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신문] 짙게 깔린 안개를 보면서 소설작품(霧津紀行. 김승옥)속의 순천만 갈대숲의 정취를 떠올리려다 말고 지난 주말 AI 근무를 위해 농장초소를 찾아가다 봤던 양파 밭에 농약을 치던 농민들의 모습을 헤아리게 된다.

지천명의 중턱인 나이기에 그렇게 늙다리는 아니지만 안개가 자욱한 밤거리를 보게 되면 고모님 또래의 가수 ‘정훈희’의 안개라는 유행가를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된다.

『나 홀로 걸어가는 안개만이 자욱한 이 거리
그 언젠가 다정했던 그대의 그림자 하나 생각하면 무엇 하나
지나간 추억 그래도 애타게 그리는 마음
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 사람은 어디에 갔을까 안개 속에 외로이 하염없이 나는 간다.』

하지만, 안개가 그렇게 낭만적이면서 좋은 것만은 아니다. 아니, 좋은 것은 없을지도 모른다. 서두의 김승옥 작가나 정훈희 가수처럼 글을 쓰거나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라면 몰라도 농사를 짓는 사람들한테는 좋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농업 군이고 양파의 주산지이니 더더욱 그렇다. 농업에 있어 짙은 안개는 농작물에 대한 습해 유발과 각종 병균의 번식을 높이기 때문이다. 특히, 노균병(露菌病)은 서늘하고 습기가 많은 곳에서 곰팡이 때문에 생기는 식물의 대표적인 병이다.

양파노균병은 1차와 2차로 나뉘어 발생을 하는데, 1차 발생은 육묘 중에 감염된 포기를 심거나 겨울동안 난 포자형태로 토양에 월동하던 병원균이 잎에 묻어서 발생한다. 초봄 한파가 물러가고 온도가 올라가면서 잦은 비로 습도가 높아지면 균사를 내어 양파 잎을 침입하게 된다. 또, 2차 발생은 4월 이후에 1차에 발생한 병원균에서 분생포자를 형성하여 바람에 의해 옆에 있는 다른 포기로 전염이 된다. 그래서 초봄에 발생하는 1차 전염원은 가능한 일찍 제거하고 방제를 해야 2차 감염을 줄일 수 있다.

잎 표면에 물기가 2시간 이상 묻어 있을 때 기공)을 통해 노균병의 병원균이 침입하여 병이 발생하게 되는데, 비가 잦고 요즘처럼 안개 끼는 날이 많으면 발생이 늘어나게 된다. 그렇다보니 안개가 걷히고 나면 여기저기서 농약을 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일선 읍면에서 양파 노균병 방제약제를 공급했던 적이 있다. 녹을 먹는 사람으로서 공급하고 있는 약제가 어떤 약인가는 알아야만 했기에 이십년도 더 지난 기억들을 더듬어가며 공부를 다시 했었다. 사실, 농업 용어나 농정에 대한 시사문제에 대해 모르고 있다가‘그것도 모르느냐?’라는 얘기를 듣게 될까봐 항상 고민을 했었고, 또 군민을 가장 어렵고 두려운 존재로 여겼기에 긴장을 늦추지 않으려고 노력을 했었다.

그건 그렇고, 문제는 짙게 깔린 안개가 걷히고 나면 농약 통을 지거나 (농약)호스를 끌고 병해충 방제를 해서 온전한 농산물을 만들어 내놓았으면 고생한 만큼의 대가가 주어져야 하는데, 벌써부터 금년 양파농사에 대한 전망이 어둡다는 것이다.

밭떼기거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저장 물량이 아직도 많다는 것이다. 거기다가 재배 면적마저 지난해에 비해 늘었다는 것이다. 사실, 농업통계 자체가 허술하다 보니 재배면적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는 기대도 않지만 농촌경제연구원의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의 19.5천 ha 보다 18.3%가 증가한 23.1천 ha로 추정이 된다는 것이다.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농산물은 적정 수요량에 10%만 공급량이 넘쳐도 가격은 30%가 하락을 하고, 10%가 부족하면 거꾸로 30%이상 폭등을 하는 불가피한 현상 때문이다. 재배면적이 18%가 늘었다면 작황이 평년수준만 유지되어도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잘 되어도 걱정이고 못되어도 걱정인 게 농사라지만 제발 다마네기(담아내기)가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촛불혁명 후 처음 실시되는 지방선거와 맞물려 감투(?)쓰는데 혈안이 된 이들에게 양파가격 따위는 안중에도 없을 테니 말이다. 그래, 맘 편히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날이 오기는 올까? 그런 날이 온다면 농사도 재미가 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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