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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홍 칼럼 - 북한, 미국과 맞짱 뜰 힘 없으면 미국 우산 밑으로 들어가라
이계홍(소설가, 전 언론인, 해제출신)
2018년 05월 30일 (수) 09:24:42 이계홍(소설가, 전 언론인, 해제출신) 무안신문

   
[무안신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낸 공개서한을 통해 “당신들의 가장 최근 발언에 나타난 엄청난 분노와 공개적 적대감에 기반하여, 지금 시점에서 오랫동안 계획돼온 이 회담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느낀다. 따라서 세계에는 해악이 되겠지만 우리 서로를 위해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을 것임을 이 서한을 통해 알리고자 한다”고 통고했다.

결론부터 말하겠다. 북미 정상회담의 좌초는 미국 강경파의 승리다. 북미 정상회담은 애초부터 헤쳐 나가기 어려웠다. 왜냐하면 사업가 출신의 협상가이자 대화파인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파들에게 포위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 워싱턴의 국제외교 전문가 집단, 혹은 엘리트 집단은 북한이 도발하면 도발할수록 강경모드로 정책을 몰아가는 관성을 지닌 사람들이다 그렇게 해서 70년 체제를 유지, 관리해온 사람들이다.

그들은 미 군산복합체의 사업영역을 확장시켜주면서 세계의 경찰국가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왔다. 그중 가장 도발적이고 특수한 왕정국가 북한이 주요 대상이 되었다. 긴장을 조성할수록, 대결을 조장할수록 그들의 역할은 강화된다. 거기에 자본이 붙고 정치세력이 붙고, 한반도 정치세력도 마찬가지다. 인생은 자기가 살아온 삶의 행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므로 이런 관행 속에 사는 것이 다른 시도를 하는 것보다 덜 모험적이며 덜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그 틀속에 질서가 잡히고 문화가 형성되었다.

그래서 도널드 트럼프 같은 사업가 출신은 워싱턴 정가에 이단아로 꼽히고, 그가 비록 뚝심으로 자기 뜻을 관철한다고 해도 언제든지 ‘디테일의 악마’를 들이대는 외교 테크노크라트에 의해 새롭게 시도해보려는 정책이 좌초되기 십상이다. 그중 북한이 대표적 사례다. 그래서 테크노크라트들은 이렇게 그에게 충고할 것이다. “거, 보시오. 북한이란 나라는 툭하면 이빨 들이대고 마구 대들지 않소. 이런 미치광이 깡패집단은 주먹 밖에 없소.”

그들이 북미화해와 협력을 파토 내려는 행동을 감춘 채 북한의 반발(호전성)만 가지고 실패로 몰아가는 것이다. 강자는 어떤 무엇을 해도 협상에서 성공한다. 부도덕하고 약속도 뻔질나게 어기고, 오만하게 회의를 끌어가도 성공한다. 그러나 약자는 어떤 선의를 가지고 임해도 실패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지녔다. 그것이 약자의 한계다. 다시말해 약자는 강자의 패놀이에 놀아날 수밖에 없는 숙명을 안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이 점을 간과하고, 때로 자신도 고양이가 아니라 호랑이라고 자기최면을 걸어 으스대다가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피폐하고 가난한 나라로 전락해버렸다. 따라서 북한은 냉엄한 국제현실을 인식해야 한다. 그것이 비굴하다고 어느 누구도 생각지 않는다. 오히려 현명한 선택이라고 평가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북한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위임에 따라' 담화를 발표하고 "만나서 첫술에 배가 부를 리는 없겠지만 한가지씩이라도 단계별로 해결해 나간다면 지금보다 관계가 좋아지면 좋아졌지 더 나빠지기야 하겠는가. 우리는 아무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음을 미국 측에 다시금 밝힌다"고 꼬리를 내린 것은 옳다. '위임에 따라'라는 문구는 통상적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뜻이 담겼음을 의미한다.

그동안 이에는 이, 눈에는 눈으로 겁 없이 대들던 북한의 종전 태도로 보면 이것은 항복 수준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볼턴 미 안보보좌관과 펜스 미 부통령에게 쏟았던 감정적 대응이 판을 깨자는 것이 아니고, 그들이 그동안 보여준 적대적 대북관과 회의적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반응한 것일 뿐, 정상회담 자체를 깰 의도가 없었다고 대놓고 말하고 있지 않은가.

그동안 펜스 미 부통령의 발언, 존 볼턴 안보보좌관의 발언이 어떻고, 누가 빌미를 제공했느니 어쩌니 따지는 것은 의마가 없다. 이제 앞으로가 문제다.

문재인 대통령이 북미간의 조정자로 적극 나서야 한다. 갈등을 조정해 합의를 이루어내는 과정. 이는 다른 어떤 것보다 평화를 사는 일이기 때문에 세계로부터 평가받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를 위해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직접 통화를 하고, 미국에 특사를 파견해 이견을 조율해 나가도록 주선해야 한다. 물론 미국은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요구조건에서 한 걸음도 양보하지 않을 것이다. 북도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다. 양자간에 감정적인 말씨름은 본질과는 상관이 없는 것들이다. 그렇다면 보상책과 일정 조율만 남았다. 그러므로 우리의 외교역량을 총집결할 때다.

북한 김정일 위원장에게 말한다. 미국의 압박이 부당하고 억울하다고? 그렇다면 세계초강대국과 맞짱뜰 수 있는 힘이 있는가? 오히려 맞짱뜨기를 바라는 것이 미국 강경파들의 전략 아닌가. 그들에게 말려들어 놀이터를 제공하겠다고? 그렇게 어리석은가? 그 결과가 어떤가. 이런 마당에 그래도 대화와 협상으로 나서는 사업가 출신 대통령이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장사꾼은 상대방을 굴복만 시키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도 먹고 살 수 있도록 배려하는 상도의라는 것이 있다. 그래야 거래선이 계속 확보돼 더큰 이익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납작 엎드렸다고 김위원장 자존심이 망가졌다고 보는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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