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회귀의 관성과 권위주의 문화, 극우반공 대결주의, 지역분열주의를 청산하라

[무안신문] 광역단체장 민주당 14명 자유한국당 2명, 국회의원 민주당 11명 자유한국당 1명, 기초단체장 민주당 151명 자유한국당 53명... 이중 수도권 기초단체장 여 62명 야 4명, 광역의원 여 257명, 야 5명.... 민주당과 한국당이 6.13 지방선거에서 거둔 성적표 비교다.

자유한국당 참패는 한국의 역대 선거사상 초유의 기록이다. 박정희 유신독재시절과 전두환의 체육관 선거에서 나온 강제된 95% 선거 결과 이후 나온 최초의 기록일 것같다. 지역주의가 약한 수도권의 성적을 보면 더 충격적이다. 그러니 여러 말이 필요없다. 파괴만이 답이고, 해체가 아니고는 길이 없다. 혹시나 하고 버텨도 종당에는 더 비참하게 쓰러질 것이다.

그런데도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떠나면서까지 어깃장이다. 그는 6.13선거 참패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사퇴하면서 “나라는 통째로 넘어갔다”며 물러났다. “어디로 넘어갔다”는 말을 뺏지만, 그의 평소 언행으로 보아 의미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는 문재인 정권을 좌파정권으로 거칠게 몰아붙였고, 남북대화를 평화위장 쇼라고 공격하고, 종북좌파를 입에 달고 다녔다. 그래서 “나라가 통째로 넘어갔다”는 의미는 무엇을 말하는지, 충분히 유추할 수 있다.

그래서 자유한국당이 망하고 홍준표가 망한 것이다. 시대정신을 읽지 못하고, 보수에 어울리지 않는 체신없는 막말과 낡은 색깔론의 덫에 걸려있는 극우적 행동, 사나운 싸움꾼같은 대결적 오만을 보이니 시대의 미아가 되어 비참하게 퇴출의 길에 들어선 것이다.

그는 불행히도 자유한국당이 왜 참패했는지를 아직도 잘 모르는 것같다. 자유한국당이 그의 독주체제를 구축했으니 그와 생각을 같이하는 흐름이 자유한국당 내에 흐르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와 생각을 같이하기 때문에 그들 역시 참패의 원인을 잘 모를 수 있다. 알더라도 지난날의 타성에 젖어서 진단도 틀리고 대안도 틀릴 것이다.

그래서 수습책을 내놓는답시고 지도부 사퇴-비상대책위원회 구성-새 지도부 구성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그런 처방은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었다. 고양이에 무늬를 친다고 해서 호랑이가 되겠는가. 위기모면용 변화라는 소리는 들을지 몰라도 근본을 뜯어고치지 않고는 백약이 무효다.

과거회귀의 관성과 권위주의 문화, 극우반공 대결주의, 지역분열주의, 영남패권주의를 기반으로 한 군림과 오만의 태도를 청산하지 않고는 자유한국당의 생존의 근거는 없다. 극우·보수, TK, 노년 세대의 뒤편에 숨어서 안주해온 사람들은 여전히 국민위에 군림하고, 따르라는 박정희·전두환 식의 호령과 독단에 빠져있다. 이런 독재성을 내면에 품고 강압적 태도와 억지, 기득권에 기생하며 21세기 대명천지를 활보했으니 몰락의 길을 갈 수밖에 없었다. 국민은 저만치 앞서가는데 선도는 못할망정 뒤에서 뒷덜미를 잡고 있으니 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자유한국당은 체질·정체성·인물·권위적 퇴행문화를 뿌리부터 걷어내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다. 그 인물이 그 인물인 사람들이 나와서 변신을 꾀한다지만 믿을 국민은 없다. 그들이 그동안 그런 변신의 행동을 보이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때로 위기의 순간에, 혹은박근혜 탄핵 후 변화를 모색하고 지도부를 교체했다. 그러나 시일이 지나면 은근슬쩍 다시 그 인물이 들어와 옛 퇴행의 길을 갔다. 홍준표도 그런 절차를 밟아 대표가 되었고, 결국 비참한 말로의 길을 걸었다. 말하자면 임기응변식의 변신의 결과가 오늘의 결과를 자초한 것이다.

자유한국당의 참패는 홍준표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그가 독박을 썼을 뿐이다. 홍 전 대표는 직선적이고 솔직한 면이라도 있다. 그러나 홍준표 대표보다 더한 강경수구 대결주의자들, 지역주의에 얹혀 군림하고 억지생떼를 쓰는 정치인들이 얼마나 많았나. 그런 정치문화가 오늘의 침몰을 가져왔다.

김태흠 최고위원이 “홍 대표는 측근 챙기기, 비민주적이고 독선적인 당 운영, 부적절한 언행으로 일관하며 보수우파의 품격마저 땅에 떨어뜨렸다”고 홍 전대표를 비판하며 “한국당이라는 낡고 무너진 집을 과감히 부수고 새롭고 튼튼한 집을 지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백번 옳은 말이지만 그 역시 홍 전대표만 욕할 수 있나도 돌아보아야 한다. 그런 정도라도 발언한 것은 다른 의원들보다 용기있는 태도라고 보여지지만, 그 역시 지난날에 대한 자성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유한국당은 △정체성과 신념의 체계가 시대 흐름과 국민적 바람에 부합하는가 △노선이 오늘의 시대담론을 담고 있는가 △이명박근혜 10년의 부정과 부패, 오만을 제대로 반성했는가 △민심보다 자신의 이익에만 몰두하진 않았는가 △여론을 비틀고 낡은 이념을 강제한 것은 아닌가를 되돌아보아야 한다. 이런 치열한 자기반성이 시작점이 되어야 한다. 그런 다음 자기 개조에 나서야 한다. 정계개편-보수대통합-지도부 구성 따위는 또다른 분장술에 지나지 않는다. 낡은 인물들, 과오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탐욕만 아는 정치인부터 과감히 쫓아내야 한다. 조삼모사 식의 정치적 이합집산은 더 깊은 골병만 들게 할 것이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가 경향신문에 인터뷰한 내용을 인용한다. 그는 “정치적 파문을 당한 친이, 친박, 친홍 세력이 완전히 물러나는 인적청산이 우선돼야 한다. 자유한국당이 상징하는 천민자본주의와 냉전반공주의를 넘어서는 합리적 정체성을 만들어 국민들에게 진정성을 호소하는 ‘고난의 행군’을 장기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당명, 당가, 로고를 제아무리 바꿔봐야 허당이다. 토니 블레어, 에마뉘엘 마크롱, 저스틴 튀루도 같은 젊은 새 인물이 나와서 새로운 보수 실험을 해야만이 자유한국당이 살 수 있다. 그런 인물이 없는 것이 아니다. 발상의 전환을 하면 우리 사회에도 차고 넘치는 인물들이 많다.

* 이 칼럼은 breaknews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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