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박금남

[무안신문] 올 봄가뭄은 농민들의 마음을 새까맣게 태웠다. 연일 내리는 땡볕은 우리나라가 온난화에 이미 깊숙이 들어 있다는 것도 매년 해가 바뀌고 여름이면 절절하게 실감하는 현실이다.

요즘 사람들은 웃을 일이 적다고들 한다. 미래를 위해 무슨 일을 하고 계획을 세워야 할지도 모른다고 한다. 좌충우돌, 사면초가에 처한 군민들은 일말의 기대를 정부에 거는 경향이 짙다.

지난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과거 정부와는 다르게 탈권위를 지향하고 있고, 내각에는 호남 사람들을 대거 등용하면서 호남의 발전을 기대하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다. 그렇다고 당장 우리 살림살이에 큰 도움을 주지도 않겠지만 막연한 기대를 거는 것은 그나마 희망이다.

올 들어 우리 무안의 행정과 경제 사정은 엉망진창이다. 행정의 수장인 군수가 구속되어 부군수 권한대행 체제가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 이어져야 할 판이다. 지자체 실시 후 무안군 최장의 대행 체제가 되는 것이다. 때문에 침체된 지역경기와 행정의 개혁은 크게 기대할 수가 없게 됐다.

권한대행 전문행정경영인 체제에서 발탁 인사도 거의 없을 것으로 보여 조직의 이완과 함께, 활기가 떨어질 가능성이 크고, 대행체제는 1년 여간 새로운 사업보다는 현재 진행 중인 현안사업이나 김 군수가 추진한 사업을 마무리하는데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앙정부, 국회와의 관계에 있어 부군수 대행체제가 상당히 버거울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권 집권 초기 내년 국고 예산 확보를 위한 ‘예산 전쟁’에서도 선제적 대응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그나마 한 가지 위안이라면 통상 지방선거 직전 해는 자치단체장이 선거를 염두에 둔 선심성 행정이나 공약을 남발하는 경우가 있으나 그럴 걱정은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이런 가운데 연일 푹푹찌는 여름날 가마솥 더위는 운신의 폭조차 좁히면서 사람들의 활동도 적어지고 있다. 농민들은 올 봄가뭄 때문에 가을 풍년 기대치도 줄었다. 논농사를 아예 포기한 농가는 망연자실이고, 모내기 논들도 수확은 예년의 풍년 기약이 불투명하다. 밭작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누군가는 그런다. 요즘 모든 사람들이 화약고를 하나씩 품에 담고 다닌 듯 싶어 대화 하기가 무섭다고. 그만큼 지역경제가 어렵고 사람들의 심기는 좋지 않다.

과학이 발달하면서 생활은 편리해졌지만 그에 따른 경쟁으로 견물생심은 행복지수를 갈수록 낮추는 추세다. 핵가족화도 부족해 혼밥족 시대가 될 만큼 결혼도 하지 않는 시대는 철저한 개인주의로 전락해 사회는 불만과 이견만 늘고 있다. 상생과 소통은 정치인들의 립서비스일 뿐 국회를 비롯해 사회 곳곳에서 불통만 만연해 가고 소통도 일방적 지시만 널려 있다. 입으로는 상생을 외치면서 졸렬한 편 가르기에만 매달리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무관심이 깊어지고, 그 한편에서 기득권들은 안주에만 몰두할 뿐 지역의 미래는 안중에도 없다. 아직도 내 밥그릇을 뺏기는 게 아닌가 하는 편견과 아집에 사로잡혀 제 눈의 들보는 못보고 남의 눈에 티끌이 있는지만 탓하는 이들이 많다.

이대로 방치한다면 지역은 점점 더 곪아 갈 수밖에 없다. 우리가 살고 있고 살아갈 무안의 미래를 위한다면 군민의 동참이 절실한 시점이다. 우리 민족이 험난한 세파를 뚫고 오늘에 다다를 수 있었던 것은 권력에 굽실거리는 문약(文弱)이 되지 않도록 이끈 민중의 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요즘 들어 ‘신문도 위기’라고 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정보 취사선택이 뉴스 소비자에게 이동한 쌍방향 멀티미디어 시대가 됐고,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통해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 속에 종이신문의 설 자리가 그만큼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언론 스스로가 부정과 비리를 감시하는 파수꾼의 역할 대신, 불의에 눈감고 부조리에 귀먹은 침묵이 국민에게 불신을 키워 신문의 위기를 자초한 부분도 없지 않다.

과거 신문은 난마처럼 얽혀 있는 모리배들의 부정과 부패를 만천하에 알리는 펜의 힘을 믿는 민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민초들의 피와 땀이 엉긴 귀중한 세금이 축 나고 백성들의 허리가 휘든 말든 자신들의 양명을 위해 도적질에만 매달리는 위정자들의 몰골을 파헤치는 것도 신문의 역할이었다.

언론은 ‘언치논도(言治論道)’의 줄임말이다. 바람직한 치도(治道)로 무너진 길을 고쳐 닦는 ‘길닦이’를 의미한다. 따라서 민심의 총기를 흐려서도 안 되고, 오만을 부려서도 안 된다. 그런데도 여전히 신문 전체적으로 보면 터럭 같이 가벼운 신문 몇 쪽 만들면서 텃세를 부리는 이들이 있다. ‘칼’을 만지니 이를 흉기로 사용한다.

가장 두려운 건 진실을 믿는 독자다. 다시 ‘칼’을 간다. 늘 독자와 호흡하며 지역발전을 선도하는 지역신문의 본령을 다하기 위해서다.

무안신문이 7일자로 창간 14주년을 맞아 또 한권의 영인본(14권)을 발간했다. 심층취재, 의제 설정력, 메시지 해석력, 방향 제시 등 신문의 장점을 최대 살린다면 더욱 차별화된 신문으로 번영할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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