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박금남

[무안신문] 지난 1월 26일 서모 검사가 검찰간부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폭로로 촉발된 ‘#미투(나도 당했다)’ 운동이 두 달 만에 한국사회의 판을 뒤집는 해일로 기존 남성 중심의 사회를 바꿔놓고 있다.

법조계는 물론 종교계, 학계, 정치계, 문화·예술계, 공직사회 등을 가리지 않고, 터져 나온 성추행·성폭력 사건이 한국사회 전방위에 걸친 남성들의 왜곡된 성 의식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실제로 요즘 미투는 여성들 앞에서 함부로 말을 꺼내기도 두려울 만큼 남성들에게는 금기사항이 된 것처럼 여겨진다.

과거 정치인이나 권력자들이 패가망신 경우는 주로 뇌물수수와 성 추문 때문이다. 둘 다 파렴치한 행위지만 굳이 도덕성을 따지자면 성 추문은 사람들의 뇌리에 오래 남는 만큼 성 추문이 더 치명적이다.

피해자를 항거불능으로만 가야만 강간으로 인정하는 남성중심적 생각에서 성추행·성폭력 사건에 대해 사생활로 치부돼 관대한 부분도 없지 않았다. ‘미투’ 운동은 권력구조 내 성폭력 문제가 심했던 우리 사회가 이번 일을 계기로 긍정적으로 바뀌어 나가자는 것이다. 특히, 한국 남성들이 ‘미투’로 부터 자유로운 삶을 살았느냐는 반문을 갖게 하면서 여성이 겪는 성폭력 피해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자성하는 분위기가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미투가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운동인데도 여성운동으로 인식되면서 여성과 남성이 선을 긋고 불신하는 양태로 흘러가는 경향도 요즘 없지 않다.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남자들의 자살, 정치권으로 번진 논쟁 등 돌발 변수들이 성폭력 사실을 왜곡하면서 부터다.

카페고 식당이고 남성 두명 이상만 모이면 미투 이야기다. 대화의 양상은 비슷하다. 각시만 봐도 겁난다. 직장에서도 여성과 말을 섞지 않고, 업무 지시도 SNS로 한다. 회식은 여직원을 빼고 남자직원들끼리만 한다.

심지어는 ‘너는 미투로부터 자유롭냐’, ‘걸린 게 죄다’는 등 모든 남성을 잠재적 성범죄자로 스스로 몰아가는 자기방어 합리화가 마치 성대결 전쟁을 치르는 느낌이다. 심지어는 결혼, 취업, 꿈을 포기하고 산다는 ‘N포세대’들이 몇 십년 뒤에 상대 여성이 ‘미투’ 하고 나설까 봐 연애도 못한다고 할 만큼 과장되고 있다.

무엇보다 미투운동 왜곡 과정에서 성폭력 사실을 공개한 피해자에 대한 각종 신상정보가 인터넷에 떠돌고, 확인되지 않은 허위사실이 유포돼 또 다른 차별과 미투의 2차 가해가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방지 제도가 미흡해서가 아니라 사회 전반의 왜곡된 인식이 바뀌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른 범죄와 달리 성폭력에 대해서는 잘못된 통념이 강해 피해자 관점으로 바라보지 않고 오히려 피해자를 의심하거나 비난하고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아무리 많은 대책이 나와도 사회 전반에 뿌리박힌 성폭력에 대한 왜곡된 통념이 변하지 않으면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따라서 미투 운동이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려면 특정인을 향한 비난이 아닌 사회의 잘못된 구조를 바꾸려는 성숙한 시민의 자세가 필요하다. 아울러 이 기회에 결혼, 노동, 유학 등으로 한국에 사는 이주민 여성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때다. 이주여성들은 취약한 사회적 보호장치 속에 각종 성폭력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지만, 의사소통의 어려움, 미흡한 지역 지원체계 및 예방·구제 제도 때문에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우리지역 내 몇몇 후보들 ‘미투’ 설 살생부가 떠돌고 있다. 미투 운동은 계속돼야 하지만, 미투의 본질을 흐리는 묻지마 폭로, 곧 미투가 선거전략이 돼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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