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광(무안군청)

『월출산 고갯길을 구비 구비 돌아서 나 여기 찾아 왔네 해남아가씨
구름도 내 맘인 양 그님 모습 그리고 우슬재 산마루에 나의 눈길 머무네
아~이 내 마음 부러울 것 없어라 우물가 해남아씨 물 한 모금 주구려』

[무안신문] 남의 동네 사람들은 이렇게 하는데, 우리 동네 사람들은? 안 하는 것일까? 못하는 것일까? 아무튼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70년대 후반 ‘하사와 병장’이라는 남성듀엣의 대중가요 속에 나오는 ‘해남 아가씨’는 아니지만 새롭게 단장한 매장 안에 들어서니 단아하고 앳돼 보이는 사장님이 손님을 맞고 계신다. 고구마 빵을 구경하러 왔다면서 인사말을 건네자 반갑게 맞으며 고구마 빵에 대한 설명을 시작한다.

먹어봐야 맛을 알겠기에 허락(?)도 없이 빵 하나를 집어 들고는 빵 표면에 묻은 붉은 가루가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한 귀퉁이를 떼어 입에 넣었는데 놀랐게 빵에서 고구마 맛이 난다. 고구마와 빵의 절묘한 만남이라니 신기할 뿐이고, 그 맛에 감탄을 하게 된다.

매장을 둘러보는데, 『땅끝 마을에 다녀왔습니다. -피낭시에-』를 찾은 손님들로 하여금 남도 땅끝마을에 다녀왔다는 흔적을 남기게 하기 위해 매장 한쪽에 포토 존을 설치해 놓았다. 또 가지런히 정리해 놓은 빵 포장 상자에도 『땅끝 마을에 다녀왔습니다.』라는 글귀를 새겨 넣은 것을 보니 고심한 흔적들이 여기저기서 묻어 나온다.

우리 지역이나 해남, 아니 필자의 고향 함평 등 여느 농촌이 그렇듯 지역에서 생산되는 특산물(?)들이 1차 상태에 머물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기에 북데기가 크고 무게가 무겁다. 이렇다 보니 선뜻 선물로 내놓기도 그렇고, 또 구입해서 선물을 한다는 것도 망설여지는데, 이곳 ‘피낭시에’ 빵집의 사장님은 이런 점에 착안을 하고 준비를 한듯하다. 녹을 먹은 공직자들이 한 번쯤은 눈여겨 볼 부분이 아닌가 싶다.

우스갯소리를 하느라 ‘(제빵) 기술을 전수받아 우리 지역에서 생산되는 고구마를 가지고 좀 더 소비층도 다양하고 넓은 대도시에 체인점을 개설하면 안 되겠냐?’ 라고 물었더니, 한마디 하신다. 해남고구마 빵이 인기가 있는 것은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고구마로 이곳에서 만들기 때문이다. 이곳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땅끝 해남의 의미와 가치가 더해져서 빛이 난다는 것이다.

이곳이 고향이 아닌 것으로 아는데 지역에 대한 애착이 이리 대단한줄 몰랐다고 하자 ‘지역의 특산품을 만들기 위해 지난 13년간 시행착오를 거치며 다양한 고구마제품을 만들어 오며 이곳을 찾은 사람들에게 땅끝 마을을 다녀간 의미를 부여하고, 빈손으로 돌아가지 않게 하려고 고심해 왔고, 다시 찾게 하는 것이 희망이라는 자신의 포부를 당당히 밝힌다.

우리도 연꽃축제를 ‘연 산업(?)축제’로 이름을 바꿔 개최했던 때가 있었다. 그 무렵 백련을 이용해 만든 아이스크림이 축제장에서 팔리고, 또 연을 이용해 빵을 만들어 파는 가게가 일로읍내 어딘가에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자취를 감추었다. 농산물을 가공해서 상품을 만들고 부가가치를 높인다는 일은 말처럼 쉽지가 않다. 상품을 개발하는 것만으로 끝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설을 설치하는 일이야 (자금)지원을 받는다지만, 시설을 운영하고 상품을 생산 판매하려면 제조 가공 및 운영 홍보비 등 더 많은 운영비가 추가로 소요되기에 일정궤도에 올라서기까지는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특정인에 대한 편파지원이니 특혜니 하는 곱지 않은 시선과 복잡하고 까다로운 절차로 인해 대부분 중도에 포기를 하다 보니, 시작만 있고 끝이 보이기도 전에 사그라지는 게 농산물의 가공이 아닌가 싶다.

‘경주엔 경주 빵 해남엔 고구마 빵’ 상품출원을 하고, 가게도 더 넓은 곳으로 이전해서 확장을 하고, 입소문을 타고 SNS를 통해 전국에서 몰려든 손님들도 하루 스물네 시간이 짧다고만 하는 빵집주인을 보면서 한 편의 인간승리 드라마를 보는 기분이 든다.

자기 일에 대한 강한 열정과 집념으로 지역의 발전과 농업의 미래를 위해 비전을 제시해 준 고구마빵집 ‘피낭시에’ 사장님과 같은 CEO가 ‘어디 없나’하고 주위를 둘러보게 된다. 그러면서 또 다가오는 지방선거에는 지방분권시대의 농업과 농촌의 공익적 가치를 고민할 줄 아는 지도자들이 전면에 나서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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