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박금남

[무안신문] 1953년 한국전쟁 휴전 후 64년이 지난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전쟁 없이 지내왔다. 우리나라 역사는 기원전 2333년에 태동, 올해로 4350여년이 되는 동안 크고 작은 외국침략을 940여회 받았다고 한다. 평균 4년6개월 만에 한번 꼴로 외침을 겪는 한 많은 한(恨)민족으로 살아왔다.

이렇게 볼 때 한국전쟁 휴전후(1953년) 태어난 64세 이하 사람들은 전쟁으로 인해 가족을 잃었거나 헤어지는 이산가족의 아픔을 겪지 않는 행운세대가 아닐 수 없다.(단 광주시민는 제외)

그렇다고 이들이 자유로운 세상을 살아온 것만은 아니다. 군사정권으로 시작한 현대사는 권력기관 밑에서 ‘갑과 을’ 관계로 살아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갑질은 사회 곳곳에 은밀하게 때로는 공공연하게 묵어 있었다. 하지만 권위주의 시대 사회적인 분위기 탓에 불편부당한 일을 당해도 항의조차 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기득권과 정치인들은 그들만의 성역을 만들어 세습하며 생존권 연장을 위한 권모술수로 국민들 세상과는 항상 다르게 살아왔다. 권력기관과 밀착된 하부기관들도 그들만의 성역을 만들어 철옹성을 유지해 왔다. 당연히 국민의 지탄을 받았지만 그들의 세상에는 전달되지 못해 한(恨) 민족으로 살아야 했던 것은 과거나 현재가 별반 다름없는 역사였다.

그런데 그들만의 성역이 무너지고 있다.

개혁과 탈권위는 박근혜 정권을 국민들이 촛불로 탄핵하고 들어선 문재인 대통령의 거침없는 탈권위 행보와 기득권 문화 허물기 솔선수범에서다. 여기에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차고 넘치는 ‘갑질’에 대해 제 목소리를 내는 ‘을의 반란’으로 적폐청산·인권보장·국민참여 시대가 국민의 눈높이에서 열려 가고 있다.

문 대통령은 파격이다 싶을 만큼 탈권위적 행동과 국민에게 사과와 용서를 구하는 모습도 주저하지 않고 있다. 지난 8일에는, 가습기 유족을 만나 “정부가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며 사과했고, 16일에도 세월호 유족을 만나 사과 했다.

그러다 보니 세상이 모두 변해도 끔쩍하지 않을 것으로 보였던 검찰과 군인도 ‘환골탈태’ 개혁 드라이브가 걸렸다. 이를 보고 있는 국민들은 응어리졌던 가슴이 녹아내리는 기분이다. 오히려 곪은 곳이 한꺼번에 봇물 터지듯 터지다보니 불안감마저 들 정도다.

검찰총장이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 일부 시국사건 등에서 적법 절차 준수와 인권보장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 점에 대해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면서 “투명한 검찰, 바른 검찰, 열린 검찰로 변화해 가겠다”고 약속했다.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검찰총장이 사과한 것도 처음이다.

군 역시 최근 터진 박찬주 대장의 이른바 ‘갑질 사건’을 계기로 관행처럼 공공연히 자행돼 오던 장병 인권침해들이 개선되고 조직내 개혁바람이 몰아칠 전망이다. 언론도 무너진 공공성과 언론의 자유를 회복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이들 일련의 일들이 과거 적폐청산에서 진행 중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때만 해도 그렇다. 당시 광주에 투입된 계엄군이 시민들을 향해 51만 발이 넘는 실탄을 사용했다는 군 기록문서가 발견됐다. M60 기관총, 크레모아, TNT 폭약도 사용한 것으로 돼 있다. 군인들이 시위 진압을 하러 온 것이 아니라 광주에서 동족살인 전쟁을 벌였다는 것을 말해준다.

하지만 민주화 항쟁과 희생가치는 40여년 가깝게 은폐돼 왔다. 광주사람들만 특별한 살육전쟁을 겪으며 부모자식을 잃는 한을 안고 살고 있다. 철저한 진상을 밝혀 앞으로는 재발되지 않도록 적폐청산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

아울러 이제 국민의 눈높이로 맞춰내야 하는 마지막 남은 한곳을 위해 국민들이 노력해야 할 곳이 있다. 정치인들이다. 아직도 이들은 국민의 안녕과 복지보다는 당리당략에 우선하며, 정치 생존 연장을 위한 권모술수가 우선이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용서보다는 ‘모르쇠’로 일관한다. 이제 그들만 변화된다면 우리 사회가 더욱 밝아지고 투명해 질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 당면 과제를 내년 지방선거에서부터 풀어야 할 숙제다.

갑질 문화는 권력의 무게만 내려 놓으면 저절로 해결된다. 인간에게 생명보다 중요한 것이 자존심이다. 사람이 먼저인 사회, 사람에 대한 진심 어린 배려가 우선하는 사회가 하루 빨리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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