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신문] ‘농어촌 총각 장가보내기’등으로 1990년대 초부터 붐을 타기 시작했던 국제결혼. 무안지역도 1990년대 초부터 종교단체나 결혼 알선업체 등을 통해 결혼한 이주여성들이 정착하기 시작해 다문화 가정은 해마다 증가, 이제는 단일민족을 자랑했던 우리사회의 일원이 됐다. 그런데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아이까지 낳은 엄연한 대한민국 국민이지만 일상생활은 아직 그들 포용이 관대하지가 않다보니 편견과 차별의 고통속에서 여전히 그들은 이방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무안지역 다문화가족은 2월말 현재 17개국 585세대에 이른다.
하지만 지원은 미미하다. 특히 문화적 갈등에다 언어 소통 부족 등에 따른 다문화가정의 자녀 문제는 정부와 지자체가 챙겨야 할 중요 현안이다. 그런데도 정부를 비롯해 지자체들은 아직 다문화정책의 효율적 추진을 위한 총괄 ‘컨트롤 타워’가 없다. 부서별로 흩어져 있는 정책의 중복 추진사업을 파악, 생색내기(?) 지원의 비효율성부터 줄여야 한다. 감수성 예민한 어린 시절에 정체성 위기에 처할 수 있는 다문화가정 자녀의 하루 일과는 대부분 격리된 생활이다. 다문화 자녀에 대한 따돌림과 이에 따른 예측 가능한 사회적, 교육적 문제 해결책이 시급하다. 아울러 언어 소통 및 직업 다변화 등도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다.
본지는 2회에 거쳐 다문화가정의 문제점을 찾아보고 그들이 진정한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갈 수 있는 지혜를 함께 고민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2. 갈길 먼 다문화 자녀교육

전남 다문화학생 1만명 시대 …교육지원은 ‘제자리’
무안 초교생 비중 30% 넘은 곳 8개교…교사 다문화 인식 강화 필요
다문화 학생 포용 못하는 교육정책…‘함께’ 공교육 활성화 시급

◆ 전남 다문화 학생 2% 육박 = 다문화 가정이 늘면서 다문화 학생 비율도 높아져 전남이 올해 사상 첫 다문화학생 1만명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전남교육정책연구소가 최근 펴낸 ‘전남 다문화교육 실태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다문화 학생 수는 최근 3년간 약 35% 증가했다. ▲2013년 4998명 ▲2014년 5994명 ▲2015년 7238명 ▲2016년 8316명 ▲2017년 9169명으로 매년 1000명가량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전남지역 유치원·초·중·고교 1천387곳 가운데 다문화학생 재학 학교가 1천180곳에 달했다. 유치원생은 1332명, 초등학생 5499명, 중학생 1272명, 고교생 1048명, 특수학교 학생 18명으로, 어린이집 원생까지 포함하면 올 4월께 1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산술적으로 1만명은 초·중·고 학습편성 기준이 30명 수준을 고려하면 330개 학급을 꾸릴 수 있다. 전체 학생대비 다문화학생 비율 역시 2013년 2.40%이던 것이 지난해 4.0%(전체 학생수 22만명 수준)까지 올랐다.

특히, 유치원을 제외한 전체 학교 834곳 가운데 146곳(초교 132곳, 중학교 14곳)은 다문화학생 비율이 전체의 30%를 넘어섰다. 지역별로는 해남군이 14개교로 가장 많았고 화순군은 13곳, 고흥군은 12곳, 순천시는 10곳, 나주와 여수시 각각 9곳, 무안군 8곳, 신안·보성·강진·장흥군이 각각 7곳이다.

하지만 다문화학생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교육지원은 제자리걸음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다문화학생들에 대한 부모들의 이중적인 태도가 여전해 어른들의 인식이 바뀌어야한다.

◆ 무안 다문화가정 자녀 928명 = 무안지역 이주여성 가정 자녀는 2월말 현재 928명으로 가정당 평균 1.6명을 두고 있다. 자녀 연령대별로는 0~3세 261명, 4∼7세 299명, 초등학교 179명, 중학교 79명, 고등학교 88명, 대학생 이상 22명 등 총 928명이다.

이는 10년 전인 2007년말 무안지역 다문화가정 자녀 1∼5세 521명, 6∼13세 143명, 14∼19세 83명, 19세 이상 4명 등 총 751명보다 무려 177명이 늘었다.

무엇보다 농어촌 출산률 감소 속에서 이들의 출생이 인구수 유지의 한 요인이다. 국제결혼 가정이 꾸준히 늘고 출산율 역시 증가로 볼때 이런 추세라면 10년 뒤에는 농어촌 학생 10명 3∼4명은 다문화 가정 자녀들이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도 전망되고 있다.

◆ 다문화 학생 학습부진·사회 부적응 심각 = 다문화 가정 자녀들은 7세 이상부터 취학한다. 이들 아이들은 고학년이 될수록 기초학력은 따라오지만 취학 초기 2∼3년 동안 또래보다 언어 발달 및 학력이 부진해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한국말에 서툰 어머니와 무관심한 아버지의 ‘여건’상 가정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가장 크다.

영유아기부터 조기 교육열이 높아져 초등학생 대부분은 한글 읽기와 쓰기, 간단한 덧셈, 뺄셈은 미리 익히고 입학하는 게 요즘 아이들이다. 반면 다문화 이이들은 우리말과 글이 익숙치 않은 부모에 의해 양육되면서 유아기 때부터 언어발달이 지체돼 학습능력과 이해력이 크게 떨어지게 된다. 당연히 학습부진아로 분류되기 십상이다.

전남도 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전남 초·중·고교에 재학중인 다문화 학생 수는 6,095명이다. 초등 3∼6학년 다문화학생 2,290명 중 학습부진아는 251명으로 1.9%에 달한다. 중학교에 진학한 뒤에도 학습을 힘겨워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2014년도 중학생 학업성취도 분석 결과 전국 다문화학생의 ‘기초미달’ 비율은 국어 13.0%, 수학 13.5%, 영어 8.5%였다.

이처럼 다문화 자녀들은 학습부진과 사회 부적응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도 다문화 교육 정책은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 교육부는 2013년과 2014년 80억원씩 시·도교육청에 교부했던 다문화학생을 위한 특별교부금은 2015년에 70억원으로 줄였다. 교육지원사업을 통해 도움받고 있는 다문화학생은 전남이 28.4%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들 교육을 더 이상 다문화 가정에만 맡겨두지 말고 정부와 지자체, 학교, 지역사회가 적극적 나서야 하고, 다문화 학생들에 대한 대대적인 교육 시스템 정비가 시급하다.

◆ 교사 다문화 인식 부족 = 교육과학기술부가 ‘다문화 가정 자녀교육 지원’ 계획을 수립해 다문화 교육정책을 펴기 시작한 시점은 2006년부터다.

2007년 교과과정 개정으로 ‘배달민족’이나 ‘단일민족’ 같은 용어는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빠졌지만 단어 몇 개가 사라졌다고 다문화 친화적인 교육이 이뤄진 건 아니다. 다문화를 보는 시각 자체의 전환이 필요하고 다문화 사회에 맞는 교과과정 개선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전문가들은 학교 현장에서 교육은 결국 교사에 의해 이뤄지는 만큼 교사들이 다문화 교육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인식하고 교육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교대나 사범대에 재학 중인 교직 희망자를 대상으로 한 다문화 이해 교육강좌나 현직 교사에 대한 다문화 교육 연수는 아직 부족하다.

전문가들은 “미국에서는 영어가 미숙한 이주민 자녀에게 보조교사를 붙여줘 일정 수준의 언어 능력을 갖출 때까지 도와준다”면서 “다문화 사회의 핵심은 통합이고 이를 위해서는 학교가 중심이 돼야 하는 만큼 일반 학생의 인식 개선에 정책의 무게 중심을 더 두고 교원 연수의 확대를 비롯한 다문화 교육 선진화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 공교육 자녀지원 미흡 = 이주여성들도 자신들이 언어 장벽에 부딪히고 경제적 어려움도 크지만 이구동성으로 걱정하는 것이 바로 2세 교육 문제를 최우선으로 꼽고 있다. 하지만 한국어 소통이 되지 않아 자녀의 공부를 도와주지 못한다.

교육청이나 학교들은 다문화가정 자녀에 대한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점은 공감하면서도 이들이 학교에 들어와도 ‘특별수업’ 같은 별도의 지원 프로그램이 없어 가정에서의 학력부진은 그대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담임선생님이 특별히 관심을 쏟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인성교육, 문화교실, 특별교육 등을 시행하는 학교도 거의 없다. 이는 교육계 일각에서 특별 수업 등을 따로 갖는다는 자체가 차별이라는 시각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관내 다문화가정 자녀들은 읍·면 공부방 내지는 어린이집 등에 다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형편이 어려워 학원이나 과외 등은 엄두조차 못 낸다.

무안무지개아동센터 이경재 센터장은 “관내 이주여성들은 출신 나라에서 고학력자들이 꽤 많지만, 자신들이 자녀들보다 한국말을 더 못하기에 가정 학습을 못 시켜줄 수밖에 없다”며 “학교 수업을 봐주지 못한다는 한계 역시 이주여성들에게는 적잖은 고민으로, 방과후 학습지도 등 별도 지원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관내 이주여성 60% 넘는 수가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 등 농어촌 빈곤한 가정으로 시집와 살고 있지만, 정부 급여가 지원되는 가정을 제외하고는 자녀 교육비 지원과 같은 별도 예산 지원은 전혀 없다. 특히 사교육이 필수가 된 교육 환경에 가정 형편이 어려운 다문화가정 자녀들은 취미 활동이나 보습 등을 위해 학원이나 과외를 받는 경우가 드물어 상대적인 박탈감도 크다. 꼭 교육비 문제라고만 볼 순 없지만 많은 이주여성들이 직업을 갖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도 자녀들을 잘 가르치기 위해서다. 때문에 갈수록 인구가 줄어드는 농어촌에 기여를 하고 있는 다문화 자녀들에 대한 교육비 예산 편성도 고민 해 볼 필요성이 있다.

◆ 다문화자녀 정책 = 정부는 다문화자녀들의 학업과 취업 역량을 강화해 미래사회의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책 방향을 전환한다고 밝혔다.

다문화자녀 정책은 그동안 영·유아 중심으로 이뤄졌으나, 앞으로는 학령기, 청년기 등 생애성장주기 중심으로 대상 영역을 확대한다. 학업을 마치고 사회에 진입하는 다문화 청소년들이 증가하는 만큼 군복무, 취업, 결혼을 통해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아울러 다문화 학생을 위한 맞춤형 교육 확대로 외부언어 강사 등이 유아에게 언어 지도를 하는 다문화유치원을 현재 5개 시도 30곳에서 12개 시도 60곳으로 늘린다. 다문화유치원에는 연간 700만 원이 지원된다.

한국어가 서툰 중도입국 학생과 외국인 학생에게 한국어와 한국문화 적응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제공하는 다문화 예비학교도 현재 100곳에서 110곳으로 늘린다. 다문화예비학교에서는 특별학급을 설치해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친다. 학교교육과정에 다문화 이해 교육을 강화하는 다문화 중점학교는 150곳에서 180곳으로 늘린다.

전남도교육청도 올해 ‘다문화 이해교육’, 다문화 학생의 유형과 특성을 고려한 ‘다문화 학생 맞춤형 교육’, 다문화 학부모의 자녀교육지도 역량 강화를 위한 ‘다문화 학부모 교육’ 등을 중점 추진한다. 특히 학생 상담기구인 Wee센터와 연계한 전문상담 역량강화 사업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또 교육부의 지역다문화교육센터 공모사업에 선정돼 3월 1일 개원한 전남국제교육원에 ‘전남다문화교육지원센터’를 설치, 이를 통해 학교 현장 중심의 맞춤형 다문화 교육 지원으로 더불어 살아가는 행복한 학교를 조성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중도 입국학생의 한국어 교육을 지원하는 예비학교와 찾아가는 예비학교 확대 운영과 다문화교육지원단, 다문화교육 지역네트워크협의회, 다문화교육 전문 교사단 등 다문화교육 전문가와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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