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의 패자는 미국·일본·수구정치집단·보수매체들

▲ 이계홍 전 언론인
평창올림픽의 승자는 연전연패한 여자하키 남북 단일팀

평창올림픽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이 보인 태도는 말 그대로 우리의 혈맹이자 최강대국다운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펜스 미 부통령이 올림픽 잔치상에 재를 뿌리고 간 행동을 비롯해 NBC방송의 막말,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동맹 해제 발언, GM ‘먹튀’ 등등이 과연 혈맹의 태도인가를 의심케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한국시간) 백악관에서 무역 관련 회의를 하면서 “GM이 한국 군산공장을 폐쇄하고 공장을 미국 디트로이트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내가 대통령이 되기 전에는 이런 소식을 들어본 적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미국은 남북대화에 딴지 거는 부통령에 이어 대통령은 경제압박을 가하는 모양새다. 이런 발언은 다분히 복합적인 문제 제기의 측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본다.

한편 아베 일본 총리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일본도 미국도, 완전히 검증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전제로 하지 않는 한 의미있는 남북대화는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베는 "지금 이 순간에도 북한은 핵과 미사일 개발을 계속하고 있는데 대화를 위한 대화는 의미가 없다"며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의 방북 초청을 받은 문재인 대통령을 간접적으로 겨냥했다.

미일 양국이 북핵을 고리로 전방위적으로 한국 정부에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은, 남북의 화해와 협력이 그들에게 별로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진단이 가능하다. 이 문제에 대해 좀더 깊숙이 들어가보자.

펜스 미 부통령이 평창올림픽에서 보인 행동은 국제무대에 처음 등장해 긴장한 모습이 역력한 가운데서도 정숙함을 잃지 않은 북한 김여정 특사보다 못한 행동을 보였다고 해서 미국내 여론으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그는 또 평화를 위해 진정성을 갖고 외교적 설득력을 보이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보다 전쟁가능성만 주문한 호전국가의 본성을 보여주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전쟁보다 평화를 살린다는 취지로 거행되는 올림픽 정신을 정면으로 배반했다는 비판에도 직면했다.

북한의 비핵화는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는 우리의 목표다. 이는 핵을 머리에 이고 사는 우리가 가장 절박하다. 그러나 그것을 푸는 방식은 꼭 전쟁만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한반도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전쟁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한반도에서 숨쉬고 사는 8천만 주민과 1천5백만의 해외동포의 재산과 영혼을 말살시키겠다는 것과 다름 아니다. 그래서 또다른 길을 찾아보자고 북한 대표단을 초청했다.

남북한이 화해 협력으로 힘을 합쳐 인구 1억의 경제공동체를 이루고, 남북한이 자유로이 왕래가 시작되면 당장 일본을 위협하는 것으로 아베는 인식하고 있다. 쪼잔한 지도자다. 물론 그렇게 되면 우리가 경제강국이 되고, 그것은 필연적으로 정치대국으로 성장하는 발판이 된다. 특히 경제대국은 이루었을망정 정치 삼류국가인 일본을 뛰어넘는 아시아의 지도국으로 떠오를 것은 자명하다.

온갖 시련과 탄압을 극복하고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저력을 볼 때, 상명하복 사무라이 문화의 일본 정도는 쉽게 건너뛰어 독일 프랑스 등 서방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민주주의 모범국가가 되는 것이다. 이것을 일본은 경계하고 있다. 언제나 주변국의 희생을 담보로 성장해온 나라로서, 이웃이 번영하면 함께 번영한다는 철학이 없는 지도자의 꾀죄죄한 모습이다.

한반도의 국력이 신장되는 그것이 일본은 두려운 모양이다. 그래서 그들은 한반도는 언제나 분단되어 있어야 하고, 남북간에 전쟁 대결, 남남 대립과 갈등으로 쪼그라들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한반도가 시름시름 앓고 있으면 그들의 영향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음모 속에 자국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다고 보는 모양이다.

어느 평론가의 말대로 미국은 한반도가 분단되어 있어야만 군사 비용의 젖줄인 뉴욕 월가와, 컴퓨터를 장착한 무기 생산의 젖줄인 군산복합체가 밥먹고 살아갈 수 있다고 보는 것같다. 그런 무기 구매의 큰 시장이 상실되면 자국의 군산복합체의 먹거리가 그만큼 손실을 본다.

미국에서 모든 산업이 경쟁력을 잃어 식품까지 입초(入超)국가가 되었는데 유일한 출초(出超)인 군사무기 시장 하나를 잃는다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무기란 불가역적이다. 되돌릴 수 없고 재생품으로 쓸 수도 없다. 재고품은 버려야 하는 일회형 소모품이며, 사용하면 인류를 멸망시키는 흉기다. 버리는 비용 또한 무기 구입비 못지 않다. 이것을 생산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가. 그래서 암울한 70년 체제의 관성대로 살 수 없다는 반성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동포끼리 총을 겨누다 보니 외세가 좌지우지하는 거역의 땅이 되어버렸다. 그런 반성도 이제는 정신차리고 가질만한 때가 되었다.

미국에서 월가와 군산복합체 등 두 집단을 대리하는 펜스 미 부통령과 같은 강경파는 북한을 위협하는 것을 고리로 전쟁 세일즈를 하고 있는데, 우리가 정신을 차리고, 그들 또한 체질을 바꿀 때가 되었다. 자본과 기술과 능력을 갖춘 초강대국이 무기만이 출초라면 과감히 경제체질을 바꿀 때도 되었다.

모든 강대국은 전쟁으로 결국은 몰락했다. 로마제국에서부터 오스만터키, 칭기스칸, 1,2차 대전의 독일, 일본 군국주의도 전쟁몰이하다 자멸했다. 그리고 평화의 지평을 넓혀가자 부국의 대오에 합류했다. 일본이 그렇고, 독일이 그렇다. 한국 또한 마찬가지다. 그래서 경제 강국으로 가는 길은 바로 평화다.

그런데 남한 사회에 또다른 전쟁세력이 있다. 흔히 말하는 수구세력이다. 그들은 이재명 성남시장이 지적한대로 ‘분단에 의존하고 외세에 기생해 국민의 희생과 고통을 자양분 삼아 호의호식하는 세력‘들이다. 색깔론, 좌빨 따위로 국민을 겁박하고 쪄누르고, 잡아가두는 경찰국가 상황으로 몰아가면서 권력을 쥐고, 이익을 취했던 세력이다. 그것이 권력유지에 가장 비용이 적게 들어서 그런 기제들을 사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시대는 확연히 변했다. 국민지성이 그것을 용납하지 않을만큼 성숙했다.

보수 수구세력보다 조중동 보수언론의 보도 행태가 더 심각하다. 메이저 매체가 한때 여론을 독점한 시대가 있었지만 논점이 수구적이고 퇴행적이어서 지금은 담론시장을 장악하지 못한 지 오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분열적이고 남북 문제에 신경질적 반응을 보인다. 그리고 외세지향적이다. 펜스의 무례를 보고도 외면하고, 아베의 오만을 보고도 침묵한다. 국가와 애국을 먼저 생각하는 보수답지 않은 태도다. 그러한 편집 방향은 누구에게 이익을 주려는 것인지 모르는 사람은 이제 거의 없다. 이념적 동질성을 갖고 있는 구정치세력과 일종의 전선을 함께 하는 데서 오는 보도태도다. 내가 지지하지 않는 정권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내 이익에 부합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펜을 사용한다면 그것이 언론이라고 할 수 있을까.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겉으로일망정 '통일 대박'을 외쳤을 때, 지면이 부족할 정도로 받쳐주고, 통일기금까지 수천억 모으기까지 하던 매체가 있었다. 그런 언론이 하루 종일 북한대표단과 선수단을 쫓아다니며 올림픽 개회식에 태극기가 사라진다느니, ‘김일성 가면’이 나타났다느니, 현송월 가방이 700만원짜리라느니, 북한 응원단도 한국 TV를 시청한다느니, 현송월이 아침에 전복죽을 먹었다느니, 특사로 방남한 김여정 부부장이 임신한 것으로 추정된다느니, 심지어는 북한 응원단이 화장실에서 일을 보는 것까지 지면에 올려 평창올림픽을 냉소하고 희화화하고, 남북관계를 대결적이고 분열적으로 끌고 갔다. 이것을 보수매체들이 주도하디시피 했다. 고십성 기사뿐만 아니라 사설, 칼럼을 통해서 거의 무차별적이었다.

정작 차분한 시민들더러 요란 떨지 말라고 훈계하면서 그들이 더 요란을 떠는 모습은 지켜보기 민망할 정도였다. 클릭 수를 올리려는 선정적 보도태도인지 모르지만, 올림픽을 망친 주역은 보수매체들이다. 그런 면에서 평창올림픽의 패자는 미국과 일본이라는 외세, 광기에 가까운 수구정치집단과 보수매체다.

반면에 올림픽 승자는 연전연패를 기록한 여자하키 남북 단일팀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최선을 다했으나 승패에 연연하지 않고, 남북 선수들끼리 우애 가운데서 단합하고, 평화를 물고 다니는 비둘기처럼 진정한 올림픽 정신에 헌신했기 때문이다.

● 이 칼럼은 인터넷신문 breaknews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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