이 씨의 경우 식부캡을 움직이게 하는 운동부위도 3년 만에 망가졌다. 대리점에서 받은 수리 견적만 400만원이다. 이 씨는 고칠 엄두가 안나 수리를 미뤄두고 있다.

이 씨는 “무안군에 보급된 K회사의 양파정식기계가 많다보니 수리도 제때 받지 못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하소연 한다.

무안군은 지난 2012년부터 올해까지 총 49대의 양파정식기계를 농가에 보급했다. 50%를 군비로 보조해 주는데 군비만 8억1,800만원이 들어갔다. 여기에 무안군농기계임대사업소에 5억9,300만원을 들여 19대를 구입해 필요한 농민들에게 임대해주고 있다. 무안군에 보급된 총 68대의 양파정식기 중 91%인 62대가 일본 K회사 제품이다. 임대사업소에서 양파정식기계 수리에만 올해 4,800원이 투입되고 있다. 수리비가 많이 들고 제때 수리도 받지 못한다는 이 씨의 하소연이 틀리지 않다는 것이다.

인건비를 아껴보려고 정식기계를 구입한 이 씨는 후회막심이다. 200만원이면 인부를 얻더라도 10명은 얻을 수 있다. 또 자신이 경작하는 양파 7천평을 기계로 심으려면 3일이면 된다. 무안군 농기계임대사업소에서 양파정식기를 임대하면 하루 12만원 씩 36만원이면 해결될 일이기 때문이다.

무안군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양파정식기계를 보급했지만 사후관리는 없고 모든 책임은 농민들 몫이다.

이 씨는 “식부캡이 소모품이라 저렴한 가격에 대량으로 사 놓고 직접 수리하려 해도 대리점을 통하지 않고서는 구입할 수도 없다”면서 “출장 수리는 엄두도 못 내고 기계를 싣고 가도 바쁘다는 이유로 제때 고쳐주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이 씨는 “내년부터는 임대기계를 사용할 계획이다. 이웃들의 양파정식은 중단하겠다”면서 “보조사업이라 5년은 갖고 있어야 되는데 울며겨자먹기로 갖고 있는 농민들도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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