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농업연구소 정영호

[무안신문] 2천여 평의 방목장 울타리 안에서 흑염소 60마리가 살기에는 풀 양이 너무도 작다. 풀로 염소를 사육함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넓은 초지를 확보하는 문제이다. 고민 끝에 형님 소유의 산으로 울타리 없는 완전방목을 추진하고 있다. 이슬이 없어지는 정오경에 염소들을 내보내고 석양 무렵에는 집으로 돌아오는 훈련을 시켰다. 저녁먹이를 미끼로 쓰지만 생각보다 염소들은 집으로 잘 돌아오고 있다. 염소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풀을 선택해서 마음껏 먹게 되고 사료비는 거의 들지 않는 사육방식이다.

그런데 그와 함께 매일같이 해야 하는 한 가지 일이 생겼다. 그것은 농장주변에 마구잡이로 버려진 엄청난 양의 농업용 폐비닐과 사람들이 산에 버리고 간 비닐쓰레기를 치우는 일이다.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염소는 비닐을 풀보다 훨씬 좋아한다. 풀 보다 우선하여 산속에 버려진 비닐을 찾아내어 먹는다. 문제는 염소가 비닐을 좋아함에 불구하고 소화하는 능력이 없다는 점이다. 비닐을 많이 먹은 염소는 대부분은 소화 장애로 죽게 되고 살아도 암컷의 경우 임신을 못하게 되는 치명상을 입니다.

기억에 의하면 이곳에 농사를 지었던 것이 30여년 전일인데 당시 버려졌던 엄청난 양의 농사용 비닐이 전혀 분해되지 않고 당시 모습으로 그대로 나오고 있다. 매일 염소들은 새로운 폐비닐을 찾아내고 이것을 제때 치워내야 염소가 죽는 일을 막을 수 있다. 여기에다 개인소유의 관리되지 않는 산속이지만 사람들이 버린 비닐쓰레기는 엄청나다.

농사를 지으면서 바닥에 치는 비닐 중 재수거량은 과연 얼마나 될까? 대부분 농민들이 농토주변이이나 농토위에서 태우기 일쑤이고 농지주변에 엄청난 양이 버려지고 있다. 그래도 요즘은 지방정부에서 마을별로 폐비닐 수집 장을 두고 적극적으로 폐비닐을 수거하면서 상황이 나은 편이다. 하지만 여전히 농사용 폐비닐은 수거되지 못하고 우리 국토에 마구잡이로 버려지고 있다.

나 또한 농사를 지으면서 수많은 폐비닐을 태워왔었다. 당시에는 먹고 살기에 바빠서 정작 태우는 것이 갖는 문제점을 생각 할 겨를이 없었다. 다행히 돼지를 친환경사육하면서 친환경농업에 대한 지각이 생겼다. 지금은 과거 내가 아무런 생각 없이 버려왔던 농사용 폐비닐을 찾아 수거하고 있다.

그러나 또 다른 충격은 수거된 폐비닐이 거의 재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거된 대부분 폐비닐은 또 다시 우리 국토의 어느 매립장에 매립되고 있다.

농약과 화학비료 배합사료 여기에 비닐까지 현대농업의 각종 농자재는 경쟁력 강화의 미명하에 막대한 정부지원을 바탕으로 매출이 급성장해왔고 이제는 부메랑이 되어 역습해오고 있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농정당국은 가격경쟁력만을 운운하며 대량생산과 저가판매만을 추동중이다. 농업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지구 생태계를 지키는데 복무해야 마땅하다. 나부터 앞장서 비닐사용량을 줄이고 사용된 비닐의 재수거와 재활용에 앞장서야 한다.

머지않아 현대농업이 망친 환경파괴의 막대한 책임을 후대들이 감당하게 된다. 아마도 혹독한 시련이 될 것이다. 우리가 후대에게 물려줄 사회적 유산이 파괴된 지구생태계라면 이것은 불행 중 불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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