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신문=서상용 기자] 117년 만에 가장 무더웠던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다. 풀잎에 이슬이 맺히기 시작한다는 백로(白露, 9월8일)를 지나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추분(秋分, 9월23일)을 앞둔 요즘 무안 들녘은 완연한 가을이다.

황금빛으로 물들기 시작한 들판은 때를 기다렸다는 듯 배를 채우러 나선 참새무리로 분주하다. 농부는 쌀 한 톨이라도 지키려 독수리 연을 걸어 놨지만 참새들은 본체 만체다.

도시에 나가 사는 자녀들과 함께 추석(秋夕. 9월24일)에 먹을 햅쌀을 고대하며 이른 나락을 베어 말리는 촌부(村婦)의 손길도 참새만큼 바쁘다.

토실토실 살이 오른 분홍빛 고구마는 황토보다 붉고 무더위를 이기고 익어가는 감과 대추가 천고마비의 계절이 왔음을 알리고 있다.

들판 메밀꽃은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묘사 글처럼 소금을 뿌려 놓은 듯 하얗다. 꽃과 잎이 만나지 못해 서럽다는 ‘상사화’도 붉게 피어 눈을 호강 시킨다.

꽃 하면 봄이라지만 가을에 피는 꽃도 이리 많은지…, 황토골 무안의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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