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홍(소설가, 전 언론인, 해제출신)

[무안신문] 지난 2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감장에서 mbc 방송진흥회 고영주 이사장의 발언을 놓고 시중이 시끌벅적하다. 그는 증인 발언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평소 소신대로 했으면 우리나라는 적화되는 길을 갔을 것”이라며 문 대통령을 예의 ‘공산주의자’로 몰았다. 이에 앞서 그는 2013년 1월 애국시민사회진영 신년하례회에서 “문재인 후보도 공산주의자이고,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한국이)적화될 것이 시간문제란 확신을 갖고 있다”고 발언해 이날 자신의 뜻을 재확인해준 셈이다. 이 문제로 그는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고 이사장은 이날 국감 중 점심시간을 이용해 국감을 보이콧한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장에 다녀왔다. 이 일로 위원장 직무대리를 맡은 민주당 간사 신경민 의원은 “피감기관 증인으로서 처신과 발언에 굉장히 조심하셔야 하는데 국감을 거부하고 있는 정당의 연사로 출연했다. (그것이)공적인 자리에서 제대로 된 처신인가”라고 따졌다. 고 이사장은 “가면 안되는 곳인가. 쉬는 시간에 갔다”고 받았다. 신의원은 이에 “MBC를 감독하는 방문진 이사장으로서 증인으로 출석한 것이다. 제대로 된 처신을 해달라”고 거듭 주문했다. 고 이사장은 “증인은 거기 가면 안 된다는 규정이 있느냐”라고 따졌다. 신 의원은 “지금 이걸 상식적이라고 보느냐. 똑바로 하라”고 질책했고, 고이사장은 “왜 시비를 거나. (신 의원이나)똑바로 하라”고 맞섰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신의원의 질문방법이나 처신도 적절하지 못했지만, 고 이사장의 태도는 도를 한참 넘었다. 그는 어느 의원의 지적대로 이날 국감장에 박사모 일원으로 참석한 것은 아니다.

고 이사장이 국감을 보이콧한 한국당 의총장에 간 것은 그 당이 우군이라고 생각하고 소속감과 연대감을 과시하기 위해 찾았을 것이고, 지원을 요청하러 갔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는 공영방송의 이사장 자격이 없다. 그가 구여당의 추천으로 방문진 이사가 되고, 뒤이어 이사장이 되었다고 해도 그에게는 불편부당과 공정언론을 지휘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백보 양보해서 찾아갈 수 있다고 보자. 하지만 그는 라면이나 제빵을 만들어 파는 일반회사 사장이 아니다. 나라의 공공재인 정보를 가공해 뉴스를 생산해서 공공의 정의와 이익을 위해 헌신하는 언론인이다. 그런데 그는 제빵회사 사장도 하지 않을 짓을 했다.

또 백보 양보해서 우군에게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갔다고 치자. 당장 편파적인 행동이라는 말을 들을 것이다. 그렇잖아도 mbc는 편파보도 진원지라는 지탄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사과나무 아래선 갓끈을 매지 말라는 말도 있지만, 그는 대놓고 갓끈을 맸다. 특정정당 특정정파와 커넥션을 형성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존경받는 언론의 수장이란 자리를 정당의 심부름꾼 정도의 충위로 스스로를 깎아내렸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 9년동안 mbc는 편파왜곡방송으로 이미지가 크게 실추되고, 시청율도 형편없이 떨어졌다. 실제로 방송은 구 권력의 국정농단과 횡포와 비리는 눈감아주고, 구 야당은 집요하게 비판하면서 당시 집권여당의 선전대 역할을 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에 반발하면서 정론의 가치에 충실하자고 일어선 소속 기자들을 무더기로 축출하고, 심지어 PD를 스케이트장 관리자로 발령을 내는 따위로 구성원들을 조롱하듯 내치기도 했다. 이로인해 장기파업이 진행되고, 이사 2명도 사퇴한 마당이다. 그래서 그가 국감장에 선 것이다.

국감장에서의 그의 행태는 한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보여주었다. 관록있는 공안검사 출신에 백발의 연치가 말해주듯 외관상 권위와 품성이 보이는 그가 그에 걸맞게 어른스럽게 행동하면서 어디서부터 mbc가 꼬이게 됐나, 왜 이렇게 망가졌나를 성찰하면서 국감장에 임했다면 존경을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태극기 행사장의 할배부대처럼 막가자는 식으로 싸움꾼이 되어 정회가 선포되는 등 국감장을 난장판으로 만들어버렸다. 수긍이 가는 올바른 주장이라면 용기로 받아 들이겠지만, 상식과 동떨어진 언론관과 인생관을 내보이며 억지를 부리는 모양새는 볼성사나웠다.

그가 이사장으로 있는동안 mbc 패행이 지속되었다면 책임을 지는 것이 어른으로서의 명예를 지키고, 자존심을 지키는 일이 아닐까. 나는 고 이사장이 세상의 존경받는 지도층에서 하찮은 뒷골목의 패거리처럼 전락해버린 것이 아닌가 싶어 두고두고 안타깝다.

여기서 또하나 짚고 넘어가고자 하는 것은, 고 이사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로 몰아붙였는데, 이 정도 확신에 찬 발언이라면 근거를 대야 한다. 스모킹건처럼 연기만 피우지 말고 분명히 증거를 대야 한다.

그동안 공안정국을 이끌어왔던 독재정권은 독재를 반대한 사람들을 공산주의자로 몰아 고문하고 감옥보내고, 가족들도 비참하게 만들었던 과거가 있다. 그래서 공산주의자라는 말은 국민 누구나 공포스런 악몽이 되어서 그런 말을 들을까봐 겁먹고 숨죽이며 살았다. 그런데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여전히 공산주의자라고 몰아간다? 이는 문재인 개인에게보다도 국가와 국민을 모독한 것이다. 공산주의자를 뽑았다는 말이 되니까 말이다. 고 이사장은 국민을 겁주는 공안정국의 냄새를 풍기지 말고 법률가이니만큼 시퍼렇게 살아있는 반공법으로 대통령을 고발하기 바란다. 그리고 사실이 아닐 경우 그에 상응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명예훼손, 허위사실 유포죄로 고발되어야 한다. 그것이 법조문을 주무르며 한 세상 흔들었던 공안검사 출신 고영주 이사장이 최상의 가치로 삼는 법치주의의 근간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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