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신문] 참 빠르다. 30대 후반 막다른 길에서 선택한 삶이 이제는 내 삶의 얼굴이 돼 버렸다. 무안신문을 창간해 15년이 흘렀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하고, 한 우물을 10년 파면 길이 보인다고 들었다. 그런데 길은 아직도 묘연하다. 한 우물을 잘못 파고 있는 것은 아닐까도 싶다.

하지만 돌아갈 수 없는 세월이 됐고, 그간 얽히고설킨 인연들은 꽤 깊은 인생길로 끌어다 놨다. 이마에 새겨진 세월의 주홍글씨에 한탄하고, 시골마을 역시 15년 흘르는 동안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데없는’ 고령화만 깊어졌다.

무안신문이 7월7일 창간 15년을 맞는다. 창간 당시 3개월 안에 망한다는 그 신문이 지금은 기다리고 찾는 독자가 있어 과장하자면 의무감에 발행하고 있다. 그리고 7월말이면 지령 700호 8천400페이지 신문을 발행한다. 여기에 창간 주년을 맞아 1년 단위로 엮어낸 무안신문 영인본 15권이 발간된다. 직원들과 함께 불가능을 가능으로 이뤄 온 산물이다.

문제는 신문이 나이테를 더한다고 더 단단하고 세파에 견디는 모습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는 요령 때문이다. 누구나 나이 들고 업무가 익어 가면 지혜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 놈의 지혜가 요령으로 둔갑하고 요령은 거짓으로 포장되어 사람들을 속이려 든다. 본디 사람 마음은 게으름에 맞춰졌다고 본다면 살짝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쯤이야 용서 된다지만 그 적당한 속임수가 신문 지면에서 진실로 행세하려 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많은 사람들과 얽혀온 인연이 펜을 무디게 하는 것도 이유다.

“젊어서는 누구못지 않게 비판하고 정의를 외쳤지만 나이 들면서 적당히 타협하고 사는 것이 좋더라” 내 나이 40대 중반쯤이었을 때 한 선배가 들려 준 말이다. 세월이 흘렀고 그 선배의 말이 몸에 베었다고 느꼈을 때는 나도 적당함을 무기 삼아 기득권이 되어 있음에 놀랐다.

정체는 이때부터 시작하지만 퇴장은 미련이 많다. 그래서 끼리끼리 무리 지어 지역의 반목과 갈등을 만들어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러나 역사는 변화의 흐름이다. 순리를 거스린 채 버티면 밀쳐 흔적 없이 팽개쳐 버리는 게 역사다. 무안신문은 창간 후 15년 동안 2명의 군수와 5명의 도의원, 30여명의 군의원 등 우리지역 지방자치를 이끌어 온 사람들을 지켜봤다. 그 중 일부는 지금도 현직에 생존해 있고, 자의든 타의든 선거 및 공직에서 물러난 이들은 기득권으로 뭉쳐 수십년 지역을 지배하면서 갈등과 반목을 통해 생존해 가고 있다. 특히 이들의 존재감은 선거 때면 더욱 빛난다. 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첨단 과학시대에서 조직이나 요령으로 사는 시대는 지났다.

흔히 정치인들은 기득권과 단절을 요구하면 “표는 없지만 떨치는 표가 많아 안고 갈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결국 자신의 안위를 위해 기득권을 묵인하는 공범이 되고, 그런 심리를 악용해 기득권은 지역 변화를 정체 시키면서 후손들의 미래를 막고 있다.

민선 7기 4년 임기가 지난 2일부터 시작됐다. 불행하게도 제7호 태풍 ‘쁘라삐룬’이 취임식을 즈음해 상륙하면서 지자체장 취임식이 취소됐다. 일생에 한번 있는 일이지만 대의적 명분이 더 컸다. 그런 대의적 명분과 초심이 4년후까지 변함없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무엇보다 우리 무안은 현재 공항활성화 등 신성장동력을 이뤄나갈 여건들이 만들어져 있다. 하지만 꿰어야 보배다. 다시 지역의 모리배에게 휘둘림 당해 군수와 지방의원들의 귀와 눈이 멀어진다면 무안의 미래는 없다. 그리고 머지않아 반드시 있을 행정구역 개편 시 무안을 인근 지자체에 떠 넘겨야 할 때 죄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4년은 주변의 기득권인들에게 휘둘림 당하지 않고 적패청산을 통한 무안 발전의 기틀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

모든 갈등은 하나로 흐르는 맥이 있다고 한다. 그 맥의 중심에는 정치인과 기득권이 있다. 때문에 정치가 변하지 않으면 갈등 치유 해법이 없다. 지역내 갈등 극복도 기득권의 반성에서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무안신문은 민선 7기 군정과 함께 무안의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데 철저한 감시와 대안을 제시해 나갈 것을 약속한다. 이에 일환으로 무안신문은 창간기념일을 맞아 ‘갈등과 반목’이 ‘상생과 화합’의 장이 될 수 있는 자리를 마련코자 무안지역 정치인과 사회단체장을 한자리에 초청, 교례회를 갖는다. 작은 씨앗이 훗날 열매가 되기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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