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의 10대 소녀들을 욱일승천기가 펄럭이는 군함에 실어 일본군의 성놀이개로 보낸 사실을 아는가 -

[무안신문] 민족의 이익을 우선하는 영토주권과 민족주의. 애국주의와 국가안보. 이것은 보수주의가 지향하는 가치의 핵심이다.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보수주의 가치를 여기에 바탕을 두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래서 보수주의자들은 질서를 지키는 가운데 자국의 영토를 지킨다는 남다른 자긍심을 갖고 있다.

보수주의는 때로 민족주의적 성향이 강해서 세계주의에 반하는 국수주의로 흐르는 경향도 있었다. 우리의 보수주의도 그렇다. 그러나 불행히도 극우적인 나쁜 것만 고스란히 지니고 오늘에 이르렀다. 민족의 이익에 반하는 반통일세력이고, 냉전 반북 대결주의와 호전주의 성향을 지니고 있다. 민족관을 세우자고 말하면 시대에 덜 떨어진 자로 몰아세운다. 민족주의는 어느새 대척점에 있는 진보개혁세력의 전유물처럼 인식되었다.

그렇다고 우리의 보수가 세계주의를 지향하는 것이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서구적 보수가 지향하는 사회적 책무의식이나 도량과 포용을 찾을 수가 없다. 한마디로 폭압적이고 독선적이고, 협량하다.

보수의 핵심 가치라는 민족적 자존심과는 상관없이 미국을 신앙화하고, 일본을 선망한다. 그들의 좋은 점을 선망하면 나쁠 것이 없겠으나, 정신적 하인의식에 따른 맹목적 숭미와 친일이 체화되었다. 사대주의의 멘탈리티가 알게모르게 내장되어 있다. 민족 우선의 보수주의가 지향하는 가치와는 정반대다.

세계 최강국 미국이지만 다 옳은 길을 가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나쁜 정책을 펴는 것도 있고, 우리에게 불이익을 안기는 면도 있을 수 있다. 미국의 강경파라는 이른바 네오콘은 한반도 긴장과 대결을 조장하면서 우리나라에 무기를 팔아먹는 최상의 구매처로 여겨왔다. 한반도 평화에 결코 우호적이지 않았다. 그런 미국을 비판하면 빨갱이 취급을 한다. 일본이 못된 짓을 해도 이명박 박근혜 정권하에서 보았듯이 항의다운 항의가 없었다. 있더라도 형식적이고, 결국은 일본의 의지대로 굴러갔다.

전범들의 위패를 보관하고 있는 신사참배에 대해 피해당사자로서 평화헌법을 제정한 일본이 전범의 악령이 우굴거리는 신사참배를 강행하는 것은 세계적 평화기준에 위배되는 일이라고 제대로 비판하지 못했다.

독일은 나치 깃발을 전범기라 하여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나치 깃발을 들고 시위하면 집시법 위반으로 체포했다.

반면 일본은 독도영유권을 억지 부리고, 위안부 사과를 거부하고, 마침내 10일 제주에서 열리는 국제관함식에 일본 자위대 군함이 욱일기를 달고 참가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그런데도 보수야당은 공식 비판성명 하나 없다. 이것이 영토주권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보수야당의 모습이다.

일제강점기를 통해서 보듯 우리는 가장 큰 피해당사국이다. 생각해보자. 일본은 전범기인 욱일승천기를 달고 한반도를 능욕하고, 조선의 어린 10대 소녀들을 욱일승천기가 펄럭이는 군함에 실어 남양군도로, 북해도로, 동남아시아로, 만주로 보내 일본군의 성놀이개로 삼은 뼈아픈 역사가 있다. 그런 깃발을 달고 한국땅에 들어온다는데 생각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가.

전에도 그랬는데 지금은 안된다고? 실제로 전엔 일본 군함이 욱일기를 달고 우리나라 항구에 들어왔다. 그래서 일본은 그때는 옳고 지금은 틀리냐고 불쾌감을 드러낸다. 일부 국내 여론도 일개 욱일기에 신경 쓰느냐는 반응도 있다. 자유한국당과 그 지지 세력이 중심이다.

그래서 보수주의의 정당인 자유한국당이 과연 보수주의를 지향하는 당이냐는 질문이 쏟아지고 있다. 우리 사회는 국제적 관점에서 보면 보수 진보에 관한 한 유치하고 졸렬한 정치담론 시장을 형성했다. 보수와 진보에 대한 개념의 몰이해 때문이다. 선악의 기준으로 보아왔던 것이 오류의 근간이 되었다. 보수 진보의 개념은 자기 삶의 지향성과 철학에 따른 선택일 뿐이지, 선악으로 구분해 옹호와 배제의 기준이 될 수 없다.

보수와 진보의 진정한 가치가 있지도 않은데 있는 것처럼 몰아 보수는 애국적이고 선하고, 진보는 위험하고 파괴적인 것으로 오도해왔다.

세계 2차대전이 끝나고 독일은 완전히 새롭게 태어났다. 내부의 각성으로 나치를 철저히 부정해 국명·국기·국가(國歌)·국가문양 등 각종 국가상징물을 바꿔서 새로운 나라로 탄생했다.

그러나 일본은 국가(기미가요), 국기(히노마루)는 물론 전쟁의 상징인 욱일기를 그대로 사용해왔다. 헌법도 평화헌법으로 바꾸긴 했지만 어느새 헌법 개정을 서두르고, 재무장을 거론하며, 전범이 존치된 신사참배가 일상화되고, 천황 지위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전범국가의 연속선상에 있는 셈이다.

일본 사람들은 기미가요가 울려퍼지고 히노마루가 하늘 높이 휘날리고, 욱일기가 펄럭이면 선조들의 기상을 느낀다고 할 것이다. 침략자들의 애국혼을 되살리는 심장 박동이 약동하며, 그래서 은연중 2차 대전의 향수에 빠져들 수 있다. 전범국가로서 주변국에 엄청난 피해를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독일과 같은 철저한 자기반성과 단절이 아니라 향수와 부활을 꿈꾸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이 우리가 욱일기를 반대하는 이유다.

미국은 한국전쟁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본의 재무장을 요청했다. 이런 요구에 일본은 독일과 같은 철저한 자기 반성과 군국주의 침략국가였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해상자위대를 창설했다.그러는 과정에서 자위대는 강군이 되었고,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현 아베 총리의 외조부가 전범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총리가 되고, 그 외손자가 또 총리가 되는 상황에까지 왔다.

결국 미국이 냉전의 우군이라는 이름아래 일본의 전범국가 부활을 방조했고, 그 상징으로 욱일기가 피해국인 우리나라에 별 반성없이 들어왔다. 여기에는 우리의 보수정권이 반공 대오에 함께 있다는 이유로 일본을 받아들이면서 키운 측면도 있다. 반공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전범기가 들어오는 것을 양해하는 기제가 될 수는 없다. 반공은 반공이지, 전범기를 묵인할 이유는 될 수 없는 것이다.

70년체제를 유지해온 보수 정권은 통치 프레임을 용공 좌경에서 찾았다. 진보=좌경=친북=빨갱이 프레임을 걸어 70년 체제를 유지했다. 애국을 독점하고, 북의 위협을 내세워 독재를 강화했다. 그러면서 반공 맹방이라는 이유로 개념없이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에 미온적이고, 미국을 비판하면 가차없이 종북으로 몰아 잡아가두었다. 이러다 보니 민족 우선이라는 보수의 가치를 외면하고, 친일 친미 사대적인 태도가 보수의 모습인 양 인식되었다. 미국이나 일본이 우리의 영토주권에 대해 간섭하고, 욱일기를 달고 죄의식없이 우리 영토에 들어와도 소극적이었다.

생각해보자. 일본의 국기는 일장기다. 욱일승천기는 침략을 선동하는 전범기다. 이 깃발을 달고 한반도를 약탈하고, 청장년을 사지로 보내고, 조선의 어린 10대 소녀들을 욱일승천기가 펄럭이는 군함에 실어 태평양제도로, 남양군도로, 만주로 보내 일본군의 성놀이개로 삼았다. 말하자면 침략 만행을 저지른 깃발이다.

그런데 그런 깃발을 달고 한국땅에 들어온다고 한다. 전쟁의 광기를 다시 환호하겠다는 뜻인가. 독일은 나치 깃발을 전범기라 하여 법으로 금지하고 있는데 그들은 반성은커녕 자랑스럽게 휘날리며 못들어오게 한다고 성명까지 내놓고 있다. 이는 우리 내부의 사대주의자들이 견인한 측면이 크다.

민주당 박광온 의원은 “전범기를 펄럭이면서 일본 함정이 우리 영토에 들어온다면 독일 함정이 나치 깃발을 달고 프랑스 노르망디나 다른 전쟁피해 국가의 항구에 들어가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독일은 이런 행위를 생각하는 것조차 범죄로 규정하고 사죄하고 있다”고 했다.

박주민 의원도 “욱일기는 일제 강점의 피해 당사자나 피해국에는 전쟁범죄의 상징이다. 일본이 과거 군국주의에 제대로 된 반성과 사과 없이 평화를 지키겠다는 관함식 행사에 참여하는 건 국제관함식의 의의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했다.

보수 야당이나 영토주권을 신앙처럼 받드는 태극기 할메들이 욱일기를 달고 들어오는 일본 군함을 막아서지 않는다면 그들의 애국주의는 허구일 수밖에 없다.

저작권자 © 무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