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농업연구소 정영호

▲ 자주농업연구소 정영호
본 기고는 자주농업연구소 정영호 소장이 직접 농사를 지으면서 현장에서 느끼면서 생각한 대안을 만들어 나가는 정책 제시의 하나로 본지는 10회에 걸쳐 농축산업의 다양한 글을 연재합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농산어촌개발사업 일환으로 추진 중인 창조적 마을만들기 사업이 있다. 창조적 마을만들기 사업은 5억원 지원 범위 안에서 마을의 복지 환경 소득 경관개선 관광 활성화를 위해 주민들이 자율적이며 창조적 마을사업을 하라는 취지에서 추진 중인 사업인데 진행과정을 들여다보면 창조를 붙이기엔 무리다.

우리 마을(무안군 몽탄면 사천2리)에서 올해 창조적 마을만들기 사업 신청을 위해서 무안군청의 지도에 따라 수차례 주민회의를 열었다. 주민회의를 통해 마을복지를 강화하는 것을 우선적 마을중심과제로 설정하고 이를 위해 마을복지기금 조성을 위한 마을태양광발전소 300평 건립과 마을회관이 없는 윗마을에 마을찜질방과 마을 소회의실을 포함 30평 가량의 주민편의시설을 짓기로 결정하였다. 결정 후 무안군이 지정한 마을만들기 컨설팅 업체를 통해 농식품부에 사업신청 가능여부를 타진해보니 도저히 이해가 안가는 답변이 돌아왔다.

먼저 마을복지기금 조성을 위한 태양광발전소 건립문제와 관련해서 소득사업과 연계해 마을 태양광발전소를 건립하는 것은 허가할 수 있으나 복지비용으로 사용하는 목적의 마을태양광발전소 건립은 심사에서 통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주민편의시설과 관련 새롭게 주민편의시설을 짓는 것은 점수가 낮으니 현재 아랫마을에 있는 마을회관을 리모델링하라는 것이었다.

한 번도 아니고 수차례에 걸쳐서 마을주민들이 회의를 열어 뜻을 모은 계획안을 한 번의 현지답사도 없이 책상머리에 앉아서 기존 평가 안을 기준으로 재단해 이렇게 하면 점수가 나오고 저렇게 하면 점수가 없다는 식으로 결정해 자신들의 통제에 따르라는 사업발상이 너무도 불쾌했다.

무엇보다 복지사업과 소득사업에 대한 이분법적 사고방식을 보면 농식품부가 누구를 위해서 창조적 마을만들기 사업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농촌마을에서 복지와 소득사업을 따로 규정짓는 것은 유치하고 어리석다. 마을의 복지가 잘되면 소득이 증가하는 효과를 낼 것이며 소득이 증가해도 복지가 안 되면 소득이 낮아지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또한 농식품부가 주장하는 소득사업은 엄밀히 말해 국가도 책임지지 못한 사업이다. 농산물의 가공포장사업은 정부와 농협도 성공하지 못한 사업인데 쥐꼬리만 한 보조금으로 마을주민들이 해보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책임전가이다.

여기에 윗마을과 아랫마을이 합해진 마을의 조건상 소외된 윗마을에 주민편의시설을 짓는 것을 마치도 예산낭비 식으로 규정짓는 발상 또한 심각한 탁상행정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농식품부 통제 하에 마을만들기 사업을 추진할 것이었다면 애당초 창조적 마을만들기라는 이름으로 마을사업을 전개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이런 창조력이 말살된 중앙집권식 사업방식이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농촌을 더욱 힘겹게 만든다. 마을만들기의 주체는 마을주민이다. 농식품부가 추진하는 창조적 마을만들기에서 마을주민은 농식품부의 지시와 통제를 따라야하는 대상에 지나지 않는다. 예산권과 행정권을 동원해 주인의 권리를 박탈하는 창조적 마을만들기 사업은 전면 재검토되어야 마땅하다.

농식품부가 양심이 있다면 그동안 중앙집권식 통제를 통해 추진했던 마을만들기 사업을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엄밀히 말해 지난 십 수 년간 수천억 원의 국고를 쏟아 부어 건설업자만 배불려 주지 않았는가?

국민은 촛불로 세워진 문재인정부의 통치방식이 달라지길 바라고 있다. 대통령 혼자서 개혁을 외치면 무엇 하겠는가? 공무원들은 이명박근혜 시절의 정신 상태로 일하고 있다. 적폐청산은 이명박근혜에 그쳐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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