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남 구일간척지 지난해 이어 올해도 가뭄피해
6월10일까지 큰 비 안 내리면 올 벼농사 포기

[무안신문=서상용 기자] “6월10일까지 큰 비가 내리지 않으면 올해 벼농사는 포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구일간척지가 물 사정이 나쁘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임대료는 선불로 지급했고 모내기 비용만 1천만원이 들어갔는데 답답합니다.”

운남면 구일간척지 땅을 빌려 농사짓는 김성조(가명, 53) 씨는 올해 벼 농사를 포기해야 할 판이다. 외지사람 소유의 땅 2만평을 임대하는 데만 900만원이 들어갔는데 농사를 제대로 지어보지도 못하고 망치게 생겼다.

김 씨는 4월28일부터 조생종 벼를 부지런히 모내기 했다. 그때도 물 사정이 나빴지만 포강(간척지 내 수로)에 있는 물을 겨우 끌어다 모를 심었다. 일부 논은 물이 없어서 아예 모내기를 하지 못한 곳도 있다.

모내기 후 비다운 비 한번 내리지 않으면서 논은 갈수록 말라갔다. 포강 물도 짠물인지라 햇볕이 내리쬐고 나면 하루가 다르게 모가 시들었고 급기야 녹색은 찾아볼 수 없게 됐다. 모내기하지 못한 논엔 애서 키운 모판이 삐쩍 말라 한달 전 가져다 둔 자리에 그대로 있다.(사진)

모판을 만들고 모내기에 들어간 비용만 1,000만원 정도. 임대료까지 합하면 2,000만원을 고스란히 손해 보게 생겼다.

김 씨는 만약을 대비해 씨나락 20가마를 확보해 뒀다. 가뭄이 해갈되면 늦게라도 모를 심어볼 요량이다. 김 씨가 생각하는 마지노선은 6월10일. 이날까지 비가 내리지 않으면 씨나락은 김 씨 가족의 식량이 될 처지다. 구일간척지에서 농사짓는 대부분의 농민들은 김 씨와 같은 처지다. 6월1일 현재 모내율이 40% 정도인데 모내기한 논의 모가 말라 죽어가고 있는 상황.

김 씨는 지난해도 가뭄 때문에 큰 피해를 봤다. 1994년 이후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이었다는 지난해 여름 구일간척지엔 여지없이 가뭄이 들었다. 2만평 농사 중 절반은 쌀 한 톨 수확하지 못했다.

김 씨는 올 가뭄 피해가 천재지변이라고 생각하지만은 않는다. 과거 구일간척지는 포강이 발달해 농사를 지을 만 했다. 하지만 주민들이 포강을 매립해 외지인들에게 팔아버리면서 물 사정이 나빠졌다.

특히, 구일간척지의 유일한 농업용수 공급원인 양곡저수지 물을 부실하게 관리한 무안군 탓도 있다고 본다. 양곡저수지 보수공사를 위해 무안군이 물을 모두 빼버렸고 이후 가뭄이 들어 저수지 역할을 전혀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 씨는 “농민들이 보기에 현재 유일한 대책은 관정을 새로 파는 것인데 무안군은 꿈쩍도 않는다”면서 “기댈 곳이라곤 하늘뿐인데 비 소식이 없어 속만 타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구일간척지에서 농사짓는 농민들은 무안군이 땅을 사들여 물을 저수할 포강을 만들어 줄 것과 가뭄에 대비한 대형 관정을 개발해 주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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