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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정 주(시인, 고구려대학교겸임교수)
2018년 04월 11일 (수) 10:01:45 정 주(시인, 고구려대학교겸임교수) 무안신문

[무안신문] “너무 걱정하지마, 세상만사는 그냥 그 자체일 뿐이란다”

   
봄이다. 여기저기 팝콘 터지듯 봄꽃들이 피어나고 꽃내음이 바람타고 스치운다. 책상 앞 모니터에서 쏟아지는 글씨 알갱이들을 바라보다가 문득 마우스를 놓고 봄바람 따라 창문을 넘어 도망치고 싶은 날이다. 누구도 상상하기 힘든 기상천외한 일들을 유쾌하게 대처하는 세상에서 가장 운 좋은 100세 노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요나스 요나손 작가의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혼자 피식 웃으며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조급하고 불안하게 지금을 사는 우리들 자신에 대해 봄바람처럼 다가와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에서 작가는 무척이나 즉각적이고 낙천적인 성격의 주인공 알란을 통해 순간이 오면 따지지 말고 누릴 것을 얘기하고 있으며, 우리에게 내일이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오늘을 마음껏 즐기라고 권하고 있다. 살아가는 삶을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하며 어차피 일어날 일은 일어나는 것이고 세상은 다 그렇게 살아가게 되어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얘기들과 인간의 어리석음은 예외일 수 있지만 결국 삶은 영원할 수 없으므로 매순간 “인생을 즐겨라”는 강한 메시지를 보는 이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소설의 전반적인 줄거리는 이야기의 주인공 알란이 100세가 되던 그의 생일날 양로원에서 주최하는 생일파티에서 인생의 마지막을 양로원에서 보내느니 모험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창문을 넘어 세상 밖으로 도망치는 것으로 시작된다. 버스 정류장에서 우연히 발견한 볼트의 트렁크를 들고 목적지도 없이 버스에 오르며 맞닥뜨리는 여러 사건과 함께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가 교차한다. 10대 시절 아버지와 어머니를 모두 잃게 된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알란은 정신병원에 갇혀 억지로 감금당하기도 하고 스탈린에게 끌려가 원자폭탄 제조의 비밀을 전하라는 협박도 받게 된다. 무기공장에서 폭발본능을 깨우치게 되기도 하고 잠깐 차를 세우게 된 곳에서 악의 축이라 생각했던 프랑코의 목숨을 구하기도 하며 그 대가로 받은 권총으로 맨하탄 프로젝트에 참가하게 되어 원자폭탄 개발에 기여하기도 한다. 우연히 훔친 돈다발이 가득 들어있는 트렁크로 인해 쫓기는 신세가 되어 우연의 우연을 거듭하며 발리에 도착한 알란과 줄리어스, 베니, 구닐라는 한때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유독 삶의 재미를 못 느끼고 굳은 표정인 베니에게 알란이 던진 “자네는 쉬운걸 너무 어렵게 생각하는게 문제야” 라는 한 마디는 매사에 행동보다 고민 먼저 시작하는 소심한 성격 탓에 연애도 제대로 못해본 베니에게 과감한 충고가 되어 베니는 멋지게 인생을 향해 나아간다. 알란은 부모로부터 사랑받지 못하고 누군가를 사랑할 수도 없는 자신의 인생과 평생 남 좋은 일만 하였던 삶을 돌아보며 발리해변에서의 마지막 순간에 삶을 아쉬워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지만 알란이 100년 동안 긍정적이다 못해 세상에 초연하게 살 수 있었던 이유가 몇 가지 있다.

일반적인 우리들의 시각으로 볼 때 단지 도망치기 위해 창문을 넘고 그저 더 멀리 가기 위해 버스에 오른 알란의 행동은 납득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전의 알란이 “나는 이제 어떻게 살아가죠?” 라고 어머니에게 물어보는 질문에 “너무 걱정하지 마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냥 그 자체일 뿐이란다, 괜히 고민해 봤자 도움도 안돼 어차피 일어날 일은 일어나는 거고 세상을 살아가게 되어있어.” 라는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을 돌아보면 알란이 어떻게 지난 세월을 살아왔는지 이유가 설명된다. 알란은 어머니의 마지막 말을 인생의 모토로 삼고 살아가며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다르게 갖게 되었으며 어떤 경우에도 걱정하고 두려워하기 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받아들이며 인생을 즐기는 모습을 보인다.

이야기 속의 알란은 집단, 사람, 정치, 경제적 이해관계에 얽혀서 사는 우리와는 다르게 오직 자신의 실력과 쓰임을 인정하는 곳으로만 움직인다. 자신의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는 이와는 일하지 않거나 그르치기도 하지만 자신을 인정하는 사람을 위해서는 기꺼이 폭파 업무까지 스스럼없이 해내고 만다. 또한 사람을 만날 때도 작품 속 등장하는 수많은 권력자들, 통치자들 심지어는 트루먼 대통령에게도 평범한 핫도그 장수인 베니에게 대하는 태도와 별반 다를 것 없는 친근함으로 다가간다. 이러한 작품 속 알란의 태도는 타인을 마주할 때 상대방의 사회적 위치에 따라 태도가 바뀌며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하게 대하는 현실 속에 사는 우리들이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며 고개 숙일 수 있게 한다. 자신의 기준에서 상대방을 대하고 삶에서 일어나는 많은 현상들을 그저 그 자체로 받아들일 뿐 평가하지 않고 자신의 얘기만 하는 입보다는 타인의 얘기를 들을 수 있는 귀를 가졌으며, 정치적 이념을 비웃듯 관조하며 살다 자신의 행복을 찾아 살아가는 알란과 같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나는 그와 친구가 되고 싶다.

가끔 누구에게든 질문을 던지고 싶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라고...

얼마 전 시설에 계시던 105세 된 어르신이 소천하셨다. 피부 괴사가 진행되었고 호흡이 거칠었지만 얼굴만은 온화한 모습이었다. 이곳에서 생활하면서 생을 마감하는 어르신들을 보며 가끔 나의 미래를 내다보는 습관이 생겼다.

자신을 막고 있는 창문을 뛰어넘는 삶을 통해 아름답고 건강하게 늙어가는 모습, 감사하고 배려하며 늙어가는 모습이고 싶다

무엇이 정답이라 할 수 없지만 언제 죽어도 죽기 전 내 자신 스스로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면 꽤 괜찮은 죽음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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