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신문] 이번 호가 무안신문 지령 발행 700호다. 여기까지 오기에는 매주 휴간 없다시피 하여 15년의 세월이 걸렸다. 일간신문으로 치자면 2년의 세월이면 될 지령이다. 하지만 주간신문으로 발행되는 특수성을 감안한 지역신문이 700호를 맞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700호 의미가 새롭다. 일생을 살면서 15년을 한 직업에 매달려 가장 인생의 왕성한 시기에 신문이라는 직업에 전력투구해 왔다는 것은 삶의 전부가 묻어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래서 지령 700호는 직원들과 함께 나름대로 특별한 의미가 담긴 자랑이다.

삶을 살아가면서 어떤 것에 의미를 부여하면 특별함이 된다고 했다. 사람 간에 의미를 부여하면 인연이 된다. 동물이나 특정한 사물간에도 의미를 부여하면 함께 살아가는 삶이 된다. 우연이 맺어진 인연이든, 필연적인 인연이든 모두 생각에서 기인하는 것이고, 그 인연이 이어지기 위해서는 노력과 희생이 따라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정확히 5월8일 어버이 날이다. 큰 딸이 저녁 9시쯤 전화로 다짜고짜 개집에 새끼를 낳았다고 전했다. 수놈이 어떻게 새끼를 낳느냐고 하자 떠돌이 개(유기견) 같다고 했다. 시골로 이사한 3년 전 주변인으로부터 수놈 강아지 한 마리를 분양받아 기르고 있다. 그 놈이 집에 가면 유일하게 반겨 주는 놈이다.

그런데 사실이었다. 수놈의 집안에는 네눈박이 검은 개가 강아지 두 마리를 품고 있었다. 버젓이 주인이 거처하는 개집에 새끼를 낳은 것도 황당했지만 강아지 색깔(하얀색)로 보아 우리 집 수 개가 지아비가 아닌 것도 분명했다. 오직 했으면 싶었다.

그 놈이 집을 찾아와 몸을 푼 날도 어버이날이라는 의미도 없지 않아 이도저도 못한 채 헐거운 이불을 꺼내 창고 한켠에 보금자리를 별도로 만들어 줬다. 다음날 아침에는 막내딸 생일이다 보니 미역국까지 챙겨 주기도 했다.

자초지종 사연을 듣는 사람들은 ‘복이 굴러 왔다’고 했다. 지나 놓고 보면 놈들의 뒷정리를 해 주는 일복이다. 아이들은 어미 개를 ‘럭키’, 강아지는 ‘블루’·‘베리’로 각각 이름을 지어주었다. 그리고 한달이 지나고 강아지를 입양시켜야 할 때가 됐다. 입소문으로 입양 번호 공수표까지 날리며 약속했지만 두 달 째 입양을 미뤄 왔다. 인위적으로 갈라놓는다는 것이 잔인하다 싶었고, 그런 사이 정은 더 깊어졌다, 분양 대기자 한 분은 ‘더 늙혀서 줄거냐’며 협박도 했다. 결국 70여일 만에 압해도로 ‘블루’(수개)를 분가시켜 개 사돈 연을 맺었다. 그리고 한 마리는 애들 때문에 아직도 기르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다. 유기견인 어미 개가 얼마 후 또 임신해 들어오지 않을까 걱정이다. 한번은 그랬다 쳐도 두 번은 민폐다. 인연도 넘치면 악연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유기견과의 인연을 기회로 유기견 숫자가 궁금해 졌다.

무안군 최근 3년 610마리가 유기동물보호소에 입소해 255마리를 안락사 시켰다고 한다. 로드킬도 무시할 수 없다.

한때 반려동물로 애지중지 사랑받다가 늙고 병들면 버리다 보니 유실·유기동물은 보호센터에서 열흘 간 임시 보호된 뒤 보호자를 찾지 못하거나 보호센터의 수용 여력이 부족하면 안락사 시켜 소각 처리하고 있다고 한다. 결국 유기동물보호소로 잡혀가면 그곳이 유기동물 종착역이 된다는 점이다.

반려동물이 매년 늘어나면서 반려동물 1천만 시대를 맞았다. 국민 5명당 반려견(개)이나 반려묘(고양이) 1마리를 기르는 셈이다. 의미있게 맺은 인연에 대해 너무 쉽게 팽개치는 주인들의 모습이 요즘 사회 풍조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동물매개 치료의 경우 인터넷중독상담대응센터에서 청소년 중 희망자를 받아 치료 목적으로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무료로 분양하고 사육비를 지원하고 있는데 효과가 크다고 한다. 또한, 외국에서는 치매노인들의 치료에도 유기견들이 사용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유기견을 늙고 병들었다고 안락사만 시키는 것이 방안은 아닐 것 같다.

무엇보다 인연을 맺은 주인들의 책임이 강조된다. 인연은 세상을 살아가는 연결고리다. 때문에 만남 만남마다 의미를 부여해 인연을 만들고 이어 나가는 노력은 나의 존재를 세상과 버무려 살아가고 있음이 아닐까도 싶다. 그래서 의미를 부여하면 개인에게는 특수함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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