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신문] 얼마 전 무안 모 지역에 모 농협이 농협중앙회 산지판매대상을 수상하였다는 현수막이 걸렸다. 그러나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축하할 일은 못되는 것 같다. 모 농협은 무안군에서 양파판매사업 역사가 길고 판매사업이 활성화되던 시절 20kg망으로 40만개에 육박하는 양을 농민조합원들과 계약하여 판매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조합원들의 계약재배가 점차 줄어 급기야 10만개 이하로 줄면서 고육지책으로 전북 모 지역 양파를 계약하여 들여와 판매 사업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판매 사업이 우수하다는 것은 어떤 기준일까?

현재 농협중앙회의 농산물 판매 사업에 관한 입장과 태도가 반영된 시상이라 본다. 무안 모 농협이 중앙회 농협이 아닌 지역농협으로 해당지역 양파를 계약재배 판매하는 것보다 외부지역 양파를 더 많이 취급하는 것은 시상대상이 아니라 시정권고 대상이다. 특히나 무안은 전국적인 양파주산지로 참으로 불 명예롭고 수치스럽다.

농협 경제 사업은 한 면에서는 대량생산을 통한 계약생산과 판매사업 즉 농산물 매취사업이고 또 다른 한 면은 완주에서 시작된 로컬푸드 판매운동이다. 로컬푸드 운동과 매취사업은 한국 농업의 형태와 생산방식을 포괄하는 양면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매취사업이 1994년 수입개방 후 가족농 붕괴에 따른 농업 규모화 대안으로 출발했다면 로컬푸드 운동은 한국 실정과 무관하게 성장한 규모화 상품중심 농업의 반성에서 출발했다. 매취사업이 농민과 대형마트를 잇는 중간상인적 모습이라면 로컬푸드 운동은 농민과 소비자를 직접 잇는 직거래운동이다. 그래서 매취사업의 책임은 농협임직원에게 있고 로컬푸드 운동의 책임은 생산농민에게 있다. 매취사업에는 농산물에 이름과 얼굴이 없어 농민에게 사회적 공적책임이 없고 로컬푸드 운동은 소비자에게 생산자의 얼굴을 바탕으로 판매하여 사회적 공적책임을 농민이 갖는다. 농민들은 로컬푸드 운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품질경쟁이라는 공적책임을 다하지만 매취사업에서는 수량과 매출에만 관심을 갖는다. 갈수록 매취사업은 품질이 저하될 수밖에 없는 구조지만 로컬푸드는 운동은 시간이 갈수록 품질향상이 이루어지는 농업혁신운동이다.

이러하기에 농민들은 로컬푸드 운동에서 한국농업의 새로운 희망을 갖게 되고 열광하면서 대안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매취사업에 참여하는 농민들은 가격결정과 환원을 둘러싸고 농협 임직원들에게 불만만을 토로하고 끊임없이 대립한다. 매취사업에서 농민이 주인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 개헌안 농업의 공익적 가치와 생태적 가치는 매취사업을 통해 이루어질 수 없다. 반면 로컬푸드 운동을 통해 농업의 공익적 가치와 생태적 가치를 실현해 갈 수 있다. 로컬푸드 운동에 참여하는 농민들이 소위 친환경농산물은 아니지만 시간이 갈수록 농약과 비료 의존성을 줄여가고 품질과 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고 말한다. 말 그대로 로컬푸드 운동을 통해 돈보다 농업의 공익적이고 생태적인 가치를 판매하고 있다는 자각을 갖게 되는 것이다. 지난 10수년 농산물 직거래만을 해온 나의 경험도 농부의 가치는 농산물로 소비자와 맞대면을 통해서 높아지게 된다고 자부한다.

올해 양파, 대파 등 일명 월동 채소작물이 폭락하여 농식품부 차원에서 사전폐기가 진행되고 있다. 몇 년을 주기로 끊임없이 반복되는 연례행사다. 국가의 식량에 대한 수급조절에 대한 책임은 일차적으로 정부에 있음으로 당연히 농산물이 폭락하면 국가가 재정을 투입해 생산농민의 생산비를 보장해주는 것은 마땅하다.

이러한 노력과 함께 도시 소비자와 생산농민을 바로 연결하는 유통혁명이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농토가 좁은 한국의 특성상 규모화보다 가족농에 기반한 다품종 소량생산이 주된 농업형태이며 미래지향적이다.

또한 안정적 가족농 육성은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기도 하다. 농산물 유통구조를 바꾸면 농업의 공익적 가치와 생태적 가치도 추구할 수 있으며 새로운 일자리도 만들 수 있다. 문재인 정권의 새로운 농산물 유통혁명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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