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신문] 모내기를 못한 간척지 논 바닥은 거북등처럼 갈라졌고 로타리를 쳐 둔 논은 바람이 불면 흙먼지가 날렸다. 일부 논은 잡풀이 돋았고, 그나마 모내기를 마친 논들도 물이 부족해 타들어가고 있었다. 외부에서 유입되는 물이 없어 담수호의 염도가 높아져 이 물을 사용하는 벼가 생육에 지장을 받아 고사 피해도 늘고 있다. 요즘 간척지의 실정이다.

수리답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모내기는 끝냈지만 활착 때까지 물을 계속 공급해 줘야 하는데 저수지 물이 말라 버렸다. 주변에는 그 동안 물 공급을 위해 끌어다 섰던 농업용수 호수들만 여기저기 방치돼 있는 모습도 쉽게 볼수 있다.

지난 27일 무안지역 저수지 저수율은 25%다. 군관리 131개소가 18%, 농어촌공사 관리 저수지 50개소가 32%이다. 저수율이 10% 미만도 64개소, 완전 고갈된 곳도 47개소로 올 가뭄의 실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일주일안에 큰비가 오지 않으면 무안 미이양 지역 논 513㏊ 이상 농경지가 벼농사를 포기해야 할 상황이다.

무안군에 따르면 지난 27일까지 모내기 계획면적 8,848㏊ 중 94%(8,296㏊)가 모내기를 마쳤다.

그러나 이달 말까지 비가 내리지 않으면 미이양(373㏊) 및 고사(321㏊) 지역 694㏊ 모내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연일 폭염이 이어지면서 논밭이 바짝바짝 타들어 가 모내기 한 논을 중심으로 피해는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모내기를 마친 논도 물이 마름 논이 229㏊, 위조(시듦) 현상이 나타난 논이 194㏊나 된다.

무안군은 이 같은 가뭄 피해 최소화를 위해 지난달 19일부터 ‘가뭄대책 상황실’을 운영하면서 국·도·군비 22억원을 투입, 행정력을 총 동원하고 있다. 하지만 수일 내 큰 비가 내리지 않을 경우 예비비 투입만으로는 가뭄 피해를 줄이는 데는 역부족이다.

그렇다고 ‘밑빠진 독처럼’ 생각해 예비비를 아껴서도 안 된다. 장마철이 다가오고 있지만 마른장마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민안전처는 8월 들어서야 강수량이 평년 수준을 회복하면서 가뭄이 점차 누그러질 것으로 전망해 가뭄이 한계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그래서 가뭄 피해가 더 확산되기 전에 예비비 투입을 늘려야 한다. 무안군에는 100억여원의 예비비 중 10억여원을 이번 가뭄에 투입, 90억원의 예비비가 남아 있다. 재난안전특별교부세 10억여원을 합할 경우 100억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예비비는 일선 시·군의 주요사업 예산 부족분을 보전해주고 예측불허의 재해가 발생하면 긴급 투입되는 특성을 감안한다면 지출에 주저할 필요도 없어 보인다.

물론 지구 온난화에 따라 여름 집중호우, 가을 태풍, 겨울 폭설 그리고 AI 등의 자연 재난발생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어 향후 닥칠 재해에 대비할 재원 비축도 필요하다. 하지만 당장 은 발등을 불을 먼저 꺼야 하지 않겠는가 싶다.

특히, 농민들은 “땅을 두고 농사를 포기하는 것은 죄악이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모내기에 더 집착하고 있다. 모내기 적기는 지난 21일(하지)까지 였지만 행정은 다음달 7일까지를 모내기 한계기로 보고 있다. 이때나마 모내기를 할 수만 있다면 생육부진으로 30∼40% 수확량은 줄어도 수확은 할 수 있다. 때문에 운반비와 이앙비 등을 포함하면 1㏊당 200만∼300만원 가량 손실을 입고 다시 모내기를 하는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올해 농사를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

농가들의 민심이 흉흉해 지는 것도 문제다. 지하수 개발이나 하천수 사용 등 물꼬를 둘러싼 주민 간 갈등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모내기를 끝낸 남의 논을 보면 샘이 난다는 것이다. 재이앙을 하려는 것도 얼마 되지 않는 재해보험이라도 타려는 마지막 몸부림이지만 비가 내리지 않아 농사를 못 짓는다면 재해보험도 무용지물이다. 이 마음을 헤아린다면 예비비 지원을 더 늘릴 필요가 있다.

나이든 어르신들은 1968년 한해가 들었을 때와 비슷하다고 말한다. 날씨마저 아침저녁으로 차가운 것도 당시와 비슷하단다. 현재 무안은 가뭄 단계는 정도에 따라 ‘주의→심함→매우 심함’으로 나뉘지만 ‘심함’ 단계로 분류될 만큼 가뭄 피해가 크다.

정부도 농민들의 현실을 직시한다면 지자체들의 자구책에만 기대지 말도 특별재난지구 선포를 통해 피해 농가들의 애타는 가슴을 식혀 줄 결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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