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무 값 폭락…농가, 계약금 50% 받고 이도저도 못해
계약 파기하면 폐기 비용까지 부담…울며겨자먹기 잔금 포기

“3040 수도권 주부 10명 중 7명 김장 안해”…배추소비 한계
농민들, “산지폐기 할 거면 뒷북치지 말고 지금 시작해야”

[무안신문=서상용 기자] 김장철을 코앞에 둔 요즘 배추와 무 산지에선 가격 하락으로 상인들이 밭떼기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일이 잦아 농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무안지역 농민들과 무안군에 따르면 최근 배추와 무 가격이 급락하면서 밭떼기 계약이 상인의 일방적인 파기로 이어지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무안지역에선 올해 가을배추 134ha, 무 49ha가 재배됐다.

무안에서 9,900㎡ 규모의 김장(가을) 배추를 재배한 A모 씨는 배춧값이 비교적 높았던 9월초에 수익을 더 올리기보다는 안정적인 판로 확보를 위해 계약 거래를 진행했다. 하지만 계약금도 받지 못한 채 출하를 한 달여 앞둔 최근 일방적인 계약 파기를 당했다.

A 씨는 “계약 후 바로 계약금을 준다고 했지만 차일피일 미루다 최근 배춧값이 급락하고 김장철 전망도 좋지 못하자 일방적인 계약 파기를 당했다”고 밝혔다.

배추 주산지인 망운지역에선 계약금만 받고 이도저도 못하는 농민들이 많다. 상당수 농민들은 상인들과 평당(3.3㎡) 6천원에 계약하고 계약금으로 3천원을 받았다. 하지만 이 추세라면 잔금 3천원을 포기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가락시장 배추 경락가격은 망당(3포기) 3천원 안팎이다. 배추밭 한평에서 배추 3망이 생산된다. 즉 1망에 배추가격만 1천원이고 작업비, 운송비, 망값 등이 1,700원 가량 들어가 서울로 올리는 데만 2,700원이 소요된다. 여기에 수수료 등 기타비용을 제외하면 상인들도 남는 게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상인들은 배추 수확을 포기하거나 계약금으로 갈음하자는 제안을 할 가능성이 높다. 농민 입장에선 상인들이 배추를 가져가지 않으면 계약 때문에 팔수도 없고 결국 폐기비용까지 물어야 돼 울며 겨자먹기로 잔금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후작 농작물에도 영향을 미쳐 피해는 더 커질수 있다는 것도 문제다.

농민들이 받은 평당 3천원은 생산비 수준으로 가을 헛농사를 지어 손에 쥐는 게 없다. 지난해 가락시장에선 김장배추가 망당 1만원, 평소엔 7,000~8,000원에 형성됐다.

통계청이 지난달 27일 발표한 ‘2017년 가을배추·무 재배면적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7년 가을배추 재배면적은 1만3,674ha로 전년의 1만1,429ha보다 19.6% 증가했다. 가을무 재배면적도 전년의 5,414ha보다 10.9% 증가한 6,003ha로 조사됐다. 여기에 작황도 상당히 좋아 많은 양의 김장 배추와 무 물량이 올 김장철 시장에 출하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농민 B모 씨는 “농민들도 특정 작물이 비싸다면 재배를 늘리는 잘못도 있지만 김장 배추 파종시기에 배추 값이 금값이라는 기사가 도배돼 파종 면적이 늘어난 점도 있다”면서 “정부는 산지폐기를 할 거며 뒷북치지 말고 지금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일 CJ제일제당의 한식 브랜드 비비고가 수도권 거주 3040주부 4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7 김장 트렌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30.3%만 김장 계획이 있다고 했고, 나머지 약 70%의 주부들은 김치를 얻어먹거나 구매해서 먹겠다고 답변해 배추 소비가 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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